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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덕일기] 프로 게이머 인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팬과의 직접 교류가 가능하다는 특성 때문…게임사가 강력하게 제재해야

2017.12.07(Thu) 18:25:50

[비즈한국] 프로 게이머가 타 종목 운동선수와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접근성이다. 다른 운동 선수들에 비해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프로 게이머만의 매력이다. 소셜미디어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게임 내에서의 만남이다. 각자 팀이 보유한 훈련장에서 게임을 연습하는 전통 운동선수와 달리 프로 게이머는 게임사가 운영하는 게임서버에서 연습한다. 팀끼리 진행하는 ‘스크림’이라는 비밀연습이 있지만, 개인연습은 게임서버에서 진행한다.

 

게임연습뿐만 아니다. 과거와 달리 선수가 적극적으로 게임 스트리밍에 참여해 팬과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졌다. 리그 오브 레전드 기준으로 SKT T1은 트위치와, 아프리카 프릭스는 아프리카TV 등과 계약해 스트리밍을 진행하고 있으며 과거엔 모든 선수가 아주부TV로 방송을 진행했다. 팬들은 선수에게 직접 후원을 하거나, 선수와 채팅을 하는 등 교류할 수 있게 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롱주 게이밍 소속 게이머 ‘칸’ 김동하는 최근 서버에서 중국 국적 게이머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벌금 100만 원과 1경기 출장 정지 제재를 받았다.​ 사진=인크레더블 미라클 페이스북


이러다 보니 여러 해프닝이 발생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롱주 게이밍 소속 게이머 ‘칸’ 김동하는 최근 서버에서 중국 국적 게이머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벌금 100만 원과 1경기 출장 정지 제재를 받았다. SKT T1 소속의 ‘뱅’ 배준식 역시 시청자와 채팅창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해 주의 조치를 받았다. 

 

한국 선수만의 일은 아니다. 북미의 클라우드 9(Cloud 9) 소속 ‘스벤스케런’ 데니스 욘센은 2014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예선을 앞두고 인종차별적 어휘로 아이디를 만들고 발언을 하는 등 문제를 일으켜 챔피언십 예선에 참여하지 못했고 팀은 탈락했다. 

 

‘칸’ 김동하는 최근 인종차별 발언으로 인해 제재를 받았다. 사진=커뮤니티 PGR21


스타크래프트라고 다를까. 프로 게이머 출신 방송인 역시 인터넷 방송에서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으로 인해 도마 위에 올랐다. 온갖 뉴스에 올라 모두가 아는 ‘철구’ 이예준의 기행은 너무나 유명하다. MBC게임 프로게임단 출신인 염보성 역시 방송에서 지방에 있는 대학교를 비하하고 선배 게이머를 비하해 논란을 불렀다. 

 

인터넷에서 흔히 쓰는 ‘알못(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역시 허영무가 싸이월드를 통해 팬들에게 “게임 알지도 못하는 놈들아 너네들이 와서 함 해볼래?”라고 말하며 화제가 됐다. 가뜩이나 부진한 경기력으로 인해 비판받던 허영무는 그 언행으로 인해 더욱 거센 비판을 받았다. 

 

허영무는 팬들을 비하해 비판받았다. 사진=커뮤니티 PGR21


한국e스포츠협회는 주기적으로 소양 교육을 진행하며 프로게임단 역시 자체 교육을 진행한다. 하지만 여전히 설화가 들려온다. 말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데, 왜 이렇게 말로 업보를 쌓지 못해 안달인 걸까. 이 모든 일은 프로 게이머에 대한 직업윤리가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한다. 

 

어릴 때부터 트레이닝을 거쳐 선수가 되는 전통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흐릿하다. 당장 오늘까지 공개된 서버에서 열심히 채팅하며 놀던 게이머가 내일부터 구단 소속 프로가 되는 일은 만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딱히 방법은 없다. 프로 게이머를 꿈꾸는 수많은 PC방 유스들과 프로 게이머 지망생에게 하루아침에 도덕군자가 되고 방송인에 걸맞은 조심성을 갖추라고 강요할 수 없다. 그나마 나은 방법은 하나다. 게임사가 자체적으로 강력하게 제재하는 것이다. 같이 게임하는 사람 부모의 안부를 묻는 패륜적인 채팅과 게임 내에서의 고의 방해 행위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 

 

한 번이라도 승부조작, 대리게임에 관련되면 게이머 자격을 박탈하고 영구히 관련 게임에서 퇴출하는 아웃제도도 필요하다. 협회의 힘은 약하고, 해당 게임 제작사의 영향력은 크기에 가장 효율적이면서 자연스러운 처사다. 

 

프로 게이머에게만 유난히 엄격한 잣대가 아니냐고 비판할 수 있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종목의 선수보다 팬들과 가까운 위치에서 교류한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 그리고 팬들과의 접점이 많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선수는 프로가 지녀야 할 자세와 게이머가 지녀야 할 자세를 동시에 갖춰야 한다. 협회가 프로의 자세를, 게임 제작사가 바른 게이머의 자세를 요구해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는 그 지겨운 선수들의 인성 논란을 보아야만 하는가. 지금부터라도 바꾸자.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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