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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채용비리 연루자 입사 취소? 은행 "확인돼도 어려워~"

금감원 검사서 무더기 적발, 입사 취소 청원 봇물…은행들 "불법 없었다"

2018.02.02(Fri) 16:13:58

[비즈한국] 금감원은 지난 1일 KB국민은행·KEB하나은행·JB광주은행·BNK부산은행·DGB대구은행, 시중은행 5곳을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는 금감원이 지난해 12월과 올 1월까지 2달여 동안 은행권 현장 감사를 통해 밝혀낸 결과로 채용비리 사례는 모두 22건에 달했다. 

 

은행별로는 KEB하나은행 13건, KB국민은행 3건, DGB대구은행 3건, BNK부산은행2건, 광주은행1건이다. 금감원 검사 전 은행들은 채용시스템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였으나 ‘부정청탁이나 채용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금감원에 밝힌 바 있다.​ ‘금수저’에게만 열린 문이던 ‘신의 직장’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12월과 올 1월까지 2달여 동안 은행권 현장 감사를 통해 밝혀낸 결과로 채용비리 사례는 모두 22건에 달했다. 그 중 KEB하나은행은 가장 많은 13건이 적발됐다. 사진=고성준 기자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먼저 KB국민은행은 2015년 신규채용 당시 서류전형에서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에서 300명 중 273등으로 최하위권이었던 최고경영자 친인척을 임원면접 때 최고등급(4등)을 줘 합격시켰다. 이 합격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증손녀였다. 

 

총 13건의 채용비리가 발견된 KEB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정황은 더욱 심각하다. KEB하나은행은 2016년 한 사외이사와 관련된 지원자가 필기전형과 1차 면접에서 최하위권에 머무르자 ‘글로벌우대’ 전형을 새로 만들고 임원면접 점수도 임의 조정해 합격시켰다. 또 이른바 ‘스카이(SKY)’ 등 명문대 출신 지원자 7명 점수는 올리고, 수도권 등 다른 대학 출신 자원자 7명 점수는 내리는 방식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취업준비생들은 ‘패닉’에 빠졌다. ‘바늘구멍’으로 여겨지던 금융권 취업이 ‘금수저’들에게 ‘프리패스’인 사실에 허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다. 상반기 은행권 취업을 준비 중인 김 아무개 씨(26)는 “허탈하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정유라가 ‘돈도 실력’이라고 말했을 때 분노했던 감정과 비슷하다”며 “지금까지 했던 면접전형이며 필기전형이 나를 위한 게 아닌 누군가 힘 있는 사람들을 위한 들러리였다는 게 속상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3개월 동안 시중은행 2곳에 지원해 최종면접까지 갔으나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 밝혀진 채용비리가 김 씨가 지원한 시기와 겹치진 않지만, 그는 금융권 취업을 준비한 자신의 노력에 대해서도 절망했다. 그는 “평소에 저기(은행권)를 어떻게 들어갔나 싶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번 기사를 접하면서 납득이 갔다”고 말했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신 아무개 씨(29)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1·2금융권에 모두에 지원했던 그도 올 상반기 채용공고를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신 씨는 “자기소개서 하나도 일주일 간 고심하며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데 아무짝에 쓸모없던 게 된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그럴 거면 쓰질 않았을 텐데, 피땀 흘려 일한 사람들의 노력이 퇴색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특히 ‘임직원 자녀 가산점’ 제도에 대해 비판했다. 이번 금감원 검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공개채용 필기시험에서 임직원 자녀에게 15%의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서류전형 통과 혜택을 준 곳도 있었다. 그는 “한국사 자격증 공부하면서 봤던 ‘음서제’가 떠올랐다”며 “임직원 자녀에 가산점 15%를 준다는 내규는 명문대생도 아닌 나 같은 사람이 서류를 넣는 것도 무의미해진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도 편할 리가 없다. 대입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딸을 둔 문 아무개 씨(44)는 채용 비리로 얼룩진 현실을 걱정했다. 그는 “채용비리 일으킨 사람의 출신 학교가 좋던데 그들이 좋은 대학을 나왔음에도 왜 청탁에 기대면서까지 채용 비리를 저질렀을까 의구심이 든다”며 “능력이 부족했다면 그 출신 학교는 어떻게 들어갔을까. ‘돈이 있어서’란 답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실패에 대해 ‘실력이 없어서’라고 의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수능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학부모로서 불공정한 미래에 우리 아이를 방치해야 하나 싶다. 달리 방법이 없다는 현실이 더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적된 은행들의 분위기는 취준생의 마음과 거리가 있다.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등은 ‘특혜채용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채용비리 정황이 13건이나 발견된 KEB하나은행은 아직 채용비리 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답변을 사실상 거부하는 상황이다.

 

앞서 KEB하나은행은 지난 1월 31일 금감원의 채용비리 검사결과에 대해 “불법행위를 행한 사실이 없고 기업으로서 정당하게 추구할 수 있는 인사정책이었다”라는 내용의 e-메일을 직원들에게 발송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도 “(채용 과정에서) 논란이 된 직원들은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채용된 것”이라며 “향후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특혜 채용된 직원의 채용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채용비리로 입사한 직원들에 대한 입사취소 요구를 담은 청원이 하나 둘 올라오고 있다. 

 

2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서 ‘채용비리’로 검색한 결과 338건의 관련 청원이 올라와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 캡처


현재까지 일부 은행들은 채용비리 자체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법적으로 채용 취소 근거가 없어 특혜 채용된 직원들이 계속 회사를 다니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도 이에 대해 “합격자 처분은 회사 자율적으로 판단할 일”이라며 “채용취소 등 법적 제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용비리 관련해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제출서류가 거짓이거나 검찰수사로 형사처벌 받지 않는 이상 입사 취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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