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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과 꼭 닮은 '피파온라인4' 보상 문제, 넥슨의 딜레마

전작 피파온라인3 자산가치 이전 발표…보상 수위에 따라 신작 흥행에 영향

2017.11.02(Thu) 17:16:41

[비즈한국] 넥슨이 인기 온라인게임 ‘피파온라인3’의 후속작 ‘피파온라인4’를 2일 발표했다. 게임 유저들의 관심은 피파온라인4가 어떤 게임이냐가 아니라 피파온라인3의 후속 조치에 모아졌다. 정확히 말하면 피파온라인3에서 보유하고 있는 선수와 돈, 즉 자산 가치의 처리와 보상에 관한 문제다.

 

피파온라인4는 오는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지스타 2017’​에서 첫 시연 후, 12월 중 비공개 테스트를 거쳐 내년 러시아 월드컵 이전 정식 서비스될 예정이다. 콘솔게임인 피파17을 기초로 그래픽을 더욱 향상시켜 PC 온라인게임에 최적화된 형태로 개발 중이다.

 

넥슨은 신작 축구게임 ‘피파온라인4’​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전 서비스를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넥슨 제공

 

피파온라인3의 자산 가치 처리는 생각보다 꽤 큰 이슈다. 넥슨의 지난해 연 매출은 1조 9358억 원. 이러한 매출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간판 게임이 바로 피파온라인3다. 피파온라인3는 2012년 서비스 이후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 계산해도 게임 유저들의 돈 5000억 원가량이 게임 내 자산 가치로 축적된 셈이다.

 

이날 이정헌 넥슨 부사장은 피파온라인4 쇼케이스에서 “총 보유자산을 EP포인트로 환산해 이전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며, 구매 유저를 위한 추가 혜택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일단 큰 그림은 나온 셈이다. 어떠한 온라인게임도 영원히 서비스 될 수는 없다. 합리적인 보상 조치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리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피파온라인3가 하나의 거대한 경제 생태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 주식 시장을 꼭 닮은 피파온라인3 경제 시스템

 

피파온라인3의 경제시스템은 마치 주식 시장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 각각의 선수들이 하나의 종목이고, 거래는 철저히 호가에 따라 움직인다. 판매가격은 게임 유저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지만 상한가와 하한가가 정해져 있다. 수요가 많아서 상한가 매물이 쌓이면 시세가 오르고, 반대로 하한가를 기록하면 시세가 내리는 구조다. 이러한 시세 조정은 2시간마다 갱신된다.

 

이때 각각 선수와 선수를 구입할 때 들어가는 돈은 대부분 게임 유저들이 실제 돈으로 구입하는 패키지 상품을 통해 공급된다. 각종 이벤트나 승리수당도 있지만 전체 공급량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수요는 대부분 최상위권 선수들에 몰린다.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싶은 게임 유저들의 일반적인 심리 때문이다. 반면 최상위권 공급은 제한적이다. 게다가 철저히 확률에 의존하고 있어 게임 유저들은 원하는 선수를 얻기 위해 한 번에 수백만 원을 쓰기도 한다. 이로 인해 최상위권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들 간의 가격은 수만 배 차이가 난다. 가령 2016년 시즌 리오넬 메시의 가격은 1000만EP 수준이지만, 얼티메이트 레전드 등급 호나우두의 가격은 400억EP가 넘는다.

 

피파온라인3 최종 콘텐츠인 얼티메이트 레전드. 극히 낮은 확률로 뽑기를 통해 획득하거나, 100억EP 이상의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사진=넥슨 홈페이지 캡처

 

실제 경제와 차이점은 넥슨이 유저들에게 패키지를 판매함으로써 EP는 게임 내에 꾸준히 공급되는 반면, EP 소모는 거기에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래 수수료, 강화 실패, 트레이드 실패 등과 같은 방법으로 소모되고 있지만 공급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돈은 마구 찍어대는데 물자는 한정돼 있는 상황과도 같다. 이때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경제 현상이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결국 지난 5년간 피파온라인3 경제 시스템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겪어야 했다. 인플레이션이 되면 넥슨이 게임 유저들에게 판매하는 패키지의 가치가 떨어진다. 결국 넥슨은 패키지를 더 많이 팔기 위해 더 많은 EP를 제공하고 더욱 능력치가 높은 인기 선수들이 나오도록 만든다. 이는 전형적인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결국 지난 6월 호나우두, 마라도나, 야신, 앙리, 호나우지뉴로 구성된 얼티메이트 레전드 등급이 나오면서 개별 선수 가격은 본격적인 100억EP 시대를 맞는다. 하지만 넥슨 입장에서도 이는 사실상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기도 했다. 시즌제로 대표되는 재탕, 삼탕은 기본이고 월드베스트, 월드레전드, 얼티메이트베스트, 얼티메이트레전드 등 이제는 더 이상 쓸 수식어가 부족할 지경까지 왔다. 더 이상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는 경제시스템을 한 번 리셋 시켜야 할 시점이다. 그 결과가 바로 피파온라인4다.

