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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사업다각화' 외친 건설사들, 속으론 국내 주택공급 '가즈아'

'그래도 돈 나오는 곳은…' 전년보다 13만 가구 늘어난 41만 가구 공급 계획

2018.01.05(Fri) 16:47:00

[비즈한국] 건설사들이 올해도 국내 주택사업에 몰두한다. 그동안의  해외수주 등 사업다각화 주력 방침과는 정반대다. 문제는 올해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3년 전부터 경쟁적으로 시작된 주택사업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라는 점이다. 공급과잉 우려와 함께 건설사들이 사업다각화에 실패했기 때문에 주택시장에 주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사업에서 중국, 스페인 업체들에서 밀린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국내 주택공급 사업에 대거 나서고 있다.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비즈한국DB


​‘변화와 미래 개척.’ 올해 국내 건설사 CEO(최고경영자)들의 신년사 키워드다. 최근 2년간 회사 실적을 떠받치던 국내 주택시장이 정부 규제와 금리인상으로 침체될 전망이 나오자 대응 전략으로 제시한 것이다. ​

지난해 가장 큰 폭의 영업이익 상승률을 기록한 GS건설의 임병용 사장은 “변화가 필요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생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그동안 실행이 미진했던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밸류체인을 확대해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 내겠다”고 말했다.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과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은 각각 “해외사업에 역량 집중”,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글로벌 시장에서의 차별적 경쟁우위”를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 건설사 새해 계획은 CEO들이 제시한 경영 전략과 다르다. 주택시장 침체가 예상된다면서도 사업다각화 대신 기존에 집중하던 국내 주택분양을 대폭 늘린 것이다. 부동산114 등 통계를 보면, 건설사들은 올해 전국 409개 사업장에서 총 41만 7786가구를 분양한다. 2017년 계획물량(29만 8331가구)과 비교하면 약 12만 가구, 분양실적(28만 가구 추계, 국토부)보다 13만 가구 늘었다.     

재건축‧재정비 사업에 집중해 소폭 증가한 현대건설을 제외하면 모든 건설사가 지난해 계획과 비교해 적게는 3000가구부터 최대 2만 가구 늘렸다. 

건설사별 분양물량을 보면 △GS건설 2만 9285가구(2017년 1만 9808가구) △대우건설 2만 4785가구(1만 1805가구) △대림산업 2만 3918가구(1만 384가구) △포스코건설 2만 2842가구(7388가구) △롯데건설 2만 794가구(7612가구) △현대산업개발 1만 5000가구(1만 2412가구) △현대건설 1만 4284가구(1만 2660가구) 등이다. 주택시장에만 경영 전략이 편중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중견 건설사들 역시 올해도 주택 사업에 ‘모두걸기’를 했다.  

건설사들이 늘린 주택공급 계획에 대해선 우려부터 나온다. 시장 상황을 무시한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올해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데다, 최근 2~3년간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수주한 사업물량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2018년 입주를 앞둔 새 주택은 총 43만 9000여 가구로, 2000년대 들어 가장 많다. 공급과잉 우려의 근거다.

실제 2017년 말까지 건설사들은 예정된 분양 물량만으로도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우려해 입주 현장을 전수조사하는 등 미입주 관리에 촉각을 세웠다. 일부 건설사들은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에게 수수료 혜택을 주거나 잔금을 분할납부 받는 등의 방식으로 입주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공급 계획을 늘려 잡은 이유에 대해 건설사들은 지난해 경영 상황과 연결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 발표 전후로 지난해 예정됐던 분양 계획을 올해로 이월하기도 했고 최근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성화된 서울과 인천, 분양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도권과 세종, 부산 등 상황에 맞춰야한다는 얘기다.  

다른 의견도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올해 계획 물량이 과하다는 의견이 있다”면서도 “건설사별로 한 해 목표가 있으니 일단 계획을 잡고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방향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내놓은 입장과 달리, 사실상 사업다각화 실패로 주택사업에만 매달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건설협회 집계를 보면, 2017년 국내 건설기업의 수주액은 모두 290억 달러로, 2016년 281억 달러에 이어 2년 연속 정부‧업계 목표치 300억 달러를 밑돌았다. 2010년 710억 달러 기록 후 급격한 하락세다. 중동(36% 상승)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모두 성과가 뒷걸음질 쳤다.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수주액은 반토막이 났다. 아시아 지역만 소폭 감소했다.  
    
2017년 상반기까지 저유가 기조가 유지된 데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미국과 이란 간의 관계 악화에 따른 불황 탓이라는 의견도 나오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은 다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불안한 중동 정세로 인해 국제유가 회복세가 더디긴 했지만, 긍정적 흐름을 타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신규 수주 기대감이 상당히 높았다.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매출원가가 낮을수록 건설사 이익이 늘어나는데, 국내 주택분양 사업 원가율은 80~85%, 해외사업은 95~100% 수준이다. 최근 2~3년간 국내 주택시장이 호황이었던 만큼 여기에 집중하는 게 건설사 측에선 수익성이 컸다. 2017년 상위 10대 건설사들이 기록한 4조 원대 영업이익은 국내 주택사업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눈앞의 국내 시장에만 매달리다 해외 진출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지역이 최근 인프라 투자를 크게 늘렸지만 국내 건설사들의 실적은 거의 전무하다. 대부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과 유로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생긴 스페인 업체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동남아는 물론 국내 건설사들이 경쟁에서 앞서던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집중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 등 우려가 있지만 실수요자들이 신규 아파트를 꾸준히 찾고 있어 당장 시장이 휘청거릴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공사 기간도 2~3년 걸리기 때문에, 오는 2019년~2020년까지는 주택부문에서 이익이 유지될 것이란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반등하면서 중동 상황이 다소 호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은 물론 유럽까지 저가 수주를 앞세우고 있어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면서도 “그동안 불안정한 중동 대신 아시아 시장에 집중했고 실제 성과도 나왔다. 앞으로 해외사업은 물론 환경, 에너지, 관광분야 등 건설업이 참여할 수 있는 틈새시장 비중도 점차 늘릴 계획이다. 이 사업들이 정상화되면 실적은 물론 세계 시장 경쟁력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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