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월 25일 대법원 1부는 업무상 과실사상 혐의로 기소된 신현우 전 옥시레빗벤키저 대표이사와 김진구 전 옥시연구소장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은 신 전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6년으로 감형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중 대다수가 옥시의 배상안에 합의해 배상금을 받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신 전 대표가 감형까지 받았기에 옥시는 피해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배상할 의무가 있지만 보유한 자금의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가 옥시에 2000억 원을 지원한 사실을 ​‘비즈한국’이 처음 확인했다.

옥시에 따르면 레킷벤키저는 2016년 12월, 2017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1000억 원씩, 총 2000억 원을 옥시에 지원했다. 옥시 관계자는 “매출 감소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계속하기 위해 지원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옥시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지원한 금액은 약 1400억 원. 옥시는 또 지난해 9월 674억 원을 정부에 피해구제 분담금으로 납부했다. 환경부가 3~4단계 피해자에 대한 특별구제계정 지원을 시작하면서 옥시를 비롯한 18개 사업자에 분담금을 부과한 데 따른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1단계(가능성 거의 확실), 2단계(가능성 높음), 3단계(가능성 낮음),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로 분류된다. 

옥시에 따르면 정부의 1·2차 조사에서 1~2단계 피해자로 인정받은 183명 중 182명이 옥시에 베상을 신청했고, 피해보상 지급이 95% 완료됐다. 3차 조사 1~2단계 피해자 70명(2017년 8월 발표 기준) 중에서는 84%가 옥시에 피해보상을 신청했고 옥시는 이중 41%에 대한 배상을 완료했다. 옥시 관계자는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서류 검토를 마치는 대로 배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옥시는 피해자에게 인당 1억 5000만~3억 5000만 원을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로 배상한다. 여기에 치료비와 일실수입(다치거나 사망하지 않았을 때 일을 해 벌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입), 변호사 선임 비용, 간병비 등을 추가로 지급한다. 영·유아의 경우에는 10억 원 이상의 금액을 배상한다.

현재 정부는 2016년 이후 접수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대상으로 4차 조사를 진행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6년 4000명 이상이 피해자로 접수해 절반가량 조사가 끝났으며, 나머지는 빠르면 올해 3월, 늦어도 상반기까지 조사를 마칠 계획”이라며 “작년 12월 27일 기준으로 94명을 1~2차 피해자로 인정했으며 2017년 접수자들은 2016년 접수자들의 판정이 끝난 후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옥시가 지불해야 할 배상액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옥시의 매출은 정상 영업을 하던 때에 비해 약 90% 감소했고 직원도 70% 이상 준 것으로 전해진다. 레킷벤키저에서 본로부터 2000억 원을 지원 받은 것도 옥시가 배상액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레킷벤키저의 추가 지원에 대해서는 전해진 바 없다.

시민단체에서는 옥시가 피해자 구제에 더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옥시는 피해자를 제일 많이 낸 기업이기에 정부가 판정한 피해자에 한해서만 보상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피해자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본사로부터 지원금도 받은 만큼 3~4단계 피해자에 대한 배상도 분담금 납부로 끝내지 말고 스스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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