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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가곡 '비목'과 '비목나무'는 무슨 관계일까

비목나무(녹나무과, 학명 Lindera erythrocarpa)

2017.11.29(Wed) 09:46:05

[비즈한국] 텅 빈 하늘에 새빨간 열매가 매혹적으로 겨울을 맞이하는 비목나무다. 샛노란 단풍이 무르익어가는 잎새 사이로 자잘한 열매가 송알송알 드러나 보이다가 단풍이 지고 나면 새빨간 빛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열매가 드러난다. 

 

이른 봄에는 새잎이 나오기 전에 생강나무를 닮은 연한 노란빛의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피어난다. 작은 우산 모양의 산형꽃차례로 피어나는 꽃에서 은근한 향이 곱게 묻어난다. 한여름 산행 중에 새파란 잎을 따서 비비면 강하고 상큼한 향기가 물씬 풍겨 피로감도 덜어 준다. 가을의 샛노란 단풍에 초겨울에는 눈부시도록 새빨간 열매가 도드라지게 눈길을 끄는 화려하고 향기롭고 매력적인 나무다. 다른 이름으로는 보얀목, 백목이라고도 하는데 비목나무는 재질이 단단하여 돌처럼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단풍이 지고 나면 새빨간 빛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비목나무의 열매가 드러난다. 사진=필자 제공


비목나무를 처음 접하는 대부분 사람은 우리나라 전통 가곡 ‘비목(碑木)’을 연상한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중략)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파,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학군단 초급장교였던 한명희 씨가 6·25전쟁 때 전투가 치열했던 강원도 화천 부근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무명용사의 녹슨 철모와 돌무덤을 보고 지은 시라고 한다. 이 시에 훗날, 1967년에 작곡가 장일남 씨가 적막에의 두려움과 전쟁의 비참함, 그 절박함 속에서 더욱 간절한 향수 등을 서정적으로 잘 표현하여 만든 곡이 오늘의 가곡 ‘비목’이다. 따라서 전쟁의 슬픔을 표현한 가곡 ‘비목(碑木)’의 단어는 ‘나무로 만든 비(碑)’란 뜻이다. 주로 중부 이남에 자라는 꽃도 곱고 향도 강한 비목나무와는 무관한 가곡이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이 맨 처음 ‘비목나무’를 접하면 가곡 ‘비목’을 생각한다고 말한다. 무슨 까닭으로 이 둘을 서로 연관 지어 생각할까를 곰곰 추리해본다. 우선 가곡의 노랫말이 뜻하는 것은 ‘나무로 만든 비(碑)’이므로 목비(木碑)가 되어야 했는데 ‘비목’이라 이름 붙였다. 게다가 비목나무가 한자어가 아닌 한글명인 탓에 한자어로는 비목(碑木)이 아닐까 여겼으리라 싶다. 비목나무라는 한글 기록이 나타난 것은 1920년대에서 1930년대 사이라 한다. 한자어를 그대로 쓴 것이라 하면 비목(碑木)에 또 ‘나무’를 덧붙여 ‘비목나무’라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한국식물생태보감 2013’에 의하면 비목나무라는 이름의 유래가 재질이 단단하고 강건한 성질과 관련이 있어 비목(碑木)과 무관하지 않은 것도 같다고 한다. 우선 ‘가례집람도설(家禮輯覽圖說)’에 따르면 천자(天子)의 관을 하관(下棺)할 적에 사용하는 풍비(豊碑)에 이용되었던 재질이 단단한 막대기를 비목(碑木)이라 했는데, 여기에서 유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목나무는 ‘나무로 만든 비석’을 뜻하는 가곡 ‘비목’과는 다르다. 그러나 재질이 단단해 나무비석으로도 이용할 만하다. 사진=필자 제공


또 다른 하나는 비목나무의 재질과 느낌이 말 그대로 비석(碑石)을 대신하는 십자가 등 나무 비(碑)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한다고 보는 것이다. 앞서 풍비의 비목처럼 단단한 정도가 돌과 같고, 나뭇결의 무늬도 수석(壽石)과 같아서 돌 비석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풍비의 비목이건, 비석 대신의 비목이건 간에 비목나무의 재질을 익히 알아 그에 걸맞은 용도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유래를 유추해볼 수 있다는 것이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설명이다.

 

비목나무는 경기도 서해안과 충청도 이남인 지방에서 주로 자라는 암수딴그루다. 생강나무속(屬) 가운데 가장 키가 큰 아교목성(亞喬木性)으로 위로 곧게 자라고, 나무 모양이 아름답다. 목재는 재질이 치밀하고 갈라지지 않아 가구재나 조각재, 나무못으로 사용한다. 줄기가 뽀얗고 잎과 가지에서 한약 냄새가 난다. 둥근 열매가 선명하고 윤기 나는 붉은색으로 가을에 익는다. 가지와 잎, 열매를 채취하여 열을 내리게 하거나 중풍으로 인한 마비 증세 치료, 심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약재 또는 향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재질이 단단하며, 꽃도 열매도 곱고, 향기도 진하여 가구재, 약재 및 관상수로도 유용한 비목나무는 사람의 간섭이 적고 자연성이 잘 보존된 곳에서 자라는 우리 자생종이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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