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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실리콘밸리] '민주적 화폐'를 꿈꾼 비트코인의 역설

탈중심화·탈권력화를 위해 탄생해 투기 대상으로 전락하기까지

2017.12.12(Tue) 15:10:27

[비즈한국] 비트코인이 화제입니다. 매일같이 엄청난 등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죠. 1분마다도 오르락 내리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수익을 내고 싶은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느낌입니다.

 

큰 화제를 모은 것에 비해 비트코인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은 뭘까요? 그리고 왜 이렇게 모두에 주목을 받는 투자 대상이 된 걸까요?

 

비트코인은 파생상품보다 더 위험한 투자대상으로 고위험투자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비트코인을 만든 사람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그룹이라는 설도 있지요. 딱 하나 알려진 건 제작자가 자신을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칭했다는 겁니다.

 

2008년 10월. ‘bitcoin.org’​라는 도메인이 등장합니다. 11월에는 ‘비트코인: p2p 전자 화폐 시스템’이라는 논문을 누군가가 암호화해 소수에게 메일로 전송했습니다. 비트코인의 개념을 소개한 논문이었죠. 2009년 1월 사토시는 오픈 소스로 비트코인을 공개했습니다.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만든 이유는 거대 권력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2008년은 월스트리트가 일으킨 금융 몰락이 있던 시기입니다. 월스트리트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리스크를 함부로 다뤘습니다. 그리고 리스크를 견디지 못해 무너졌습니다.

 

문제는 월스트리트 금융이 실패를 책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은행이 무너지면 온 나라가 힘들다는 생각에 미국 정부는 월스트리트 금융을 구제했습니다. 개인투자자의 파산은 규제해주지 않았지요.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은 정작 대가를 치루지 않았던 셈입니다.

 

사토시는 거대 금융과 정부를 불신했습니다. 대신 다수의 사람이 모여 신뢰를 만드는 화폐를 꿈꿨습니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통해서 말이죠.

 

비트코인을 이해하려면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해야 합니다. 블록체인은 보안을 처리하는 새로운 방식입니다. 기존 암호는 뚫기 어려운 하나의 장소를 만드는 방식으로 보안이 작동했습니다. 암호를 통해서 일종의 ‘금고’를 만든 거지요.

 

블록체인은 역발상으로 보안을 만듭니다. 모든 사람이 정보를 갖고 있으면 모든 사람을 오염시키지 않는 한 보안은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금고를 만들어봤자 결국은 뚫리게 되니 차라리 모든 사람이 정보를 갖고 있게 만들어서 역설적으로 정보의 순수성을 유지하자는 거지요. 토렌트 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p2p 방식을 암호에 활용한 셈입니다.

 

블록체인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신기술이 그렇듯 블록체인은 사람의 욕망을 가장 잘 대변하는 분야에서 먼저 쓰임새를 찾았습니다. 돈입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처음으로 알린 기술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결제를 대신하는 게 핵심이지요.

 

원래 화폐는 약속입니다. 실제로는 달러도, 원도 아무 가치를 가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특정 화폐 단위에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모두가 합의해 사용한 것이지요. 그 보증인은 ‘정부’일 테고요. 그래서 정부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 ‘달러’라는 가장 강력한 화폐를 가진 미국이라면 그 힘은 더 엄청나겠지요.

 

비트코인은 이를 보증하는 중앙 권력이 없습니다. 대신 모든 사람이 신뢰를 보증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장부를 갖고 있습니다. p2p 시스템이지요. 덕분에 중앙 권력이 없음에도 화폐 거래 유무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중앙 집권이 없다면 누가 화폐를 발행할까요? 유저가 스스로 만듭니다. 채굴입니다.

 

비트코인 채굴은 승자독식의 수학 문제 경쟁입니다. 컴퓨터를 통해 특정 수학 암호 문제를 풀면 일정량의 비트코인이 새로 발행됩니다. 암호 문제를 푼 승자는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대가로 받습니다. 암호 문제는 점차 어려워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안이 강화되는 셈이죠. 

