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공정위와 갈등 빚은 이해진, 네이버 지분 매각에 숨은 속내는?

총수지정 피하려 vs 라인 스톡옵션 대금 마련…미래에셋 '역할'에도 관심

2017.09.20(Wed) 21:42:54

[비즈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일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57개 기업집단을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네이버는 6월 기준 자산 총액이 7조 2015억 원, 종속회사는 74개를 거느려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신규 편입됐다.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다. 이를 두고 네이버가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행정소송을 검토한다고 전해져 논란이 증폭됐다.

 

지난 17일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국정감사 증인 요청 기업 중 하나로 네이버를 선정했다. 동일인 지정과 전자상거래 유통 쟁점과 관련해서다. 네이버가 국감장에 소환될 경우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이해진 전 의장이 출석할 확률이 높아 관심이 집중된다.​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의 총수 지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이 전 의장이 ‘2014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특강을 하던 모습. 사진=연합뉴스

 

네이버는 지난해 연말부터 ‘총수 없는 민간 기업’이 되기 위해 바쁜 행보를 이어왔다. 이해진 전 의장은 올해 초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놨다.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로 경영되는 네이버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배경에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재계 평가다. 

 

8월 14일 이 전 의장은 공정위 기업집단과를 직접 방문했다. 대외적으로 나서지 않던 그의 성향에 비춰 이례적인 일이었다.​ 9월에 있을 공시 대상 기업집단 선정에서 동일인 지정만은 피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네이버에 따르면 이날 이 전 의장은 동일인 지정 문제를 면담하기 위해 공정위를 방문했다.

 

8월 23일 이 전 의장은 네이버 지분 11만 주를 주당 74만 3990원에 매각했다. 이 매매로 그의 지분은 4.64%에서 4.31%로 감소했다. 시간외 매매로 자사주를 매각한 것을 두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정위의 공시 대상 기업집단 선정을 앞두고 이 전 의장이 확실하게 지분율을 낮추는 액션을 취했다는 풀이다. 기존의 재벌과 다르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라는 것.​ 실제로 이해진 전 의장이 네이버 총수로 지정되는 것은 국민적 관심을 받았고, 기업 규모에 따라 공정위 규제 적용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전 의장의 지분매각은 라인 스톡옵션 행사대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풀이도 내놨다. 일본에 상장된 라인은 네이버가 79.25%(20일 기준)를 보유하고,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가 5.12%, 이 전 의장이 2.78%에 해당하는 스톡옵션을 갖고 있다. 이 전 의장이 스톡옵션을 전량 행사하려면 198억 원 상당이 필요하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 전 의장이 자금이 별로 없어 스톡옵션 행사를 위해서는 네이버 지분 매각이 필수적일 것으로 본다. 돈이 필요할 때마다 이 전 의장은 지분 매각으로 이를 마련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타 대기업 CEO에 비해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이 전 의장의 2017년 근로소득은 기본급여 5억 4000만 원, 2016년 성과에 대한 상여금이 4억 7000만 원 수준이다.

 

다만 스톡옵션의 행사 기간이 2022년까지로 여유가 있어 지분매각 대금의 사용처에 대해 궁금증이 커진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전 의장의 지분 매각은 오래전부터 예정돼 있었다”며 “개인적 사안이라 자금의 사용처를 알 수는 없다. 스톡옵션 행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 ‘총수 없는 기업’ 지정을 바랐지만 재계에서는 네이버에만 예외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기준은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왜 네이버만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이 있다면 공론화를 통해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동일인 지정에 불만을 내비치는 것은 뒤따르는 규제 때문이다. 이 전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본인을 비롯한 친족·비영리 법인​·계열회사​·자기주식 등 주식소유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또 특수관계인 간에 자금​·자산 및 상품​·용역을 제공하거나 거래한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이 경우 총수의 사익편취 규제도 받게 된다. 이 전 의장의 개인회사로 알려진 지음​·화음​·영풍항공여행사는 공정위의 규제 대상에 오르게 된다.

 

네이버는 74개의 종속회사를 순환출자 구조가 아닌 수직적 구조로 지배하고 있어, 지배구조가 투명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이 전 의장의 네이버 지분은 4%대에 불과해 기업을 소유하거나 상속할 만한 영향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정위의 생각은 다르다. 네이버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지분 10.61%를 보유했으며,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에버딘에셋이 5.04%를, 블랙록이 5.03%를 보유하고 있다. 네 번째로 지분이 많은 이해진 전 의장은 지분 4.31%를 보유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경영참여 의지가 없기 때문에 이 전 의장의 네이버에 대한 지배력은 현 지분율로도 유의미하다고 보는 것.

 

우호지분도 있다.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지난 6월 상호 5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의 지분 7.1%를,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 지분 1.71%를 각각 보유하게 됐다. 네이버는 금융과 인공지능(AI)을 융합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자사주 스와프(교환)를 했다고 밝혔지만, 미래에셋이 보유한 네이버 지분 1.71%가 우호지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전 의장이 실제로는 지분율 17% 수준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의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술 연구가 목적이라면 양해각서(MOU)를 맺는 정도로 충분하다”며 “자사주 스와프의 경우 다른 의도가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계약에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의결권을 행사해 달라고는 기재할 수 없다”며 “다만 콜옵션 조항을 넣어 상대가 우호적인 입장에 서지 않을 때 주식을 매각해버리는 방법 등도 가능하다. 이것이 우호지분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기업 규모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동일인 지정을 두고 행정소송을 검토했다는 얘기는 와전된 것이다. 법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살펴본 정도”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


[핫클릭]

·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철수 '벼랑끝 전술'엔 임차인의 설움이?
· [김민식 인생독서]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 [홍춘욱 경제팩트] 후진국은 어떻게 선발국가를 따라잡을 수 있나
· [현장] 제네시스 G70 공개 '최고의 디자인' 가능성과 한계
· 특혜에서 애물단지로 전락, 신동빈의 롯데면세점에 무슨 일이…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