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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롯데 승리,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수주전에 등장한 '어깨'들의 정체

검은 옷 입고 떼지어 다녀 주민들 공포…경쟁사-주민 접촉 감시하려 건설사들이 파견

2017.10.12(Thu) 16:49:33

[비즈한국] 치열했던 서울 미성·크로바 재건축 수주전이 롯데건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롯데건설은 11일 오후 잠실 교통회관에서 열린 주민총회 투표 결과 GS건설을 130표 차이로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롯데건설은 이번 수주로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해 롯데월드, 롯데호텔 등이 포진한 ‘안방’ 잠실을 사수하게 됐다. 그러나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뒷말이 새어 나오고 있다. 수주전에 뛰어든 두 건설사가 견제를 위해 ‘어깨’를 동원하는 등 과열된 경쟁을 벌여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성아파트 주민의 청원이 게재됐다. 주민은 “롯데와 GS건설에서 재건축 입찰을 위해 문신 가득한 조폭들을 아파트에 배치해 아이들이 다니는 길목 계단 주차장을 점령하고 하루 종일 담배를 피우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이 주민은 구청 민원을 넣어봤자 해결이 되지 않아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게재하게 됐다며 청원 이유를 밝혔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성아파트 주민의 청원이 게재됐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게시글 캡처


11일 오후 2시경 ‘비즈한국’이 찾아간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 단지는 예상과 달리 조용했다. 곳곳에 오후 7시 열리는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점심 후 산책을 나온 한 주민은 “엊그제까지만 해도 양복을 입고 무리지어 돌아다니는 남자들을 봤다. 관련해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며 “밤이 되면 자주 보이고, 낮에는 잘 없다. 행패를 부리지는 않아 큰 불편을 겪지는 않았으나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은 맞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 또한 “얼마 전까지 ‘어깨’들이 단지를 돌아다니는 것을 봤으나,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옆에 GS건설 사무실이 있는데 그곳에서 고용한 것 같다. 그 주변에 몰려있더라”고 귀띔했다. 

 

오후 3시쯤 11명가량의 남성이 단지 내에서 몰려다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는 검은 정장을 했고, 나머지는 어두운 계열의 일상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남성 무리는 아파트 단지를 크게 한 바퀴 돌다 사라졌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지만 이제 다 끝났다. 오늘 오후 총회에서 결정이 난다”며 언급을 꺼렸다. 아파트 경비원들 또한 “양쪽 회사에서 서로 (건설사가 조합원을 만나는지) 감시하려고 보낸 사람들”이라며 “오늘이면 다 끝이 난다”고 말했다.

 

미성·크로바아파트 인근 미성상가 건물 외벽에 걸린 GS건설과 롯데건설의 홍보 현수막. 사진=여다정 기자


아파트 인근 미성상가 건물 외벽에는 GS건설과 롯데건설의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롯데건설 현수막에는 ‘미성·크로바 조합원님들이 보내주신 뜨거운 성원에 감사하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GS건설 현수막에서는 ‘GS 확정공사비 VS. 롯데 변동공사비’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앞서 반포 주공1단지 수주전에서 현대건설과 경쟁하던 GS건설은 9월 26일 ‘도시정비 영업의 질서회복을 위한 선언문’을 통해 “건설사 과잉영업 등의 문제로 논란이 일어나고 있고 후진성을 지적받는 점에 대해 업계의 일원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미성·크로바 수주전에서는 ‘밀실야합’ 전단이 유포돼 논란이 됐다. 전단에는 GS건설의 소장과 재건축조합장이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CCTV 캡처 사진과 함께 ‘GS와 조합장 밀실야합, 조합장님 중립을 지키셔야죠!’ 등의 글귀가 적혀있었다.

 

두 건설사의 ‘댓글알바’ 경쟁도 치열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일 경쟁사에서 조합 합동 설명회를 열며 가수 장윤정 등을 불러 연회를 한다”는 댓글에 “경쟁사 직원이냐. 추석맞이 행사를 호도하며 ‘물타기’ 한다”는 댓글이 달린 것이 일례다. 

 

두 건설사의 조건을 비교한 글에 “조작된 글을 보고 식상했는데, 객관적이고 명쾌하게 글을 보니 정리가 된다”는 댓글이 달리자 “한쪽만 옹호한 글인 것 같다”는 댓글과 “아니다”라는 댓글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조합원은 “혼란스럽고 혼탁해 투표를 포기하고 싶다는 조합원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글” “GS든 롯데든 알바님들 고생이 많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조합원이 속한 온라인커뮤니티에 한쪽 건설사를 옹호하거나 비방하는 게시글 및 댓글이 다수 게재되면서 조합원들이 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동 교통회관에서는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렸다. 행사장 앞에서 GS건설과 롯데건설 관계자들이 조합원을 상대로 열띤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비공개로 진행된 주민 총회에 대해서도 ‘편파적 진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롯데건설의 홍보영상 상영이 끝난 뒤 진행자가 “고생한 롯데를 위해 박수를 쳐달라”고 말했으나 GS건설의 홍보영상 상영 뒤에는 언급이 없었다는 이유다. 

 

GS건설 관계자는 총회 편파진행 의혹에 대해 “일부 직원 외에는 총회에 참석하지 못해 현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언론 기사를 보고 인지하게 됐다”며 “우리보다는 조합 측 답변을 들어야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용역 동원과 온라인 댓글알바, 전단지 유포 등 과열경쟁 논란에 대해서는 “그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비방 전단지가 돌아다닌 것은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미성·크로바재건축조합 측은 편파 의혹에 대해 “사실과 무관하다. 총회에 1000명 넘는 사람이 참석했는데, 어느 한 쪽에 편파적이었다면 싸움이 났을 것”이라며 “선정이 끝난 마당에 사실과 무관한 논란에 대해 조합 측이 해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한편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 및 논란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롯데건설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

여다정 기자 yrosadj@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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