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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에 수익까지 두 마리 토끼 잡는 '임팩트 투자'

임팩트금융추진위·한국사회투자 사업 추진…민간투자금으로 복지 해결

2017.10.04(Wed) 22:06:23

[비즈한국] “적은 예산으로 일자리, 고령화, 환경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가능한 일이다. 허황된 이야기로 보이지만, 실현 방법이 있다. 사회적 금융, 이른바 ‘임팩트 투자’다. 전 세계 투자 자산 규모 약 30조 원에 이르는 임팩트 투자가 최근 국내에서,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이헌재 임팩트금융추진위원장(전 경제부총리). 사진=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


‘출연금과 기부금 700억 원, 2000억 원 규모의 민간 투자 참여.’ 지난해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자취를 감춘 대규모 출연과 기부, 투자를 통해 과감히 기금을 모으는 단체가 있다. 단체 수장도 잘 알려진 인사다. 참여정부 시절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다. 목표 활동 시점은 올해 말, 기금이 모두 모이면 단체는 해산한다.

 

이 단체의 정체는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다. 생소한 명칭이지만 8월 열린 위원회 포럼은 국회에서 열렸고 국회의원들이 여·야 구분 없이 참석했으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축사를 했다. 관련 규제를 풀고 필요한 법령을 정비하기 위한 입법 사전 준비도 이 자리에서 시작됐다. 이헌재 임팩트금융추진위원장은 이날 “복지를 위해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느라 세금을 올리자니 사회적 문제가 많다”며 “사회적으로도 국가의 정통 복지로 해결 안 되는 게 너무 많다. 해답이 될 수 있는 것은 임팩트 투자”라고 강조했다.

 

‘임팩트 투자’란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자본주의 시장 원리를 따르면서도 동시에 일자리, 고령화, 환경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금융을 말한다. 민간 투자금으로 정부 주도의 복지가 담당하던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이다. 

 

‘수익’도 올릴 수 있다. 사회문제나 환경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나 기업에 투자를 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또 다른 사회적 사업과 기업에 투자가 이뤄지는 구조다. 

 

임팩트투자금융추진위원회는 이 구조를 기반으로 ‘한국임팩트금융’이라는 민간재단을 만들어 다양한 사회적 프로젝트나 기업에 대출·투자·​출자·​기부를 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임팩트금융이 ‘임팩트캐피탈코리아’라는 자산운용사를 만들어 투자금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새롭게 투자를 하는 한편, 투자자들에게 배당도 한다. 투자자들이 직접 펀드에 투자할 수도 있다. 

 

지난 5월 열린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 왼쪽부터 이종재 코스리 대표, 이승흠 한양대 교수, 이종수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 단장, 윤만호 전 산업은행금융지주 사장, 이헌재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 위원장, 이혜경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최도성 가천대 부총장,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사진=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


이와 함께 국내 임팩트 투자를 처음 시도한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도 한국임팩트금융에서 기금을 받아 사회적 기업에 투자해 임팩트금융 활성화에 나선다. 한국사회투자는 2013~2016년 서울시 사회기금 526억 원을 위탁 받아 임팩트 투자 사업을 진행했다. 장애인 일자리 문제 등 취약계층 고용과 다세대주택을 해결한 기업과 가정용 태양광 시설 대여, 정보 제공 기업에 서울시 기금이 투자됐으며, 이 기업들은 매출이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임팩트 투자가 기부, 또는 사회,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나쁜 기업’ 대신 ‘착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사회책임투자’ 등과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점이 많다. 사회책임투자는 착한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거나 협력하는 방식이 아닌 ‘나쁜 기업’을 회피하는 소극적 방식이었다. 

 

반면 임팩트 투자는 민간 투자금이 중심이 되는 만큼, 구체적인 수익률을 분석하면서도 사회문제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찾아 투자한다. 기간도 장기적이며 지속적이라, 통상 기업 설립 당시나 사업 초기에만 자금이 지원되던 ‘1회성 기부’와도 차이가 있다. 

 

이종익 한국임팩트투자 대표는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에서 다양한 형태로 사회적 사업과 기업에 투자가 이뤄지긴 했지만 한계가 컸다. 세금으로 운용되는 자금인 만큼, 투자금 회수가 확실하고 안정적인 기업·사업 등으로 투자 대상의 폭이 좁았다. 투자가 된 이후에도 자금 운용에 정부, 지자체가 관리·​감독 차원에서 깊이 개입할 수밖에 없어 사업 확장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팩트 투자는 기존 자본시장과 같이 사회적 문제 해결과 함께 수익률을 전문가가 분석하고 투자가 이뤄지는 형태로 보면 된다. 정부 주도만으로는 재원 등 한계가 명확한 만큼, 민간에서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더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이를 발판으로 다른 기업과 사업들로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JP모건, 산업은행 보고서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임팩트 투자 시장 규모는 약 259억 달러(약 30조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단체는 ‘더 임팩트’로, 미국 석유재벌 록펠러 가문의 저스틴 록펠러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하얏트 호텔 상속녀 리셀 시먼스, 자동차 브랜드 ‘포드’를 설립한 헨리 포드의 후손 제이슨 포드 등이 핵심 멤버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아들인 정경선 HG이니셔티브 대표도 공동설립자로 참여했다. 정 대표는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 임팩트’를 운영하며 서울 성수동에 사회적 기업들의 입주공간을 조성해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의 임팩트 투자 시장 규모는 2015년 말 540억 원 정도이고, 이 중에서도 앞서의 서울시 기금을 빼면 180억 원에 불과하다.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와 한국사회투자는 오는 연말·연초 공식적으로 임팩트 투자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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