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조물주 다음이 건물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동산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말인데요. 기업에게도 부동산 비용은 상당한 부담입니다. 그래서 기업은 성공했다 싶으면 사옥을 짓고는 합니다.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이나 프리랜서의 경우는 더 심합니다. 미국은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지요. 외부 미팅 등까지 생각하면 아쉽지만,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애덤 노이만은 뉴욕에서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가였습니다. 그는 악명 높은 뉴욕의 부동산 비용 때문에 큰 지출을 했습니다. 알맞은 장소를 찾지 못해 회사 규모에 맞지 않는 큰 공간을 빌렸습니다. 불필요한 고정비용을 내야 했지요.
그의 지인 매캘비가 재미있는 제안을 합니다. 남는 공간을 다른 회사에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으면 어떻겠냐는 말이었습니다. 건물이 부족해 신음하는 뉴욕에서 필요한 사업 아이디어였습니다.
2008년 둘은 ‘그린 데스크’라는 회사를 만듭니다. 친환경 사무소를 주창한 기업이었습니다. 시장성을 본 둘은 그린 데스크를 매각하고, 시작부터 큰 스케일로 사업을 전개합니다. 2010년 빌딩 전체를 임대해주는 기업 ‘위워크’를 차린 겁니다.
우선 빌딩을 빌립니다. 위워크만의 느낌을 살려 건물을 꾸밉니다. 위워크는 초창기부터 건축가를 고용해 위워크의 느낌을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위워크 사무실은 일반 사무실보다 집 같고 편안한 느낌의 디자인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마다 일이 잘 되는 공간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폐쇄형 사무실부터 카페형 사무실까지 다양한 종류의 분위기를 제공했습니다.
위워크의 서비스도 주목할 만합니다. 보증금 없이 상대적으로 높은 월세를 받습니다. 대신 기업의 자잘한 업무나 추가비용을 줄여줍니다. 위워크는 부엌, 카페, 그리고 펍을 제공합니다. 커피와 맥주는 공짜입니다. 직원의 커피, 맥주 비용은 생각보다 큰 지출입니다. 위워크는 이런 자잘한 업무를 제공함으로써 잘 보이지 않는 비용을 줄여줬습니다.
위워크는 커뮤니티에 집중했습니다. 단순히 공간을 임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과거에 있던 ‘소호 사무소’와 큰 차이가 없겠지요. 위워크는 입주자들을 연결해 줍니다. 디자인부터 사람들이 우연히 만주칠 수 있게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입주자를 위한 이벤트도 마련합니다. 서로 관계를 맺고 그것이 협업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스타트업 종사자나 프리랜서는 기존 기업과 달리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데요. 위워크는 프리랜서와 스타트업 종사자에게도 소속감을 제공해줬습니다.
이런 이벤트는 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줍니다. 초기 성장기업은 송년회, 신년회 등의 작은 업무를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일을 진행할 담당자를 뽑기도 쉽지 않죠. 다른 일에 매진하는 직원이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아깝지요. 생략하자니 회사의 단합이 안 되는 기분이 듭니다. 위워크 이벤트는 애매모호한 업무를 해결해주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위워크는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작은 기업과 프리랜서가 많아지는 미국 사회의 변화에 잘 어울리는 기업이었기 때문입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등 혁신기업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임대 비용이 너무 비쌉니다. 돈을 줘도 갈 곳을 찾기마저 어렵습니다.
위워크는 이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공유 경제’라는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트렌드를 활용했지요. 필요한 순간에만 사무실을 빌려 쓸 수 있습니다. 1달 단위, 심지어 1시간 단위로도 말이죠. 덕분에 사무실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위워크는 빌딩 공실률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낮추었습니다. 프리랜서와 소규모 기업들을 모아서 필요한 만큼 빌려줌으로써 효율적으로 임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위워크는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멤버는 10만 명이 넘습니다. 한국, 미국을 포함한 16개 나라의 23개 도시에 오피스를 제공 중입니다. J.P 모건, 골드만 삭스, 소프트뱅크 등 유수의 기업이 위워크에 투자했습니다. 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위워크는 전 세계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위워크가 들어왔습니다.
삼성역 부근에 위치한 위워크를 가보았습니다. 위워크 라운지는 마치 힙한 미국 대학교 기숙사 같기도 하고, 파티 룸 같기도 했으며, 이태원 라운지 바 같기도 했습니다. 편안한 소파 위에는 담요가 깔려 있습니다. 잡지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노트북을 들고 일하는 중입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요가 강좌부터 핼러윈 파티까지, 다양한 위워크 프로그램 안내가 붙어있습니다. 자연스레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매력 덕분일까요? 위워크는 우리나라에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강남, 을지로, 삼성에 각각 지점이 있습니다. 스타트업과 프리랜서는 물론이고, 해외 기업문화를 유지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지사에서도 위워크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4호점도 곧 개점할 예정입니다. 한국도 위워크의 수요가 있었던 셈입니다. 이런 공유형 오피스의 붐에 힘입어 강남 오피스 빌딩 공실률도 낮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위워크의 발전은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부동산’이라는 요물에 대해서 말이죠. 부동산 가격이 높아서 문제라고 합니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스타트업 붐이 일면서, 실리콘밸리의 부동산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이제는 스타트업이 대박나도 20억 원이 넘는 실리콘밸리의 집을 사기에 버겁다는 말도 들립니다.
사무실은 부족합니다. 이때 위워크 같은 공유 사업모델이 등장합니다. 덕분에 실리콘밸리, 뉴욕 등에 좋은 위치에 있는 사무실을 필요한 때만 쓸 수 있습니다. 1시간만 일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곳에서 일하고 싶게 마련이죠. 한국 위워크가 강남에서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부동산은 입지입니다.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 동네를 만듭니다. 어떤 동네의 커뮤니티에 소속되고 싶으면 부동산을 사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부동산을 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위워크는 유동성을 만들었습니다. 부동산의 혁신입니다.
현재 위워크는 ‘위리브(WeLive)’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위워크가 사무실이라면 위리브는 집입니다. 집을 공유하고, 다양한 부가사업을 대신해주고, 공동체(커뮤니티)를 제공하는 거지요.
삶의 기본은 역시 의식주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돈이 드는 게 집인데요. 사람들에게 집이 필요하듯 회사에도 사무실이 필요합니다. 부동산 혁신을 가장 발 빠르게 사업으로 전개한 기업이 위워크가 아닐까 합니다. 공유경제라는 발상의 전환, 세련된 인하우스 인테리어 디자인. 사회적 욕구를 건드리는 공동체 제공 등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위워크는 출입을 관리하는 시스템부터 빌딩을 3D 모델링으로 분석하는 기술까지 다양한 기술에 투자하면서 사업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혁신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위워크가 보여줄 부동산의 미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겠지요. 가장 오래된 업계인 부동산을 혁신하는 기업. 위워크였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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