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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임 유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앞길이 '꽃길'이 아닌 까닭

'김승유 라인' 정부에 포진, 노조도 반발…아이카이스트 대출, 채용비리 등도 '숙제'

2018.01.24(Wed) 11:53:16

[비즈한국] 지난 22일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향후 이사회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을 거치면 연임이 확정된다. 2015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김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하지만 금융당국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하나금융 회장) 후보가 결정나면 적격성 검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달간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사이는 껄끄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지난해 11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CEO(최고경영자)와 가까운 사람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 연임에 유리하게 했다는 논란이 있었다”며 “원칙적으로 민간 금융회사 경영은 자율로 이뤄져야 하지만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도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하나금융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곧바로 반발했다. 윤종남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은 “하나금융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며 “과거의 관치금융이 살아난다는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3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금융당국,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사진=하나금융지주

 

올 초엔 금감원이 하나금융에 회추위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금감원이 KEB하나은행의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 채용 비리 의혹을 검사하고 있기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다. 현재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검사역 10여 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회추위 일정을 강행했고 금감원은 “회장 선출 일정이 끝날 때까지 하나금융에 대한 검사를 확대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한 발 물러났다. 하지만 검사 결과에 따라 김 회장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본사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금감원이 김정태 회장에 불만인 이유는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하나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고 다른 하나는 여권의 지지를 받는 하나금융 노조다. 김정태 회장은 지난해 12월 “전직 임원들이 나에 대해 근거 없는 음해성 소문을 낸다고 들었다”고 불쾌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이 밝힌 ‘전직 임원’으로 김승유 전 회장을 거론한다. 2014년 김정태 회장은 소위 ‘김승유 라인’으로 불렸던 최흥식 전 하나금융 사장, 임창섭 전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 사장,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등을 물러나게 했다. 

 

비슷한 시기 하나금융 고문으로 재직하던 김 전 회장도 비자금 조성 혐의로 하나금융을 떠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의 행보에 대해 “당시 하나금융 내에는 김승유 전 회장의 세력이 남아 있어 김정태 회장의 영향력은 타 금융지주 회장에 비해 약한 편이었다”고 배경을 분석했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 들어 김승유 전 회장 관련 인물들이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 인물이 금감원장으로 취임한 최흥식 전 하나금융 사장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김승유 라인’으로 꼽힌다. 두 사람은 경기고-고려대 동문이며 고려대 경영대 동문회에도 자주 얼굴을 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몇 년간 활동이 뜸했던 김 전 회장 본인도 지난해 6월 한국투자금융지주 고문으로 금융권으로 돌아왔다.

 

금감원은 특정인을 노린 ‘표적 검사’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지난해 12월 최흥식 금감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김 회장을 노린 게 아니냐는 지적에 “내가 그렇게 얄팍해 보이느냐”고 반문했다. 하나금융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공투본)가 아이카이스트 특혜 대출 관련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 “안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공투본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EB하나은행지부,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하나금융투자지부·하나카드지부 3개 노조가 출범시킨 단체다. 금감원이 회추위 연기를 요청한 이유가 금감원 수사였던 만큼 현재 금감원과 하나금융의 갈등은 공투본이 시작시킨 셈이다. 22일 회추위가 김 회장을 최종 후보로 확정하자 공투본은 곧바로 성명을 통해 “공투본은 김 회장을 회장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학영, 진선미, 제윤경, 김해영 국회의원은 ‘하나금융 사례로 본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이진용 KEB하나은행 노조위원장,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을 초대해 사실상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배경이 어떻건 금감원의 압박을 받는 김 회장으로선 갈등 봉합이 시급한 과제다. 금융업은 정부정책에 민감한 업종인 데다 하나금융의 최대주주는 정부기관인 국민연금공단(지분율 9.64%)이다. 

 

김 회장은 차기 회장후보로 추천된 후 “금융당국의 금융혁신 추진방안과 지배구조 관련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CEO 승계절차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객관성 및 투명성 강화하겠다”고 금융당국에 협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금감원 수사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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