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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땅이기에…' 최순실이 딸과 소송 불사한 평창 목장부지 비화

최순실·정유라 공동 소유 땅에서 실버타운 전단 발견…정윤회, 주민에게 수건 선물

2018.01.26(Fri) 20:28:57

[비즈한국] 지난해 10월 말 최순실 씨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정유라 씨와 공동 소유한 강원도 평창 소재의 목장부지를 정유라 씨가 팔지 못하도록 부동산 처분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가 땅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갖고 있어 정유라 씨가 피해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이를 각하했다. 최순실 씨가 딸 정유라 씨를 상대로 소송을 벌일 만큼 평창 땅에 욕심을 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비즈한국’이 추적했다. ​

 

최순실 씨가 딸 정유라 씨를 상대로 부동산 처분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정유라 씨의 피해를 예상해 각하했다. 지난해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최순실 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6일 오후 4시 30분, 취재팀은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에 위치한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 공동 소유 목장부지에 도착했다. 그 땅은 발목 높이만큼 눈이 쌓인 관계로 자동차에서 내려 20분 이상 걸어 올라가야 하는 산골짜기에 있었다. 목장부지는 벌목 작업이 이뤄진 탓에 벌거숭이산을 연상케 했다. 자갈과 바위가 제거되지 않은 점에 미뤄 벌목 작업 도중 공사가 중단된 것 같았다. 

 

목장부지 초입에는 조립식으로 지어진 폐가가 한 채 있었다. 폐가 안에서는 얀슨 주식회사가 제작한 메모지와 토목공사와 관련된 전문 서적, 그리고 여러 벌의 작업복 등이 발견됐다. 벌목 작업에 참여한 공사 인부들의 숙소로 사용된 가건물로 추정된다.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가 공동 소유한 강원도 평창 소재의 목장부지 초입에는 폐가가 있다.  사진=유시혁 기자

 

얀슨은 최순실 씨와 정윤회 씨가 1991년 6월 설립한 회사다. 실내에서 발견된 얀슨 메모지에는 영문 주소와 대표 전화번호, 그리고 회사 이메일 등이 적혀 있었는데, 영문 주소는 최순실 씨가 소유한 강남구 신사동 소재의 M 빌딩 주소와 동일했다. 하지만 얀슨의 영문주소에는 M 빌딩이 ‘Choi Building(최 빌딩)’이라 적혀 있었다. 얀슨의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정윤회 씨는 2013년 2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아직까지 재직 중이며, 같은 기간 최순실 씨가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폐가 외부에는 ‘성지실버타운(Holy Field)’ 입주와 관련된 수천 장의 전단이 다발에 묶인 채 쌓여 있었다. 두 번 접히는 전단에는 성지실버타운 조감도와 시설 안내가 실려 있었다. 전단에 따르면 성지실버타운은 주거공간과 부대시설(종합타운)로 꾸며질 계획이었다. 

 

주거공간에는 10평·16평·22평 단위의 개인 별장식 주택이, 부대시설에는 의료시설(병의원), 여가시설(공원, 텃밭, 목장 등), 체육시설(헬스장, 수영장, 게이트장, 미니골프장 등), 복지시설(노래방, 매점, 오락실 등), 교육시설(어학실, 서예실, 종교시설 등)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부지에는 최순실 씨가 정유라 씨를 위해 말 목장을 조성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순실 씨가 실버타운을 계획하려 했던 게 아닌지 의심이 드는 부분이다.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가 공동 소유한 평창 땅에 있는 폐가에는 실버타운 조성과 관련된 전단이 수천 장 쌓여 있었다. 사진=유시혁 기자

 

이에 대해 평창군청 도시주택과 관계자는 “이 정도의 대규모 부동산 개발이 계획됐다면 평창군청이 몰랐을 리 없다”며 “최순실 씨 소유 땅에는 실버타운과 관련한 어떠한 절차도 진행된 바 없다. 투자자를 모집한 후 자금이 확보되면 하려 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군청을 나와 평창읍에 있는 설계사무소 네 곳을 방문해 성지실버타운 전단을 보여줬다. 이들은 “평창에 실버타운이 조성된다는 어떠한 정보도 듣지 못했다”며 “평창이 아닌 지역의 설계사무소나 컨설팅업체에서 제작한 전단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한 설계사는 “최순실 씨 정도라면 선투자 없이 실버타운 조성이 가능하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 

 

용평면 도사리로 이동해 벌목 작업 기간 동안 공사 인부들이 식사를 한 식당을 찾았다. 식당 주인은 “인부들이 4~5개월 식사를 했지만 실버타운과 관련된 내용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말 목장이 지어질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폐가에서 발견된 실버타운 조성 전단.  사진=유시혁 기자

 

벌목작업이 이뤄졌을 때 용평면 도사리 이장을 했던 이 아무개 씨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이 씨는 “최순실 씨 이전의 땅 소유자가 실버타운을 조성하려 했다”며 “투자자가 모집되지 않자 실버타운 조성 계획을 포기했고, 그 땅을 최순실 씨에게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정윤회 씨를 여러 차례 만났으며, 그와 관련된 일화를 몇 가지 기자에게 설명해줬다. 이 씨는 “정윤회 씨가 현장을 자주 찾아왔고, 도사리 주민들에게 수건을 선물로 돌렸다. 노인회관에 찾아와 식사도 여러 번 사줬다”며 “산 위에 목장을 지으면 수질 오염 문제로 민원이 제기될 수 있어 주민들의 환심을 사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정윤회 씨는 평창군청 직원과 대관령에 사는 김 아무개 씨와 자주 어울렸는데, 그들과 함께 독일에도 다녀왔다. 최순실 씨도 동행했던 것으로 안다”며 “평창군청 직원은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면직됐고, 김 씨는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윤회 씨가 도사리 주민 70여 명에게 선물로 제공한 수건. 사진=유시혁 기자

 

복수의 도사리 주민은 정윤회 씨로부터 수건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한 주민은 ‘비즈한국’이 정윤회 씨가 도사리 주민에게 선물한 수건을 보여줬는데, 이 수건에는 ‘도사리 말목장(증)’이라는 문구와 함께 말 사진이 인쇄돼 있었다. 

 

한편 평창읍에 거주하는 측량사 이 아무개 씨는 정윤회 씨로부터 측량대금을 받지 못해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가 공동 소유한 목장부지에 대해 강제경매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가, 법원 결정에 따라 강제경매가 개시된 사연을 ‘비즈한국’에 알렸다. 

 

이 씨는 “2007년 정윤회 씨로부터 의뢰를 받아 목장부지를 측량했다. 2년이 지나도록 대금을 지불하지 않아 정윤회 씨에게 연락을 했더니 ‘부인과 헤어지는 중이니 최 씨에게 받으라’고 통보했다”며 “최순실 씨의 연락처를 알 수 없어 강제경매 가처분 소송을 진행했는데, 2012년 5월 강제경매 개시 결정 일주일 만에 최 씨가 대금을 치렀다. 자동으로 강제경매개시는 취하됐다”고 설명했다. 

평창=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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