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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지금 서울 부동산은 철저한 실수요 시장이다

갭 투자 사라지고 정책 불확실성 커져…단기 투자 목적 매매 쉽지 않아

2018.01.15(Mon) 10:50:44

[비즈한국] 현재 서울의 시세 상위 10개구는 투자 수요라기보다는 대부분 실수요에 의해 주도되는 시장이다. 실수요만으로 시장에 공급되는 신규 입주 물량을 소화하고도 남을 만큼 수요가 풍부하다. 문제는 실수요 뒤에 투자 수요까지 큰 규모로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시장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제도상 실수요층이 먼저 선택하고 남는 물량을 투자층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실수요층도 서울 물량이 나오기를 대기하고 있고, 투자 수요층도 불확실한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상품이라고 판단한 서울 내에서도 양질의 상품을 실수요층 뒤에 줄을 서는 판세다. 이런 시장이므로 서울의 최고가 10개 지역만 지속적으로 시세가 강세다.

 

투자 수요는 정부 정책으로 어느 정도 걷어낼 수 있다. 실수요는 정부 정책으로는 걷어낼 수 없다. 그건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전국 대부분의 부동산 시장은 투자 수요층이 아닌 실수요, 거래만으로 시세가 변동된다. 

 

현재 서울 시장은 갭 투자로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서울의 모든 지역이 활황인 것도 아니다. 과거 갭 투자 인기 지역의 시세는 거의 변동이 없다. 그 시장은 투자 수요층만 많았기 때문이다. 투자 수요층이 빠지고 실수요층만으로는 어렵게 유지되는 시장인 것이다. 

 

현재 서울의 시세 상위 10개구는 투자 수요라기보다는 대부분 실수요에 의해 주도되는 시장이다. 사진=고성준 기자


# 실수요 vs 투자 수요

 

실수요가 무엇일까?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먼저 기준을 정하자. 실수요를 실제 거주 수요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주 수요는 자가 거주와 임차 거주를 모두 포함한다. 시장에 영향을 주는 실수요는 자가 거주만을 의미한다. 임차 거주도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매수가를 결정하는 데 임차 시세가 지역마다 다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전세가율, 월세 수익률이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임대 시세로 매매 시세를 유추하는 것은 위험한 방법이다. 결국 아파트 매매 시세를 결정짓는 실수요는 자가 거주 수요를 의미한다. 

 

이전 시장에서는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자 수요가 주도한 시장도 있었다. 가격은 입지마다 달랐다. 입지에 따라 시세가 오르고 내리는 원리와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은 지방중소지방과는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으로 시세가 변동된다. 

 

서울 내에서도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의 시세 변동 원인도 다르다. 실수요만으로 움직이는 시장이 있고, 투자 수요가 있어야 움직이는 시장이 있다. 두 개의 수요가 동시에 움직이면 시세가 크게 오른다.

 

실수요와 투자 수요는 성격이 다르다. 실수요는 보수적이다. 의사결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직접 거주하는 집이기 때문이다. 보유 기간이 길고, 재산상의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심리가 투자 수요와 다르다. 시세차익보다는 인플레이션 헤지(hedge) 의미가 크다.

 

반면 투자 수요는 실수요에 비해 의사결정이 빠르다. 직접 거주하지 않으니 매수 시 고려할 요소도 적다. 시세 상승이 예상되거나 이미 상승하는 시장이라면 바로 매수가 진행된다. 현재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이 활황인 이유와 같다. 시세 차익이 보이면 바로 진입하는 것이다.

 

2014~2016년 투자 수요가 정말 많았다. 투자 수요가 많다는 의미는 시세가 많이 상승하는 시장이었다는 뜻이다. 단기 투자 시장이 더 활성화되었던 것이다. 갭 투자, 분양권 투자 등 5년 미만의 기간에 시세 차익을 보려는 수요가 주도했다.

 

실수요와 투자 수요를 구분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1000세대 중 100세대 미만 세대가 매물로 등장해 거래되는 경우, 실수요가 많은지, 투자 수요가 많은지를 파악하면 된다.

 

소위 갭 투자 지역·단지는 투자 수요가 훨씬 많다. 반대로 갭 투자 지역이 아닌 지역은 실수요가 훨씬 많다. 2013~2015년 서울에서 갭 투자로 가장 인기 있던 지역은 강서구와 성북구였다. 동 단위까지 분석해 보면 강서구는 가양동 등촌동 염창동이, 성북구는 길음동에서 갭 투자가 성행했다. 현재 이들 지역에 갭 투자는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 실수요 몰리는 지역은 꾸준한 강세 이어져

 

지금 서울 시세를 주도하는 지역은 강남구 등 시세 상위 지역이다. 강남구가 갭 투자나 월세 투자를 할 수 있는 지역인가. 강남구에서 주로 거래되는 아파트는 매매가와 전세가 갭이 10억~15억 이상 차이가 난다. 투자 수요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당장 입주하는 수요만이 실수요가 아니다. 실수요와 투자 수요를 나누는 것은 거주 목적인지, 투자 목적인지만 판단하면 된다. 당장 거주하는 것뿐만 아니라 몇 년 후 거주하는 것도 포함해야 한다. 매수자가 실제 입주할 때까지는 매매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단기 거래가 되지 않는, 향후 거주 아파트 역시 실수요로 봐도 무방하다. 자녀들에게 사주는 경우도 당연히 실수요로 봐야 한다. 장기간 거래가 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지금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서울 수요는 바로 이 것이다. 

 

입주와 관계없이 시세 차익만을 위한 목적으로 매수하는 수요는 투자 수요다.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는 단기 시세 차익 목적으로 매입하기엔 큰 금액이 필요한 고가 시장이고, 더군다나 부동산 시세 상승을 억제하려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투자 수요가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서울은 실수요 시장이다. 갭 투자를 할 수 있는 시기도 아니고, 수요층을 분석해 봐도 거주 목적이 대부분이다. 당장이라도 몇몇 중개업소에 실수요가 맞는지 문의해 보면 알 수 있다. 

 

실수요 위주로 움직이는 시장을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방향인지, 분산시키는 것이 별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이미 조정에 들어간 지방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2018년 부동산 시장, 정부도 정책 추진에 있어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는 지역들을 어떻게 관여할 것인지 매우 고민스러울 것이다. 실수요자들은 정부와 시장을 함께 보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니 더 어려운 시장이다. 

 

지금 강남 등 시세가 높은 지역의 주택을 매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는가. 반대로 질문을 해 보자. 지금 시장에서 뭘 사야 할까. 강남 아파트? 강북 아파트? 경기도 아파트? 인천 아파트? 충청도 아파트? 강원도 아파트? 어떤 것이 미래가치 측면에서 실패할 확률이 가장 낮을까? 

 

답은 정부도 알고, 시장도 알고,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부동산 팟캐스트 1위 ‘부동산 클라우드’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가 있다. ​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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