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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인생독서] 청년들, 워라밸을 실험하다 '적당히 벌고 잘 살기'

일과 삶의 균형 실험하는 공동체 탐방, 적게 벌고 잘 사는 여러 기술도 소개

2017.12.19(Tue) 10:16:50

[비즈한국] 몇 년 전, 회사에서 저를 유배지로 발령을 냈어요. 한 달간 휴가를 내고 남미로 떠났습니다. 퇴사를 고민하던 그때, 파타고니아 트레킹을 하며 한국인 배낭족 한 분을 만났습니다. 60대 중반의 그는 퇴직 후, 매년 석 달간 중남미 배낭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했어요. 제가 꿈꾸던 삶이었어요. 지구 반대편이라 낮밤도 반대, 계절도 반대인 남미를 매년 찾으시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봤어요. 

 

대기업 계열사 임원으로 일하던 그는 퇴직한 선배들이 회사에 찾아오는 게 싫었답니다. ‘내가 말이야, 회사에 인생을 바쳤는데 말이지. 퇴직했다고 하나도 안 챙겨주나?’ 후배들 불러내서 회사 흉보는 모습을 보며 본인은 퇴직하면 회사 근처에는 얼씬도 않겠다고 다짐하셨다고. 

 

100세 시대, 나이 50에 퇴직했다고 일을 그만둘 수는 없어 예전 직장 근처를 배회하는 분들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저도 퇴직 후 여행이나 다니며 살고 싶은데, 그게 어디 쉽나요? 제가 꿈꾸는 노후는 좀 덜 벌고 더 잘 사는 것입니다. 책에는 그런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 

 

요즘 젊은 세대에게 노동은 극과 극입니다. 일 없는 백수가 되거나, 과로하는 직장인이 되거나, 중간이 없어요. <적당히 벌고 잘 살기>(김진선, 슬로비)에서 저자는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방법을 실험 중인 다양한 사람과 단체를 찾아다닙니다. 지속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을 연구하는 ‘십년후연구소’, 개인의 공간을 존중하는 일터를 꿈꾸는 전자책출판 협동조합 ‘롤링다이스’, 밥과 공부와 삶의 공동체 ‘남산강학원+감이당’, 주거비 절감을 위한 주거 실험 공동체 ‘우동사’ 등등. 

 

제게도 낯익은 공간이 있네요. 저도 남산강학원의 고전 세미나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남산강학원엔 청년백수들을 위한 기숙사도 있는데 월세 20만 원에 한 끼 식비가 2000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고전을 낭송하고 108배 수행을 하고, 책을 읽고 점심 먹고 남산을 걷고 오후에는 세미나를 하며 삽니다. 제가 꿈꾸는 노후를 이미 실천하며 사는 청춘들이 있더군요.​​

 

아내는 아이들 다 키우고 퇴직하면 출가하는 게 꿈이랍니다. 아내는 매년 불교 수행공동체인 정토회에서 떠나는 인도 성지순례나 동북아 역사 탐방을 함께 다녀요. 정식 출가 전에 미리 단기 출가를 연습하는 거지요. 정토회 불교대학에서 만난 청춘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공동 주거 실험 ‘우리 동네 사람들’(우동사)의 이야기도 책에 나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한 집에 살면 부딪히기 쉬운데, 수행공동체에서 지낸 경험 덕에 쉽게 잘 지내는군요. 은퇴 후, 긴 시간이 주어지는데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요? 인생을 예술로 승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삶을 하나의 예술로 보고 자기 삶을 작품으로 만들어 가는 걸 인생의 과제로 삼았다. 그리고 삶을 작품으로 만들기 위한 여러 기술을 익혔다. -‘적당히 벌고 잘 살기’ 275쪽

 

책에는 다양한 기술이 소개됩니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없이 자기주도로 일하는 기술,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고 소비하는 기술, 친환경적으로 살며 주거비용을 줄이는 기술 등등. 돈을 더 잘 버는 기술보다 적게 벌고도 잘 사는 기술이 유용한 시대가 옵니다. 

 

저성장과 고용불확실성의 시대, 퇴직 후 저는 도서관으로 여행을 떠나 삶을 예술로 만들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나의 인생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오늘도 책 속에서 그 답을 찾아봅니다.​ 

김민식 MBC 피디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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