 

비트코인은 2100만 개 이상 발행하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사토시는 인플레이션을 가장 불신했기 때문입니다. 사토시는 중앙정부의 역할을 이기적인 개인 간 경쟁이 대신하게끔 설계했습니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매력은 투명성입니다. 기존 화폐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양적완화, 환율 조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국의 이익을 위한 액션을 취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다릅니다. 다수의 이기적인 개인에 의해서 화폐가 만들어지고 거래가 보증되기에 특정 권력이 의도를 갖고 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모든 사람이 장부를 갖고 있기 때문에 투명합니다. 비트코인은 익명성을 보장한다는 오해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보다 더 공개되어 있습니다. 모든 거래 내역이 전 세계 비트코인 유저에게 분산돼 저장되기 때문이죠. 비트코인 주소와 실제 사람을 연결하기는 어렵지만 거래 자체를 알기는 매우 쉽습니다. 환전소를 확인하면 해당되는 주소와 거래자를 연결할 수도 있고요.

 

비트코인 얼핏 봐도 매우 복잡한 시스템입니다. 재미있게도 비트코인은 은행을 대신하기보다는 주식을 대신하는 방식으로 먼저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결제와 거래보다는 투자의 대상이 된 거지요.

 

정부와 은행이 없이 다수가 신용을 보증하는 화폐. 그러니 이 화폐의 가치도 대중이 정합니다. 정부가 없으니 대중이 원하는 가치가 바로 그 화폐의 가치인 셈입니다.

 

그러니 이 화폐는 기존의 화폐와는 달리 가치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의 변덕이 곧 그 화폐의 가치인 셈이니까요.

 

처음 비트코인의 가치는 매우 낮았습니다. 신용을 보증할 사람이 적었으니 당연하겠죠. 하지만 점점 비트코인이라는 화폐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면서 가치가 올랐지요.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정부를 불신하고, 정부보다 다수를 신뢰하는 사람은 신뢰를 위해 비트코인을 사용합니다. 실제로 중국 부자 중에는 중국 은행과 정부를 불신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간편한 거래 시스템에 매력을 가진 해킹조직 등 범죄 조직도 비트코인을 선호하기 시작했죠. 비트코인 가치가 커지면서 투자의 대상으로 비트코인을 모으는 사람도 늘어났습니다.

 

비트코인 설명 영상. 비트코인은 워낙 개념이 복잡해 이를 설명하는 콘텐츠가 많다.

 

비트코인을 만들며 사토시는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까요? 초기 사토시는 많은 코인을 갖고 있었고, 이를 통해 엄청난 잠재수익을 거뒀을 겁니다. 그가 꿈꿨던 월스트리트의 탐욕에 맞서는 새로운 화폐라는 꿈은 어떨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은 그 자체가 월스트리트 못지 않은 위험한 탐욕과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탈중심화·탈권력화라는 꿈도 이뤄졌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오픈소스 비트코인 개발팀의 일원이던 로저 비어가 이탈해 비트코인 캐시로 옮기자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했습니다. 세계 최고 비트코인 채굴장의 리더이자, 암호화폐 거래소의 주인인 우지한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비트코인 개발팀이 우지한의 채굴머신을 무력화시키자, 우지한은 비트코인 캐시라는 복제품을 만듭니다. 소수의 개발팀이 가치를 쥐락펴락하는 복잡한 화폐. 이게 과연 사토시가 꿈꾸던 비트코인일까요?

 

치밀한 설계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사람이겠지요. 사람의 탐욕이 있는 한 모든 물건은 탐욕을 위해, 그 중에서도 능력 있는 소수를 위해 사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탐욕과 싸우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또 하나의 투자 대상이 된 화폐 시스템, 비트코인이었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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