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최대 모바일미디어 ‘딩고(Dingo)’가 개인 창작물을 무단도용하고, 이에 대한 지적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모바일 콘텐츠를 생산, 제공하는 디지털 방송국 (주)메이크어스의 ‘딩고’는 27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월평균 조회수 3.9억 건 이상을 기록하는 콘텐츠 디지털 스튜디오다.
문제의 시발점은 딩고의 채널 브랜드 중 하나인 ‘딩고푸드’의 음식 영상이다. 유명 유튜버 쿠미와 누리꾼들의 주장에 따르면 ‘딩고푸드’는 쿠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해피쿠킹’에 게재한 레시피 등을 베껴 영상을 제작해 올렸으나, 이를 지적하는 댓글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딩고푸드는 7월 11일, 8월 9일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에 중국 고급 디저트 ‘삼불점’과 일본식 두부요리인 ‘모찌리도후’ 제작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유튜버 쿠미의 레시피를 도용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영상을 접한 유튜버 쿠미 또한 “내 레시피를 도용한 것이 맞다”며 항의 댓글을 남겼으나 딩고 측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쿠미는 자신의 댓글을 지웠고, 지난달 16일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투버 쿠미는 “나는 요리 기술이 없는 사람이라 간단한 과학원리를 요리에 적용해 맛을 극대화하거나 실패확률을 줄이는 간단한 레시피를 개발해 영상을 올려왔다. 때문에 기존의 레시피와 전혀 다르다. 시청자들도 한눈에 나의 레시피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라며 “딩고 측은 기존 레시피와는 다른 방식으로 만든 ‘모찌리도후’와 ‘삼불점’ 레시피를 그대로 베껴 사용했고, 이에 항의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유튜버나 채널의 경우 내 레시피를 사용하면 언급을 하거나 사과문을 올리는 등 조치를 취했다. 딩고 측도 레시피의 출처를 밝힌다면 그냥 넘어갈 생각이었으나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비윤리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딩고에 표절 당한 다른 채널의 팬들까지 나서서 딩고푸드에 항의하는 상황인데, 문제를 이렇게 키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딩고푸드의 페이스북 페이지나 유튜브 채널에서는 “레시피 도용에 대해 사과하라” “딩고의 구독을 취소하고 앞으로 영상을 보지 않겠다”는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나, 딩고 측은 해명을 하지 않고 여전히 영상을 게재 중이다.
레시피 도용 논란은 과거에도 불거진 적 있다. 쿡방이 유행하던 2015년 6월 스타 셰프 맹기용 씨가 한 파워 블로거가 공개한 특허 레시피와 유사한 요리를 TV 프로그램에서 선보였다. 블로거가 이를 부인하며 논란은 일단락됐으나, 해당 사건은 온라인 콘텐츠 및 ‘레시피 저작권’에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레시피는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에 속하지 않아 유사 피해사례 및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SNS에서 공유되는 온라인 콘텐츠의 경우 구체적인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저작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콘텐츠를 둘러싸고 도용 문제가 빈번히 발생한다. SNS에서 공유되는 콘텐츠는 휘발성이 강해 분쟁으로 이어지기 전 ‘콘텐츠빨’이 끝나기 때문에 도용한 쪽에서 콘텐츠를 삭제하면 다른 방법이 없다. 시간이 지난 콘텐츠는 돌려보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로 이익을 얻은 뒤 논란이 불거지면 ‘삭제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업계에 만연하다. 온라인 콘텐츠 관련 저작권 논란은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딩고의 경우 보유 채널을 다 합하면 일반 방송국보다 파급력이 크다는 평가도 있다. 콘텐츠에 대한 구독자들의 충성도 또한 높다. 온라인 콘텐츠계의 강자인 셈”이라며 “힘이 센 만큼 무단도용을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일부 비판여론에도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딩고푸드 관계자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해당 논란에 대해 “우리는 쉽고 편한 레시피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영상을 게재한 것이며, 레시피는 배타적으로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영상을 삭제하면 도용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삭제할 수 없었고, 해명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논란 이후 쿠미가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위원회에 우리의 입장을 밝혔고, 쿠미에게도 입장을 설명하려 만남을 요청했으나 거절했다.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한 것은 아니며, 현재도 쿠미와 연락이 닿는다면 합의점을 찾을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여다정 기자
yrosadj@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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