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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쓸쓸한 겨울 지키는 홍보석, 산수유

층층나무과, 학명 Cornus officinalis Siebold & Zucc.

2017.12.13(Wed) 10:50:34

[비즈한국] 황량한 빈 벌판, 초록빛은 사라지고 육중하고 칙칙한 갈색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다. 찬바람 불어 날씨마저 스산한데 이리저리 정한 곳 없이 바람에 쏠려가는 칙칙한 낙엽이 한없이 외로움을 더하는 계절이다. 쓸쓸함과 공허함이 가득한 이 계절에 눈이 시도록 파랗고 빈 하늘에 새빨간 열매가 보석처럼 빛난다. 탱글탱글 잘 여문 산수유 열매다. 햇살 아래 반짝이며 초점 잃은 허전한 시선을 확 당기는, 곱고 빨간 열매에 눈길이 아니 갈 수 없는 겨울 진풍경이다.

 

여름 가고 가을 가고 낙엽 진 빈 하늘에 산수유 열매가 홍보석같이 빛난다. 사진=필자 제공


이른 봄 산천에 눈이 채 녹기도 전에 개나리보다도 더 먼저 샛노란 꽃망울 터뜨려 이 땅에 봄소식을 알려주던 산수유다. 봄에 새잎도 나기 전에 꽃소식부터 전하더니 황량한 겨울 빈 하늘을 저리도 붉게 지키고 있으니 설중(雪中)에 독야청청 푸름을 돋보이게 하는 소나무에 못지않게 장한 나무다.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산수유, 잎새 진 마른 줄기에 올망졸망 매달린, 앙증맞은 노란 꽃송이들이 얼마나 고왔던가? 한겨울 내내 메마른 앙상한 가슴 속에 훈훈한 봄기운을 다닥다닥 덧씌우고 야산 자락과 동네 언저리를 노란 꽃물결에 퐁당 잠기게 했었다.

 

여름 가고 가을 가고 낙엽 진 빈 하늘에 산수유 열매가 홍보석같이 빛난다. 흰 눈 펑펑 쏟아지는 겨울이면 하얀 눈밭에 타오르는 불꽃처럼 주렁주렁 마른 가지에 빨간 열매를 매단다. 그것뿐이랴, 먹거리 떨어진 배고픈 겨울 산새에게 달콤한 열매를 아낌없이 내준다. 꽃도 예쁜 것이 열매마저 곱고 배고픈 직박구리 배 채우는, 하는 짓도 고운 산수유다. 

 

한겨울에 눈 속에서 보석처럼 빛나며 겨울 산새에 먹이를 보시하는 산수유의 잔가지를 보면 그 앙상한 마른 줄기에는 말라가는 빨간 열매와 함께 다가오는 새봄에 꽃피울 꽃망울이 봉긋봉긋 부풀고 있다. 여린 꽃망울이 매섭고 차가운 한겨울에 모진 시련을 견디며 자라고 있다. 이른 봄부터 황량한 산천을 꽃단장하고 낙엽 진 쓸쓸한 가을에는 빈 하늘에 별처럼 고운 홍보석을 매달아 볼거리를 제공한다. 흰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에는 배고픈 산새의 굶주림을 달래준다. 산수유 열매는 우리 사람에게도 매우 유익한 한약재다. 눈물 핑 돌게 고맙고 아름답다. 우리 삶이 본받고 싶은 곱고 소중한 나무다. ​ 

 

산수유 열매는 겨울에는 배고픈 새의 먹이가 되고, 사람에게는 유익한 한약재로 쓰인다. 사진=필자 제공


산수유는 한국·중국 등이 원산으로 주로 중부 이남에서 야산이나 마을 주변의 밭에 심어 기른다. 이른 봄에 노란 꽃이 피고 열매는 10월 이후 빨갛게 익는다. 그대로 두면 봄에 꽃이 필 때까지 열매가 가지에 매달려 있다. 종자는 긴 타원형이며, 능선이 있다. 10월 상강(霜降) 이후에 수확하는데 약간의 단맛과 함께 떫고 강한 신맛이 난다. 국내에서는 전남 구례군 산동면,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경북 의성군 등에서 특산품으로 출하하고 있다. 예로부터 육질과 씨앗을 분리하여 한방에서 약재로 쓰였으며 민가에서 차나 술 재료로 이용해 왔다. ​

박대문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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