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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방문도 거절한 덴푸라 장인의 철학

미슐랭 2스타 ‘덴푸라 곤도’의 곤도 후미오 “예약한 손님 돌려보낼 수 없어…늘 좋은 식재료 찾아 연구”

2017.09.17(Sun) 11:17:35

[비즈한국] 일본 음식 ‘텐푸라(튀김)’는 조리방법이 지극히 간단한 것 같지만, 사실 셰프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이 탄생한다. 그 유래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한데 “16세기 포르투갈 선교사로부터 전해진 음식이 일본인들의 손을 거쳐 정교하게 변형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원래는 스시와 마찬가지로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판매되는 서민 음식이었다. 그런 덴푸라가 일본을 대표하는 고급 요리로 인정받기까지는 최고의 맛을 고집하는 장인들의 노력이 있었다. 곤도 후미오(近藤文夫) 셰프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예약 손님을 돌려보낼 수 없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거절한 덴푸라 장인 곤도 후미오. 그는 지금도 언제나 좋은 식재료를 찾고 요리를 연구한다고 말한다. 사진=야후재팬 맛집 정보


1947년생인 곤도 후미오는 고교 졸업 후 야마우에 호텔에 입사하면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약관 23세에 요리장으로 취임. 이후 20여 년 동안 근무하며 ‘덴푸라 장인’이라는 명성을 쌓아갔다. 1991년에는 독립하여 도쿄 긴자에 ‘덴푸라 곤도’를 오픈했는데, “덴푸라하면 곤도”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일본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 어렵다는 최고 권위의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에도 이름을 올린 것이 여러 차례다.

 

가장 유명한 건 2014년 일본을 방문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덴푸라를 대접해달라는 일본 정부의 요청을 거절한 일화다. ‘일간겐다이’에 따르면, 당시 곤도는 “나에겐 몇 달 전부터 예약한 손님들이 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예약 손님을 돌려보낼 순 없다”며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50년 넘게 외길만을 걸어온 ‘덴푸라 장인’의 출발은 의외로 평범했다. 곤도는 ‘동양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요리사가 되면 끼니 거를 일이 없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연 같은 운명이었다. 호텔에 덜컥 합격했는데, 마침 덴푸라 담당 요리사가 사표를 내 그 자리를 메우게 됐다.

 

따로 선배가 있는 것도 아니었던 터라 적은 월급을 쪼개가며 요리책을 사 기술을 익혔다. 그러나 곤도는 “위에서 지적을 받지 않아 오히려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었다”며 “나의 스승은 손님들이었다”고 회고했다. 고객에게 맛있다는 말을 듣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새우, 생선 등 해산물은 물론 아스파라거스, 버섯, ​고구마, 당근 등 채소를 튀김 재료로 이용한 것이 바로 곤도 후미오다. 사진=야후재팬 맛집 정보


전통적으로 일본의 덴푸라는 해산물이 주재료였다. 틀을 과감하게 깨뜨리고 ‘채소 덴푸라’를 적극 활용한 것이 바로 곤도다. 1970년 곤도는 호텔 내 덴푸라전문점 요리장으로 발탁된다. 당시 이 점포는 매출액이 얼마 되지 않아 호텔의 발목을 잡는 존재였다. 중역을 맡은 곤도는 어떻게든 가게를 성장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궁리하던 중 ‘채소가 덴푸라 재료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때까지만 해도 채소를 튀긴 음식은 반찬가게에서 파는 정도였지, 고급 레스토랑 메뉴로 오르지 못했다. 튀김옷이 두껍고 기름진 음식이라는 이미지도 강했다. 하지만 곤도는 ‘덴푸라가 단순히 일식 단품에 그치지 않고 외연을 넓히려면 채소가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메뉴에 제철채소를 넣어 질리지 않는 덴푸라 코스를 만든다면? 스시와 함께 일식을 대표하는 요리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맛있고 건강하게’ 덴푸라를 즐길 수 있을지 연구했고, 마침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막처럼 얇은 튀김옷을 입혀 튀기는 독창적인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에 대해 곤도는 “덴푸라는 튀김옷이나 기름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식재료를 먹는 것이다. ‘튀김옷이 두꺼우면 재료의 풍미를 느낄 수 없는데 왜 튀김옷이 두꺼운 거지’라는 의문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곤도의 덴푸라는 기존 상식을 뒤집은 덴푸라였다. 첫 선을 보이자 고객의 반응은 참으로 다양했다. “반찬을 먹으러 온 게 아니다”며 불평하는 손님, “왜 덴푸라가 튀김옷이 없냐”며 질책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하지만 차츰 고객의 발길이 늘어났다. 월 매출액이 25배로 뛰었고, 최종적으로는 연간 매출 30억 원의 가게로 성장했다. 

 

곤도 셰프는 “원가를 줄여 이익을 낸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재료의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이익을 올리기 위해 원가율을 낮추려고 애쓰기 쉽다. 하지만 반대다. 맛이 없으면 손님은 발길을 돌린다. 처음에는 비록 원가율이 40%라도 맛있으면 손님이 늘어나고 덩달아 원가율이 떨어진다. “정말 맛있는지 아닌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지금도 곤도는 ‘더 맛있는 덴푸라’를 만들기 위해 쉼 없이 연구한다. 덴푸라 장인이라는 타이틀이 그냥 붙은 게 아니다.

 

곤도 후미오는 직접 산지를 찾아다니며 신선하고 질 좋은 식재료를 구한다. 사진=야후재팬 맛집 정보


호텔을 나와 독립한 이유는 ‘덴푸라의 본질을 더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호텔에서도 요리장으로 가게를 맡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종업원이다보니 한계가 있었다. 그는 ‘덴푸라 맛을 결정하는 90%는 재료’라고 믿는다. 전국 각지를 돌며 신선한 재료를 고르고 농가를 방문해서 상태를 확인한 다음에야 계약을 맺는다. 이렇듯 더 질 좋은 식재료를 손에 넣는다든지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격 책정 등 그가 꿈꾸는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선 독립할 수밖에 없었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튀김요리로서는 가장 높은 2스타를 받은 곤도 셰프. 그러나 결코 자만하는 법이 없다. “요리는 평론가가 아니라 손님들이 평가하는 것”이라고 누누이 말하는 그다. 곤도는 이렇게 덧붙였다. “100점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매일 연구하고 노력한다.” 일류 장인의 철학은 겸손했으며 동시에 확고했다.​ 

강윤화 외신프리랜서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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