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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현자타임] 적폐청산 대신 '개와 늑대의 시간'

박기영부터 시작된 인사논란…공직자 인사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해

2017.09.13(Wed) 15:19:02

[비즈한국] 눈이 안 좋아졌다. 예전엔 교수님에게 잘 보이려고 강의실 앞쪽에 앉았는데 지금은 글씨를 잘 보기 위해 앞에 앉는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피로 때문이다. 이유 모를 불면을 겪었는데 그 피로가 눈으로 이어졌다. 

 

매일 밤 잠들려고 노력했지만 새벽 5시 즈음 모든 걸 포기했다. 그 시간에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를 켠다. 일어나 전등을 켜기는 귀찮으니 스마트폰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본다. 어두운 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니 눈이 나빠지는 건 당연지사다. 

 

아침인지 저녁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시간대를 프랑스에서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한다. 멀리서 오는 사물이 충성스러운 개인지, 죽이러 오는 늑대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새벽 5시에 창밖을 보면 아침인지, 저녁인지 알 수가 없다. 해가 떠오르는 것일 수도 있고, 해가 지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구분하기 어려운 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한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말은 프랑스의 관용어다. 멀리서 오는 사물이 나를 위한 충성스러운 개인지, 죽이러 오는 늑대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요즘 따라 흐릿한 게 많다. 나빠진 눈도 그렇고, 새벽 5시 풍경도 그렇고, 사회 풍경도 그렇다. 표절한 학자는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와 직업의식을 어긴 셈인데 자신의 잘못을 구국을 위한 결의라 포장했다. 비판의 감시견이 되어야 할 언론인은 기업 간부에게 자식 취업 청탁 문자를 넣는다. 국민을 위해야 하는 국회의원은 자기사무실의 인턴을 취업시켜 달라고 강원랜드에 로비했다. 과학과 기술, 그리고 벤처 생태계를 책임지는 장관 후보자는 본인이 주식을 쥔 기업을 지자체 지원 업체로 선정했다. 

 

흐릿한 게 많다. 윤리의식부터 직업의식까지 옳고 그름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사회의 본보기가 되어야 할 사람이 일벌백계의 본보기가 될 요량인가 보다. 

 

5월 대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적폐청산을 외쳤다. 하지만 지금은 적폐청산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청산을 위한 인사가 아니라 청산되어야 할 인사가 몰려온다. 올바른 공직자를 가르는 기준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고충을 이해했다. 대통령이 5대 비리 관련 눈높이를 낮추었을 때 그것을 수용했다. 

 

하지만 더는 아니다. 박기영부터 시작된 인사논란은 비정상이다. 비정상의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공직자 인사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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