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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명문대생 성공 비결은 '간판'일까, '실력'일까

미국 아이비리그 연구 결과 '실력'이 '스펙'을 이긴다

2017.12.18(Mon) 10:51:52

[비즈한국] 요즘 수능 및 면접 시즌이다 보니, 많은 학생들의 문의가 온다. 다들 예상한 것처럼, 아래와 같은 질문을 가장 빈번하게 받는다. “​어떤 대학과 전공이 좋을까요? 학교를 보고 가야 할까요? 아니면 학과를 봐야 할까요?”​

 

하버드대학교 졸업식 모습. 명문대생은 대학 간판 때문에 돈을 잘 버는 걸까, 아니면 진짜 실력이 있어서 돈을 잘 버는 걸까? 사진=하버드대학교 페이스북


난들 알겠는가. 30년도 전에 대학에 갔고, 그 사이에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데 그걸 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항상 다음처럼 답했었다. 

 

“​문과보다는 이과 전공이 취업이 쉽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상당기간에 걸쳐 인문/사회/예체능/사범 전공은 공급과잉이 심각하다. 따라서 되도록 자연/공학/의약전공을 택하는 게 유망하다.”​

 

그럴 때 아래와 같은 답장을 받게 되면 참 난감하다. “​​저는 증권사나 은행 같은 금융권에 취직할 생각이라 문과를 택했습니다. 다시 한 번 묻습니다. 더 좋은 학교를 가야 할까요? 아니면 전공을 따라 가야 할까요?”​​​

 

이 답변을 받고 나면 더 해줄 말이 없다. 금융권에서 일한다고는 하지만, 담당했던 업무라고는 리서치와 기관고객 영업밖에 없는데 난들 알겠는가.  ​

 

주요 전공별 인력 수급 전망. 자료: 고용노동부

 

그런데 이제 이런 곤혹스러운 질문에 대답할 길이 생겼다. 최근 출간된 흥미로운 책 ‘일취월장’에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항공기 엔진에는 엔진을 단단하게 고정하기 위한 브래킷 같은 핵심 부품들이 있다. 항공기 제조 회사들은 이 부품들을 더 가벼우면서도 강하게 만드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항상 추구한다. 연료 효율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항공기 엔진 제작회사,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인터넷에서 엔진-브래킷 콘테스트를 실시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기능이 완벽하면서도 가장 가볍게 디자인 한 도전자는 포상을 받게 된다. (중략) 최종 심사자 중에 항공 엔지니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중략) 최우수 디자인은 헝가리 대학교의 3학년 아르민 펜드릭의 차지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아드릭 펜드릭이 부다페스트 GE 지사에서 인턴을 하다 해고되었던 경험이 있었다. 물론 GE는 펜드릭에게 정식으로 일자리를 제안했다. 진짜 ‘실력’을 보았기 때문이다. -책 530쪽

 

이 대목에서 ‘실력을 키우라는 말을 누가 못해’라는 독자들의 항의가 들리는 듯하다. 조금만 더 고영성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나라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대학 간판을 중시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특히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들은 일반 대학 졸업생보다 많은 소득을 올린다. (중략)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들 명문대생은 대학 간판 때문에 돈을 잘 버는 걸까, 아니면 진짜 실력이 있어서 돈을 잘 버는 걸까? (중략)

 

경제학자 스테이시 데일과 앨런 크루거는 이런 궁금증을 풀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미국 대학생들은 대학 한 곳에만 입학 원서를 내는 것이 아니기에, 장학금 조건 등을 따져 명문대에 합격하고도 일반 대학에 들어간 경우가 꽤 많다. 만약 명문대에 합격했는데, 일반대학에 들어간 학생의 소득을 추적해보면 어떨까? (중략)

 

만약 이 학생들이 명문대생과 비슷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면 ‘실력’의 힘을, 반대로 명문대생에 비해 적은 소득을 얻고 있다면 ‘스펙’과 ‘명문대에서 얻은 유무형 이익’의 힘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책 531쪽

 

매우 흥미로운 연구다. 한국에서도 이런 연구를 한 논문이나 보고서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단은 미국 연구 결과를 더 경청해보자. 

 

연구 결과는 명확했다. ‘실력’이 ‘스펙’을 이겼다. 두 그룹의 소득은 별 차이가 없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세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 실력은 어디 가지 않는다. 대학 간판이 어떠하든지 간에 결국 노동시장은 이들의 능력을 알아본다.

2. 명문대 학생들은 대학 간판이 아니라, (명문대에 진학할 정도로) 실력이 있어서 고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3. 좋지 않은 스펙 때문에 내 실력을 주변에서 못 알아준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일 확률이 크다. -책 531~523쪽

 

물론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다를 수 있다. ‘간판’에 목을 매는 경향은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강할 수 있기에, 실력을 보기보다는 간판만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의 압박 속에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실력보다 간판만 바라볼 가능성은 낮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예전에는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딱히 없었지만, 이제는 이야기할 수 있다. 간판보다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전공을 찾아서 학교를 고르라고 말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바뀌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꾸준히 변화했음을 믿어 보면 어떨까.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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