 

# 신작 발표 소식에 ‘패닉셀’ 이어져…

 

전쟁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면 주식시장은 하락장을 면치 못한다.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피파온라인3도 마찬가지였다. 게임 유저들에게 피파온라인4의 발표는 피파온라인3의 서비스 종료 예고와도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게다가 넥슨이 선수 가치와 보유 EP를 피파온라인4에서 환전해주겠다고 밝힌 상황. 선수 가치는 불확실하지만 EP가 줄어 들리는 없다. 여기서 안전자산은 EP가 된다.

 

게임 내 인기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월드 베스트. 이외에도 주요 인기 선수들은 하루 종일 거래시장에 매물이 쏟아졌다. 사진=피파온라인3M 화면 캡처

 

결국 발표 직후 주요 인기 선수들의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평소 5건 미만으로 올라오던 주요 선수들의 매물이 한꺼번에 100건 이상 올라오며 한 마디로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황이지만, 사실 이럴수록 게임 유저들에게는 손해다. 게임 내 경제 시스템상 각 선수들의 시세가 급락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넥슨 입장에서는 시세가 떨어지면 떨어진 시세에 맞춰 보상을 해주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계속 시세가 폭락하리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넥슨은 최소한 올해 겨울시즌 까지는 피파온라인3를 서비스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피파온라인3의 서비스 종료 여부도 마찬가지다. 온라인게임 특성상 서비스 안정화 여부에 따라 출시시기가 수시로 바뀌는 데다 오히려 당분간 3와 4를 동시에 서비스 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3에서 4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구단 가치에 따라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전을 유도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 보상 수위에 따라 피파온라인4 흥행 영향

 

다시 ‘진짜’ 돈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넥슨이 신작 발표와 동시에 피파온라인3의 자산 가치 보상 문제에 대해서 큰 방향이나마 밝힌 부분은 대단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여기에는 연간 1000억 원 이상 매출을 일으키는 피파온라인3에 입힐 경제적 타격에 대한 복잡한 계산이 숨어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신작 발표와 함께 일시적인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 이를 감수하더라도 넥슨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피파온라인3 유저가 고스란히 피파온라인4로 넘어가는 것은 물론, 신작 효과를 통해 더 많은 유저를 확보하는 그림이다. 특히 신규 유저 확보는 그동안 피파온라인3 담당 부서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했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동안 천문학적인 돈을 써온, 이른바 헤비 유저들의 대거 이탈이다. 이탈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신작에 대한 적응 실패다. 같은 EA 피파 축구 게임이라고 해도 기반이 되는 게임 엔진이 달라진 데다 핵심인 선수 시스템도 변했다. 넥슨은 피파온라인4를 발표하면서 3의 서비스 중단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미를 남긴 이유다.

 

이정헌 넥슨 부사장은 포인트 전환을 통한 보상안을 제시했다. 다만 구체적인 수위는 보다 신중한 검토 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넥슨 제공

 

다른 하나는 충분하지 못한 보상이다. 만약 보상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기존 유저들은 더욱 전작에 남아있기를 원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고스란히 신작의 실패로 이어진다. 일단 넥슨은 두 가지 보상안을 제시했는데 하나는 ‘총 자산규모의 포인트 전환’이며, 다른 하나는 ‘구매 유저에 대한 추가 혜택 제공’이다. 여기서 구매 유저의 추가 보상이란 지난 5년 중 일정기간 동안 게임에 지불한 실제 비용에 대한 비례 보상이 점쳐지고 있다. 이는 마치 화폐 개혁과 유사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보상을 많이 해줄 수도 없다. 그럴 경우 시작부터 신규 유저 사이의 격차가 지나치게 커지기 때문에, 또 다른 목표인 신규 유저 확보에 큰 장애물이 된다. 넥슨은 이 사이에서 적절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적절한 화폐 개혁에 실패한 국가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치는 것은 물론 정권을 잃거나 몰락했다.

 

고작 게임 서비스를 두고 이렇게 진지해질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게임 이야기를 넘어선다. 5000억 원에 달하는 자산 가치 이동에 관한 문제이며, 연간 1000억 원 이상 매출을 일으키는 비즈니스 모델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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