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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할 테면 해봐'에 감히…은행의 암호화폐 신규계좌 속앓이

엄격한 금융위 가이드라인에 관리 책임은 모두 은행에 있어 '조심'

2018.01.25(Thu) 16:40:41

[비즈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은행 자율에 맡긴다고 했지만 은행 입장에선 ‘책임질 수 있으면 해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부담이 적지 않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신규 계좌 발급에 대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암호화폐 신규 계좌 개설 여부를 두고 고민이 깊다. 일단 새 계좌 발급은 당분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3일 발표한 가상통화 투기 과열 금융부문 대책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암호화폐 실명제 시행과 동시에 신규 투자가 허용된다. 그러나 당분간 새 계좌를 통한 거래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이 기존 거래 계좌에서 추가 입금은 받기로 했지만, 신규 계좌는 발급하지 않기로 해서다.

 

암호화폐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은행은 신한·KB국민·KEB하나·NH농협·IBK기업·광주 총 6곳이다. 이들 은행은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시스템을 구축한 곳으로, 금융위는 이곳에서만 신규 계좌를 발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계좌 시스템은 거래소와 은행이 계약을 맺은 뒤 실명 계좌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거래소는 입출금 건당 200원의 수수료를 은행에 내고, 은행은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제공한다.

 

# 가이드라인 맞추는 것조차 힘들다…일단 유보


일단 실명제 도입과 동시에 계좌를 발급할 계획인 은행은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KEB하나, 광주은행은 지금까지 암호화폐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적이 없고, 당분간 계약할 계획도 없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까지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발급했지만 역시 새 계약은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기존 가상계좌도 정리 중이다. 

 

그동안 업비트와 빗썸, 코빗 등 대형 거래소와 활발하게 거래를 해왔던 IBK기업·신한·​NH농협 세 은행은 결정을 유보하다가 최근 실명제로 전환한 기존 계좌에 추가입금만 받고 신규 계약은 미루기로 가닥을 잡았다. 세 곳 중 한 은행 관계자는 “오는 30일은 물론 2월에도 새 계좌 발급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암호화폐 거래소. 사진=임준선 기자

 

은행들의 신규 계좌 발급 유보 입장은 정부의 ‘암호화폐 투기 잡기’ 분위기와 연결된 점도 있지만, 당장 현실적인 업무 부담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앞서의 은행 관계자는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방침이 어떻든 금융위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은행은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한다”며 “기존 계좌와 신규 계좌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 등 은행 입장에서 좋은 측면도 있지만, 가이드라인에 맞추려면 인력과 시간 등 투입되는 비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자금세탁 방지에 방점이 찍혀있다. 하지만 은행이 처리해야할 업무 범위는 이보다 더 넓다. 계약을 맺은 거래소는 물론, 개인 투자자까지 모두 은행이 ‘직접’, 기존보다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 잘못되면 CEO 책임…​자율이라지만 압박감 크다

 

금융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은행들은 △현재 280만 개에 달하는 기존 계좌(금융위 추산, 실명제 전환 후 200만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를 실명계좌로 전환하고 △거래소가 정상적인 암호화폐 취급업소인지, 이 거래소가 거래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 또한 개인 투자자가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금융거래를 하는지 모니터링을 해야 하며, 의심거래로 판단되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최근 거래소와 계약에 반대했다는 한 은행 임원은 “암호화폐 시장의 거래량이 상당한 만큼, 가이드라인을 따르면서 신규 계좌까지 발급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기존 계좌만 관리해도 벅찰 것으로 예상됐다”고 말했다. 

 

같은 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보면 거래소와 개인 투자자 등 고객 확인 의무가 엄격하고, 이에 따라 모니터링도 늘려야 한다. 시간과 비용, 인력 등 영업점들의 업무 부담이 크다.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고 신규 계좌 등 새 계획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부과한 ‘책임’도 은행에겐 부담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거래 책임은 모두 은행이 짊어진다. 금융위는 오는 3~4월 은행 현장점검을 통해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도 수정·보완할 방침이다. 만약 법령 위반사항이 드러날 경우 엄중 조치한다. 여기에 금융위가 책임을 은행 이사진과 최고경영자(CEO)에게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은행 입장에선 부담이 더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암호화폐 시장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적으로 가라앉힐 법적 근거가 없으니 ‘현금’을 관리하는 은행에 무거운 책임을 부과해 우회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라며 “‘은행 자율에 맡긴다’고 했지만 은행으로선 적잖은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2일 신한은행이 기존 암호화폐 가상계좌 입금 중단을 결정했다가 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해 결정을 유보했던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은행들이 섣불리 ‘튀는 행동’은 하지 않는 점도 있다. 당분간 ‘눈치 보기’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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