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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과거 권익위, 국방 관련 기관 법 위반 확인하고도 뭉갰다

입찰·납품 비리 등 조사 결과 "부패에 해당" 해놓고 수사기관 이송 안 해

2017.11.02(Thu) 16:56:23

[비즈한국] 국민권익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라 반부패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조직 개편과 혁신을 추진 중인 가운데, 그동안 공직자들의 부패 신고(제보)를 허술하게 처리해왔다는 지적이 나왔다(관련기사 [단독] 권익위, 2년 전 '공관병·복지병 무단운용' 조사하고도 기관 통보 안했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과거 사건 자료를 보면, 권익위 스스로 수사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명시했거나 조사 대상 기관과 공무원이 조사 과정에서 법령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권익위는 최근까지도 “수사기관에 이송하기엔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권익위가 과거 공직자 부패신고 처리를 허술하게 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권익위는 “수사기관에 이송하기엔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대표적 사건은 국방과학연구소의 ‘특정업체 밀어주기’다. 권익위가 2013년 7월 19일 접수 받은 고충민원을 보면, 국방부 산하 A 기관은 2013년 5월 8일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3억 원대 ‘고속영상백업서버 구매사업’ 입찰공고를 냈다. 

 

이 사업은 일반경쟁계약 방식으로 입찰 자격을 갖춘 모든 업체가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A 기관은 요구 제품사양서에 특정 장비 모델명을 명시해 특정 업체를 제외한 다른 업체는 실질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낙찰 후 물품공급확약서 제출 요구’ 부분도 문제가 됐다. 물품공급확약서는 독점적 공급자가 국가를 상대로 한 계약 과정에서 높은 사용료 요구 등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정부입찰·계약집행기준 제5조 2항 등에 따라, 입찰공고 전 협약을 맺은 뒤 낙찰 후 사본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국방과학연구소는 특정 장비를 명시하고 앞서의 절차를 무시한 채 물품공급확약서를 낙찰 이후 제출로 명시했다.

 

권익위에서 작성한 조사결과보고서를 보면, 당시 A 기관 감사실 관계자는 권익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형태로 구매계약업무가 진행되는지 몰랐지만 명백하게 국가계약 관련 법령 위반이다”라고 밝혔다. 계약 담당자는 “타 부서 지인이 소개한 업체가 작성해 준 장비 규격서를 검토해 작성했다”면서도 “물품공급확약서 및 특정모델 지정 등에 관한 국가계약 관련 법령을 숙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 기관 측은 권익위에 최종 의견으로 “이번 민원과 관련, 국방과학연구소는 국가계약법 및 관련 규정을 미준수했다. 향후 재발방지와 관련 규정 준수를 통해 공정한 계약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형태의 구매계약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권익위가 2013년 1월 1일부터 7월 19일까지 A 기관이 조달청에 계약 의뢰한 111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특정 회사의 특정 모델을 기재한 것은 60건, 낙찰자에게 물품공급확약서 등을 부당 요구한 것은 22건이었다. 당시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권익위에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진 업무처리 절차였다”고 증언했다.

 

조사결과보고서를 보면, 권익위 역시 이 같은 형태의 계약이 과거부터 조사 당시까지 이어져 온 부분을 문제라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패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며 “관련 부서에 신고하도록 하겠다”고 명시했다.

 

권익위는 조사결과보고서에 A 기관의 입찰비리에 대해 신고할 것을 명시했지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고는 물론, 수사기관 이송은 이뤄지지 않았다. A 기관 측도 조사 이후 권익위로부터 별다른 통보나 조치를 받은 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한국’이 A 기관에 구체적인 확인을 요청했지만 이 기관 관계자는 “시스템 변경으로 자료를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답변한 이후 별다른 입장을 주지 않고 있다.

 

권익위 스스로 수사 필요 사항으로 명시하고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은 사건도 있다. 한 육군 장성이 기관장으로 있는 국방부 산하 B 기관의 납품비리다. 권익위는 2014년 앞서의 육군 장성이 연루된 비리 제보를 받았다. B 기관이 30억 원대 입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평가위원이 업체들의 제안서를 다 읽지도 않은 채 낙찰을 결정했고, 합격한 업체는 근거 없이 가점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권익위에서 당시 작성한 의결서를 보면 “B 기관이 관련 법령을 위반해 제안서를 평가했다”며 “특혜 문제는 수사에 관한 사항”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이 역시 수사기관에 이송되지 않았다. 권익위는 또 다른 기관의 특수침투정(SAB) 사업 계약과 기타 구매사업 등도 위반 기관에만 전달하고 감사원 등 상급 기관에는 이송하지 않았다.  

 

권익위는 법령 위반 사실에 더해 수사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것을 명시하고도 수사기관에 이송하지 않았다.


‘비즈한국’은 권익위에 10월 24일부터 구체적인 내용과 사건 접수 번호 등을 전달하고 답변을 요청했지만 10일째인 11월 2일 현재까지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일부 과거 사건들은 전산화되지 않아 서류를 모두 찾아야 한다.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권익위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라 반부패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 이후 단절됐던 반부패 정책협의회가 다시 구성되면서 9월 26일 대통령 주재로 협의회가 열렸다. 각 정부부처 장·차관과 청와대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권익위는 반부패 추진전략을 보고했다.

 

권익위는 자체적으로 조직 재설계도 추진 중이다. 민간이 참여하는 ‘반부패·권익행정혁신추진단’을 구성해 지난 10월 13일 서울사무소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권익위는 “이번 조치로 조직 진단과 혁신을 통해 ‘반부패 사령탑’으로서의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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