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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크리스마스 급등락' 원인은 불안감?

한국 시장만 유독 요동…"언제 떨어질지 몰라" vs "투자 기회 놓칠라" 급등 반복

2017.12.27(Wed) 17:42:37

[비즈한국] 최근 가격 폭락을 겪은 가상화폐가 다시 오름세로 전환하면서 그동안 이어지던 거품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문제는 해외 시장과 비교해 한국 가상화폐 시장이 더 큰 폭으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거래소는 물론 해외 전문가들도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한 가운데,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불안감’으로 움직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은 주식시장과 달리 펀더멘털이 없기 때문에 상승 흐름만을 보고 거래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다. 사진=연합뉴스


가상화폐 가격이 크리스마스 연휴 전‧후로 폭락과 반등을 오갔다. 빗썸과 업비트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등에 따르면, 한동안 2000만 원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12월 22일 1개당 1600만 원대로 급락했다. 다른 가상화폐들도 같은 기간 40% 폭락했다. 여러 종의 가상화폐 가격이 한꺼번에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12월 들어 처음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12월 24일을 기점으로 폭락 닷새 만인 27일 오후 3시 현재 2200만 원 선을 회복했다. 다른 가상화폐도 폭락 전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상화폐 시장에선 “추가 폭락이 올 것” 또는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하게 맞선다.

 

급등락의 뚜렷한 원인은 나오지 않는다. 미국 블룸버그와 포브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선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내부자거래 의혹 △연말연시를 앞두고 시세차익을 노린 매도 물량 집중을 주요 요인으로 꼽지만, 현재 가상화폐 시장은 주식과 달리 정부 개입이 없어 정확한 원인 규명이 불가능하다. 모두 추정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외신 분석은 대부분 주식시장에 빗댄 결과다. 세계 최대 규모 거래소에서 촉발된 거래 투명성 의혹, 연말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기 위한 매도 등 과거 주식시장에서 나온 경험을 가상화폐 시장에 그대로 대입한 분석이다. 주식시장처럼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인 만큼, 누군가가 팔기 시작하면 따라 파는 도미노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하락요인에 대한 설명은 될 수 있지만 반등에 대해선 설득력이 없다. 외신은 최근 해킹으로 파산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도 거론했지만, 이 일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식에선 연말에 매도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흘 만에 큰 폭으로 급등한 사례는 드물다. 코인베이스 조사도 진행 중이라 추가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래량으로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한국 가상화폐 시장만 유독 굴곡이 크다는 점에 대해서도 정확한 분석은 나오지 않는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12월 27일 기준 1개당 1만 5000달러(약 1680만 원)으로, 22일 기록한 저점에서 30% 올랐지만 국내 가격(2200만 원)과 비교하면 시세 차이가 500만 원이 넘는다. 최근 가상화폐 업계에서 통용되는 일명 ‘한국 프리미엄(외국 시세보다 한국 시세가 높은 것을 뜻하는 말)’을 감안하더라도 큰 규모다. 

 

업계에선 한국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가격이 대폭락한 시점을 매수 기회로 받아들인 결과라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그보다 심리적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가상화폐에 영향을 주는 건 해외 이슈보다 투자자들의 심리로 보인다. 국내외 금융 전문가들이 한국을 가상화폐 투기과열 국가로 표현하는 이유”라며 “해외 정부규제나 선물거래에서 비롯된 비트코인의 제도권 금융 진출 이슈에 대해 국내 시장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잠깐 가격이 떨어져도 해외보다 빠르게 회복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특히 ‘불안감’을 꼽았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두 가지 불안감이 팽팽하게 맞선다는 설명이다. 그는 “투자 불안감이 시장을 급격히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상대적으로 고가에 머물면서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조금만 가격이 하락 쪽으로 움직여도 매도가 매도를 부른다. 이번 대폭락도 전형적인 패닉 셀(공포 매도‧대량 투매)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폭락한 가격은 곧바로 회복된다고 한다. ‘쌀 때 사둬야 한다’는 심리가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더불어 그동안 부동산, 주식에서 재미를 못 본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투자에서 소외되면 돈 벌 기회를 놓친다는 불안감”이라며 “두 가지 불안감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가격 하락과 회복을 반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심리에 기댄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식 투자는 매출, 순이익 등 분석할 요인이 많지만 가상화폐에는 이러한 요인들이 전혀 없다. 최근 관심사로 떠오른 블록체인과 더불어 성장 잠재력은 있어도 아직 화폐나 전자결제시스템으로 사용하기는 불가능하다. 현재로선 ‘가능성’ 수준이라는 얘기다. 순식간에 가격이 몇 십 배씩 불어났다가 비슷하게 떨어지는 사례 역시 주식 시장에서 찾을 수 없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시장은 늘 이렇게 움직여 왔고, 가격 등락은 일상적이었다. 최근 몇 달 계속 오르기만 했던 게 이상했다”면서도 “반대로 이야기하면 예상치 못한 이유로 알 수 없는 시점에 급등락이 이뤄질 수도 있다. 가상화폐‧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대한 기대와 투자에 대한 기대는 구분해야 한다.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된 것은 사실인 만큼, 투자만을 위해 시장에 진입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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