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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굿나잇 앤드 굿럭

인간 생체시계는 하루 24시간 주기, 밤에 잘 자야 건강하다

2017.11.16(Thu) 10:23:17

[비즈한국] 과학자들이 뭔가 새로운 발견을 했다는 내용이 뉴스에 나오고는 한다. ‘쿼크’ 또는 ‘소립자’ 따위가 등장하면 과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로서는 뉴스를 듣거나 읽어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을 때가 있다. 일반인의 일상에서 경험하거나 관찰하기 힘든 현상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상세내용은 이해가 안 되더라도 그 현상이나 응용이 익숙한 경우라면 그렇게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나노’나 ‘유전자’가 등장해서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성능 좋은 가전제품을 만들 수 있다거나 수명 연장이 가능해졌다는 식이라면 반응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중력파의 실재를 확인한 학자들이, 생리의학상은 생체시계로 알려진 24시간 주기리듬을 통제하는 유전자를 찾아낸 학자들이 수상했다. 역시 물리학상의 내용은 뭔가 한참 들여다봐야 할 것 같고, 그래도 이해는 안 될 것처럼 보인다. 생리의학상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24시간을 주기로 동식물이 몸 상태에 맞추어 생활한다는 정도는 익숙하게 느껴진다.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쉬고, 해외여행을 가면 시차 적응에 고생하는 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잠을 자는 동안 면역체계를 보호하는 물질이 나오고, 정보를 재정리하고, 학습한 기억을 강화한다. 따라서 잠이 모자라면 당연히 건강에도 문제가 생긴다.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낮과 밤이 바뀌는 지구에서 수십억 년을 살아온 생명체들이 그 환경에 맞게 생체시계를 장착하게 된 것은 그럴듯해 보인다. 사람도 별다르지 않아서 혈압, 체온, 반응 속도 등이 시간대별로 상황에 맞추어 조절된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낮에는 깨어 있고 밤에는 잠을 자는 것이다. 

 

잠을 자게 하는 건 크게 두 가지 과정에 의해 조절된다고 과학자들은 생각한다. 첫 번째가 앞서 언급한 생체시계이다. 빛이 있는 낮에 생성된 멜라토닌은 어두워진 밤에 분비되어 사람이 잠을 잘 수 있도록 돕고, 아침이 되어 빛을 받으면 그 분비가 멈춘다. 빛, 특히 청색빛에 의해 이런 과정이 조정되기 때문에 낮에는 밝고 밤에는 어둡게 지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잠을 자려면 불을 끄고 스마트폰도 보지 말라고 하는 이유이다.

 

또 하나는 수면 구동(sleep drive)이라는 메커니즘이다. 배가 고파지면 음식을 먹고 싶어지는 것처럼 낮 동안에 수면욕구가 쌓이다가 일정 수준에 이르게 되면 졸리게 된다. 음식에 대한 욕구와 다른 점은, 배가 고파도 먹는 걸 참을 수는 있지만 졸린 건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목숨이 위태로운 전쟁터에서도 병사들이 잠드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지구의 자전에 의한 낮과 밤의 환경 변화에 맞추어 생체시계라는 메커니즘을 생명체가 갖게 되었다고 이해한다 해도 왜 꼭 잠을 자야 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포식자들에 잡아먹힐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들이 잠을 자는 것을 보면 더 그렇다. 그렇지만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잠을 잘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을 때는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아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우리에게 왜 적절한 수면이 필요한지 알면 수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체시계에 따른 인체의 변화. 사진=노벨위원회


사람이 잠을 자는 동안에는 면역체계를 보호하기 위한 물질을 내어놓고, 뇌에서 불필요한 독소를 씻어내며, 정보를 재정리하고 학습한 기억을 강화한다. 여러 물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활발해져서 몸의 성장과 회복을 돕는다. 따라서 잠이 모자라거나, 늦게까지 깨어 있거나, 교대근무 등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수면 리듬을 갖게 되는 경우에는 당연하게도 건강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비만이나 당뇨 등 대사질환, 면역계 질환,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 학습능력이나 기억력 저하, 이성적 판단 저하, 우울증, 암 등은 수면부족 또는 불규칙한 수면에 의한 부작용으로 알려진다. 미국의 우주왕복선인 챌린저호 폭발 사고, 스리마일이나 체르노빌의 원전 사고 등 각종 사고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도 직원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것이 꼽힌다. 

 

옛날에 비하면 아늑한 잠자리를 제공하지만 한편으로는 도시의 밤은 환하고 업무나 오락이나 밤낮없이 가능해진 현대는 제때 충분히 잠을 잘 수 없는 환경이다. 야근, 회식, 교대근무, 입시/취업 경쟁 등이 일상인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더 악조건인 것 같다.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달 뉴스의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등학생 10명 중 4명이 하루 6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한다고 한다(미국 수면재단이 권하는 수면 시간은 청소년 8~10시간, 성인 7~9시간이다). 이래서야 학생들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학습 효과도 좋을 리가 없다. 

 

우리 아이들, 이제 좀 잘 재우자. 그리고 곧 있을 수능을 치를 수험생들에게 미리 인사를 전한다. 시험 끝나고 며칠만이라도 푹 자길 바란다. 잘 자요, 수험생 여러분. 고생 많았어요.​ 

정인철 사이언스커뮤니케이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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