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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드레스코드'가 필요한 이유

특정 컬러나 아이템 맞춤으로써 '함께'라는 공감대 생겨

2017.12.18(Mon) 09:33:52

[비즈한국] 크리스마스 시즌, 연말연시엔 모임이나 파티가 많다. 드레스코드가 주어지기도 한다. 난 그런 거 모른다며 막무가내로 가는 이들도 간혹 있지만, 가급적 드레스코드는 지키는 게 좋다. 에티켓이자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나도 함께 어울리고 싶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레드 컬러가 드레스코드인 걸 잊어먹고 검은색 옷을 입은 여성이 모임 가기 전 문방구에 들러 빨간색 끈을 1미터쯤 사서 머리에 묶고 갔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빨간색 종이를 행커치프처럼 꽂았다는 남자도 있다. 이런 게 바로 센스이자 매너다. 

 

컬러로 드레스코드가 정해지면 대응하기 쉽다. 행커치프나 머플러 같은 소품으로 충분히 컬러 코드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 못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순발력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이걸 안 하고 오는 이들은 무성의한 거다. 그러니 가능하면 드레스코드는 지키자.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그 작은 것 하나도 못 지키는 사람과 무슨 관계를 도모하겠는가. 드레스코드 하나 가지고 너무 비약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소한 배려와 성의를 다하는 사람에게 호감과 신뢰가 가는 건 인지상정이다. ‘나 하나쯤이야’ 혹은 ‘이까짓 거’라는 말은 그 사람을 참 시시하게 만드는 말이다. 

 

정기적인 모임이라면 드레스코드는 매년 난이도를 높여가는 게 좋다. 특정 컬러를 지정하는 가장 쉬운 드레스코드에서, 특정 패션 아이템을 통일해서 오는 식으로 높여가면 모임 구성원들의 ‘함께’라는 인식도 더 높여준다. 그런 점에서 드레스코드가 있는 모임이 오히려 더 좋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빨간색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기. 모임뿐 아니라 발표나 강연에서도 빨간색 소품을 활용하면 분위기가 훨씬 좋아진다.


이제 남자들 사이에서도 패션이나 스타일링은 중요한 대화 주제가 되었다. 특히 나이가 들면 삼겹살 굽고 소주 실컷 마시던 모임은 크게 줄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여유롭게 대화하는 모임은 더 늘어간다. 사실 늘 뻔한 레퍼토리로 술만 마시는 모임은 오래가기도 어렵다. 술 취한 기억만 있지 정작 함께한 사람들의 고민이나 비전도 제대로 모른다면 그 관계는 한계가 뚜렷하다. 오래가면서 밀도도 높은 모임이 되려면 술을 버리고 공감대를 늘려야 한다. 이때 드레스코드는 공감대를 늘리는 꽤나 유용한 수단이다. 멋지게 차려입고 와인바에서 만났다면, 부어라 마셔라 하기보다는 대화의 밀도가 더 높아지기 쉽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장소에서, 어떤 분위기냐에 따라 우리의 행동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스타일링의 기본이 TPO라는 건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을 고려해 옷이건 액세서리건 선택하면 적어도 실패할 리는 없다. 한겨울 멋 부리다 얼어죽는다는 말도 TPO와 연결된다. 멋 부리는 건 좋지만 남들의 눈에 너무 추워보이는 건 시각적으로도 민폐가 된다. 제멋에 사는 건 좋지만, 우린 함께 어울려 산다. 그래서 계절에 맞게, 상황에 맞게 입는 게 필요하다. 장례식장에선 검은색으로 단정하게 입는 게 좋고, 결혼식장에선 신부가 입은 웨딩드레스와 같은 흰색 드레스는 피해야 한다. 

 

TPO를 지키는 건 그날의 주인공에 대한 배려이면서, 함께 어울리고 싶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물론 TPO에 얽매이는 게 싫어서 일부러 더 과감하게 틀을 깨는 스타일을 선택하려는 이들도 있다. 용기는 좋지만, 적어도 TPO를 잘 지켜 멋쟁이 소리를 듣고 난 다음에 틀을 깨도 늦지 않다. TPO를 무시하는 것과 TPO의 경계를 살짝 넘나들며 틀을 깨는 건 큰 차이다.

 

드레스코드를 지키는 건 기본이고, 드레스코드가 따로 없어도 센스 있게 스타일링하는 건 멋쟁이들의 몫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빨간색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시기인 만큼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소품으로 재치를 발휘할 절호의 기회이다. 빨간색 루돌프 뿔처럼 생긴 머리띠나 동그랗고 빨간색 코, 산타클로스를 연상시키는 흰색 털이 끝에 달린 빨간색 삼각형 모자 같은 소품을 활용해볼 찬스다. 이 시기에 각종 모임이나 파티, 아니면 무슨 발표나 강연에서 활용해도 좋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유쾌한 미소를 몇 십초쯤 만들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크리스마스 시즌, 멋쟁이가 될 기회를 놓치지 말자. 1년에 한 번 주어지는 기회다. 이런 작은 일상의 재미를 챙겨가는 것도 ‘클라스’를 높이는 일이다. 행복은 작은 데서 시작되니까.​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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