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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속옷에 투자하는 남자, 그뤠잇!

눈에 안 보이는 속옷에 신경 써야 하는 진짜 이유

2017.10.23(Mon) 11:22:00

[비즈한국] 요즘 어떤 소비를 하느냐에 따라서 그뤠잇! 혹은 스튜핏!을 외치는 놀이가 유행이다. 이 유행의 진원지는 김생민이다. 사실 그는 10년 전에도, 그전에도 늘 짠돌이였다. 하지만 그걸로 뜨진 못했다. 탕진잼과 욜로로 대표되는 소비 태도의 변화가 그의 짠돌이 이미지를 다시 부각시켰다. 사람들의 욕망은 늘 새로운 걸 지향한다. 2030들이 한동안 탕진잼에 열광하다 보니 이제 그 반대지점의 욕망에 주목하게 된 셈이다.

 

김생민이 남자가 비싼 속옷 사는 걸 두고 스튜핏이라고 한 걸 들은 적이 있다. 남들에게 보여주지도 못하는 속옷인데 왜 브랜드를 신경 쓰고 디자인을 신경 쓰냐, 그냥 면 소재면 된다는 얘기였다. 얼핏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정말 돈을 아끼고 싶다면 속옷보다 겉옷을 아끼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남자의 속옷은 평소엔 보여줄 일이 없다. 하지만 결정적일 때 드러난다. 근사한 데이트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사우나를 가거나, 헬스클럽에 운동을 가거나, 골프를 치러 가면 남들 앞에서 옷 갈아입거나 샤워할 일이 생긴다. 그런데 의외로 촌스런 속옷 입는 남자들이 많다. 겉옷은 비싸고 근사한데 속옷이 소위 ‘아저씨 스타일’이라면 그건 남에게 보여주기만 급급한 사람이다. 속옷은 스타일의 시작이자 끝이다. 겉옷에만 신경 쓰는 건 멋쟁이가 아니다. 속옷과 양말까지 신경 써야 진짜 멋쟁이다. 

 

스타일을 위해, 자기 만족을 위해, 그리고 위생을 위해서도 속옷은 투자할 가치가 있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등장한 2015년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광고.


속옷은 자기 만족을 위해서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 평소 샤워 후 우린 속옷부터 입는다. 샤워 후 전신거울로 자기 모습을 지켜보는 남자가 의외로 많다. 남자의 ‘외모부심’은 여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높다. 여자는 예뻐도 불만을 갖지만, 남자는 잘생기지 않았어도 스스로는 잘생겼다고 여기는 이들이 은근히 많다. 그런데 샤워 후 속옷을 아무렇게나 입을 수 있겠는가. 

 

순서로 봐도, 그날 뭘 입을지를 정하는 건 속옷이 시작이다. 그날 입을 스타일에 따라서 속옷의 컬러와 스타일이 달라질 수 있다. 근사한 화이트 팬츠 안에 컬러풀한 속옷을 입는 것만큼 에러도 없다. 통이 넓은 반바지 같은 속옷도 옷맵시를 떨어뜨리는 데 일조한다. 편하다는 이유로 속옷을 막 입는다면, 스타일에는 무심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 편한 것과 함부로 막 입는 건 다르다.

 

그리고 성인 남자가 엄마 혹은 아내가 사준 걸 입는다면 그건 아직 남자로선 덜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속옷 스타일을 선택할 자기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부위에서 누리는 패션이 속옷이다. 이걸 남의 선택에 의존한다고? 아니면 특별히 취향도 없고 그냥 면 100%이면서 싼 걸로 잔뜩 사서 입는다고? 얼마나 바쁘고 중요한 일을 하길래 속옷조차 신경 못 쓰고 대충 입는 삶을 살고자 하는가?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16년 전체 패션시장은 겨우 2.4% 성장한 데 반해 속옷시장 규모는 2조 435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6%가 증가했다. 전체 패션시장의 성장률에 비해 속옷의 성장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경기가 침체한 최근 몇 년간도 증가세가 심상찮다. 스타일의 시작이 속옷이란 인식에 눈뜬 국내 소비자가 늘어났단 의미일 수도 있겠다. 

 

결정적으로, 속옷 투자에는 좀 더 실용적인 이유가 있다. 속옷은 매일 입는 데다 피부에 직접 닿는다. 그만큼 소재도 중요하고 디자인도 중요하다. 여기서 디자인은 보기 좋은 것만 말하는 게 아니라 자기 체형에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걷다가 속옷이 자꾸 낀다거나, 속옷의 밴드나 레이블 부분이 이물감을 준다거나 하는 건 미세한 차이 같아도 매일 느끼는 불편이라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특히 여름철에는 땀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꽤 많다. 적어도 어떤 브랜드가 자기 체형에 가장 잘 맞고 편한지, 사이즈는 어떤지는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또 면 소재라고 해서 다 같은 면이 아니다. 면에도 품질에 따라서 급이 다르다. 속옷에는 좀 더 기능성 있는 소재를 쓰기도 한다. 그러니 면 타령만 하진 말자. 속옷은 매일 입는 만큼 아주 자주 세탁하게 된다. 겉옷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탁이 잦은 만큼 옷감도 계속 손상된다. 결국 소재도 중요하고, 교체 주기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속옷의 수명은 1년을 넘지 않아야 한다. 여성 속옷은 6개월 교체를 권하기도 한다. 이건 위생의 문제다. 양말과 속옷을 1년 정도 사용했다면 과감하게 바꾸자. 해질 때까지 입는 게 그뤠잇이 아니라, 건강하고 멋지게 입는 게 진짜 ‘그뤠잇’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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