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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북한 화성-15형 미사일 지휘부, 해성-2로 잡는다

최초 지·해·공 미사일 합동훈련 실시…순차·지속 공격 시 지하 벙커도 타격 가능

2017.11.30(Thu) 18:38:13

[비즈한국] 지난 11월 29일 새벽 2시, 몇 달 동안 침묵을 지킨 북한이 갑작스럽게 또 다시 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미국 알래스카나 LA를 넘어 워싱턴도 타격할 수 있는 “모든 미국 영토를 타격 가능한 핵미사일”을 개발 완료했다고 선언했다.  

 

북한이 발표한 이 성명문은 자신들이 책임 있는 핵강국이며 평화 애호국가이며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할 것이라는, DC코믹스 악당의 대사에서나 나올 것 같은 궤변과 허풍으로 점철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이 만든 신형 미사일인 화성-15형이 4475km까지 상승하여 950km의 거리를 비행했다는 발표 자체는 사실로 보인다.

 

11월 29일 새벽 2시 북한에서 발사한 화성-15형 미사일. 사진=KCNA


정부와 국방부는 북한의 이런 행동을 결코 좌시하지 않았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불과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수요일 오전 3시 23분, 한국군은 동해상에서 사상 최초의 지·해·공 미사일 합동 실사격훈련을 실시하여, 북한의 도발을 즉각 격퇴하고 응징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훈련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미리 북한의 도발 징후를 포착한 국방부는 훈련계획을 세우고, 도발이 확인됨과 동시에 육·해·공군의 핵심 유도무기에게 공격명령을 내렸다. 이때 동원된 무기체계는 육군 유도탄사령부의 현무-2 탄도미사일, 공군의 KF-16에 탑재된 SPICE-2000 유도폭탄, 그리고 해군 이지스함에 탑재된 해성-2(현무-3) 미사일이다.

 

지금까지 북한 미사일 시험 대응 훈련은 육군 유도탄 사령부, 특히 현무-2 탄도미사일의 역할이었다. 현무-2 탄도미사일은 북한의 스커드·노동 탄도미사일보다 사거리는 짧지만 훨씬 뛰어난 신속 발사능력과 정밀도를 가진 미사일로, 북한의 미사일과 도발에 가장 빨리 대응할 수 있는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F-35 스텔스 전투기의 폭격이나 F-15K의 타우러스 미사일 같은 무기의 경우 고도의 복잡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준비에 시간이 걸리지만, 트럭에 탑재된 현무-3는 수분 이내에 공격이 가능하고, 탄도미사일의 속도는 시속 수천 km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훈련에서 국방부는 전투기의 정밀 유도무기와 전투함의 미사일로 대응 타격 훈련을 했다. 이것은 우리 군이 북한의 도발징후를 탐지하는 사전 조기경보 능력, 표적을 발견하고 어떻게 공격할지 결정하여 전달하는 지휘 통제 능력이 과거보다 훨씬 발전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전에서도 북한의 도발이 발생하면 도발 징후를 미리 파악한 다음, 곧바로 어느 군의 어떤 무기로 어떤 곳을 공격하고 어떤 타이밍으로 진행할지를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적의 도발을 미리 알아챈 다음,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타격을 하는 것이 바로 킬 체인(Kill Chian)이다. 비록 훈련이지만, 29일 새벽의 사격훈련은 바로 우리 군의 킬체인 능력이 상당 수준에 이르렀음을 증명했다.

 

해성-2 미사일. 사진=국방부


이번 훈련의 또 다른 내용도 매우 흥미롭다. 국방부는 이번 사격 훈련에 ‘지·해·공 미사일 동시 탄착(TOT)’ 개념을 적용한 정밀타격을 사용했으며, 훈련의 목적이 적의 미사일 기지를 일거에 궤멸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TOT는 무엇일까?

 

TOT는 Time On Target의 약자로, 원래 미사일 발사와 폭탄 투하 공습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포병의 용어이다. 대포는 포물선을 그리며 표적에 도착하는데, 이때 포탄의 발사 각도에 따라 표적에 도달하는 시간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이를 역이용하여 처음 발사하는 포탄은 탄착 시간을 오래 걸리게 하고, 그다음 포탄의 탄착 시간을 점점 줄여서 동시에 폭발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방부가 말했던 대로 미사일 TOT는 적을 일거에 궤멸시키는 방법일까? 위력을 볼 때, 폭격의 동시 폭발이 항상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축차적 타격 혹은 한 번에 여러 표적을 동시에 타격하는 것이, 여러 미사일과 폭격을 한 점에 집중하는 것보다 적을 마비시키는 효과가 더 클 수도 있고,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미사일을 집중 공격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미사일 TOT 사격은 우리 군이 아직 달성하지 못한 새로운 북핵 응징 대응능력을 가져다 줄 수 있는데, 바로 견고한 지하표적을 격파하는 데 유용한 전술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6·25 전쟁에서 겪은 미국의 엄청난 폭격 이후 중요 시설을 갱도화, 지하화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고, 이른바 ‘철봉각’ 등 북한의 핵심 지휘소들은 매우 깊은 지하 갱도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성-2 미사일(사진)을 순차적으로 계속해서 정밀하게 쏠 경우, 지하 깊은 곳의 벙커도 약화시킬 수 있다. 사진=국방부


이 때문에 우리 군은 지하관통 능력이 있는 여러 미사일을 개발 및 도입했으나, 재래식 탄두의 위력으로는 아무래도 그 능력이 제한되었다. 그렇다면 TOT 사격 개념을 도입한 미사일 공습은 어떨까. 1차로 공격을 해서 관통 크레이터가 생긴 구멍에 순차적으로 계속해서 미사일을 명중시키면, 미사일 한 발로 관통할 수 있는 지하 표적보다 훨씬 더 깊은 곳에 있는 표적도 파괴 가능하다. 미사일로 굴을 파듯, 계속해서 지하관통을 위한 구멍을 파고 늘리면서 동시에 지축이 흔들리는 지진효과로 지하 벙커의 내구성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쓰려면 미사일에 두 가지 기능이 필요다. 하나는 표적의 명중 시점을 정확히 계산 가능하도록 비행 궤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기능, 또 하나는 정밀도가 매우 정확해서 이미 파괴된 갱도 구멍에 다시 명중하는 기능이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것이 바로 이번에 첫 공개 사격을 실시한 해성-2(현무-3) 미사일이다. 

 

탄도 미사일인 현무-2와 달리 해성-2(현무-3)는 크루즈 미사일로, 날개와 터보제트 엔진이 장착되어 비행기처럼 비행하여 표적에 명중한다. 적의 레이더 탐지를 막기 위해 바다 위에서는 5m 내외의 고도로 비행하며, 지형지물을 따라 복잡한 비행경로로 표적에 도착할 수 있다. 영상 적외선 탐색기를 장착하여 현무-2를 훨씬 능가하는 초정밀 유도가 가능하다.

 

해성-2의 탄두는 5m 두께의 강화콘크리트를 관통하는 수준이지만, 중첩·동시공격을 진행한다면 지하 수십 미터의 갱도 지휘부도 지진효과에 의한 손상이나 관통을 안심할 수 없다. ​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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