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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의 꽃' 영업사원이 줄어드는 이유와 CSO의 미래

리베이트 단속, 김영란법 시행 후 위축…판매대행업체 활용 등 영업방식 급변

2017.09.08(Fri) 17:03:47

[비즈한국] 제약업계 영업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근절 의지와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전통적인 영업 방식이 뿌리부터 흔들려서다. 최근 제약업계는 업체 규모와 관계없이 영업방식을 바꾸고 있는데, 이 역시도 ‘단기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리베이트 단속 강화, 김영란법 도입 등으로 제약업계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꽃이 시들었다. 살려야 할지, 새로 심어야 할지 고민이 많다.”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의 말이다. 제약업계는 영업직을 ‘꽃’으로 표현해왔다. 한때 업계를 이끌어간 역군(役軍)이었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제약업계는 영업사원을 대폭 축소하는 추세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집계한 ‘2016년 의약품 등 생산실적표’를 보면, 전체 제약업계 종사자 9만 4929명 중 영업직 종사자는 2만 6443명으로 27.3%를 차지하고 있다. 10년 전인 2007년 전체 업계 종사자 7만 2179명 중 2만 5252명(35%)과 비교하면, 종사자 수는 늘었지만 비율은 줄었다. 

 

앞서의 관계자는 “줄어든 영업직 자리를 연구직이 채우고 있다. 영업조직을 축소하고 개량신약 등 제품 개발을 위해 연구인력과 투자를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사원이 줄어드는 이유는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제약업계 ‘트렌드 변화’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영업환경이 위축된 요인이 더 크다. 제약업계는 그동안 복제약 영업에 몰두해 왔다. 오리지널 제품 특허 만료 후 개발한 복제품들인데, 경쟁사들도 이때부터 복제약 판매에 나서기 때문에 영업능력이 제약사의 경쟁력이었다.  

 

이때 생긴 부작용이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 수사당국의 제약사 리베이트 수사 현황을 보면, 서울, 부산, 전주 등 전국 단위로 확산돼 있고, 연루된 대형·중견 제약사와 병·​의원은 20여 곳에 달한다. 정부는 ‘칼’을 빼들고 강력 단속에 나섰고, 김영란법 도입과 업계에서 시행 중인 공정경쟁 자율준수프로그램(CP)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영업활동은 점차 위축됐다. 

 

제약사들은 영업조직을 축소하는 대신 ‘판매대행업체(CSO)’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CSO는 제약사와 계약을 맺고 영업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대행업체를 말한다. 199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대됐으며, 국내에선 CSO를 통한 영업 아웃소싱이 내부 영업조직 운영에 비해 초기비용이 적고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어 중소 제약사들이 주로 활용했다.  

 

최근에는 중소 제약사는 물론, 일부 대형사도 CSO에 맡기는 추세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리베이트 규제가 강화되면서 판매수수료를 10% 정도 올려주는 대신 의뢰한 제약사 제품 위주로 판매하도록 계약하는 방식이다.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경력을 쌓아 자신만의 영역에서 일정 규모의 매출을 확보하고 있는 영업사원들이 회사를 나와 CSO로 활동한다”며 “일부 제약사는 회사 차원에서 CSO 설립을 유도하기도 한다. 소속 영업사원들은 각종 규제를 받아 영업활동이 어렵지만, CSO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영업사원들도 회사에 소속된 것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유리하기도 하다. 업계에선 앞으로 CSO로 전환하는 영업사원이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CSO가 적절한 ‘처방’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업 생태계가 CSO로 옮겨 갔을 뿐이라는 얘기다. 업계에선 리베이트 제공 가능성은 물론, 기준가보다 낮은 가격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사례까지 발견되면서 유통질서도 흐려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의약품유통업체 관계자는 “일부 제약사들이 CSO와 판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안 팔리는 제품을 기준가의 20~30%선에 공급하고 있다”며 “낮은 가격에 의약품을 구입한 CSO가 차액을 병의원에 리베이트로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복지부와 국회 법률검토 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을 근거로 ‘CSO의 리베이트’ 행위에 대한 귀책사유는 제약사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는 유권해석(2014.8.4)에서 “의약품제조자 등이 CSO 등 제3자를 통한 불법 리베이트 제공 시에도 제조자의 책임범위에 포함되며, CSO가 단독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주장해도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제조사 등에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가 있다”고 밝혔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결과(2015.10.23)도 “의약품 공급자가 다른 사업자 등을 이용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행위는 간접정범에 해당돼, 현행 규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에선 ‘변칙 영업’에만 의지할 게 아니라, 영업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CSO 역시 2018년부터 규제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일부 제약사들이 최근 온라인 판촉을 확대하고 있다. 대면영업을 줄여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자는 것이다. 이들의 성공 여부에 따라 업계 영업 방식도 온라인으로 옮겨 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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