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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vol. 2] '한 올 한 올 삶의 풍경' 박재영

2017.09.04(Mon) 16:00:06


[비즈한국] 역설이 지배하는 시대다. 자본주의로 세계 최강대국이 된 미국은 공산주의자들의 정치 기술인 포퓰리즘이 쉽게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이다. 물질문명도 그렇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어냈지만 그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한다. 굳이 환경론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물질문명을 비판한다. 특히 지식층에게는 필수 항목처럼 통한다. 물질문명 덕에 안락하고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으면서.

 

물질문명을 자양분 삼아 금세기 막강한 세력을 갖게 된 팝아트는 이런 모순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준다. 팝아트는 미국을 대표하는 예술로 물질문명의 혜택을 톡톡히 받았다. 그런데 팝아트로 성공한 작가는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그리고 이것의 성공 모델인 미국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작품으로 부와 명예를 얻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그러나 대안 없는 비판은 위험하다. 문제 본질을 해결하기보다는 다른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감성에 호소하면서. 우리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기술이다.

 

woolscape-lower zipper: 100x60cm, 캔버스에 유화, 2010년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작심하는 작가들에게도 현대 물질문명은 좋은 사냥감이다. 물질이 가져다준 풍요로운 환경에서, 그 문명이 일구어낸 현실을 비판한다. 물질문명 속에 부품화된 인간과 거기서 비롯된 인간성 상실이 이들의 공통 주제다.  

 

박재영도 그런 작품을 한다. 직조된 옷의 한 부분을 클로즈업시켜 극사실적으로 그리는 회화다. 털실 한 올 한 올이 모여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현대 사회 구조를 읽는다. 집단화된 사회에서 개인의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털실은 규격화된 구조 속에서 일정한 모양을 갖는다. 그렇게 작은 질서에 의해 만들어진 털실의 구조는 모두가 같은 모양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을 작가는 커다란 스웨터나 재킷 혹은 팬츠의 미세한 한 부분으로 해석한다. 여기서 최소 단위의 털실의 모양은 성격을 갖지 못한다. 그저 커다란 옷의 의미를 위한 단위일 뿐이다. 

 

woolscape-pattern: 90×45cm(2연판), 캔버스에 유화, 2004년

 

 

박재영은 자신도 물질문명이 이룬 집단화된 사회 속에서 옷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털실처럼 개성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비판하지 않는다. 인정하고, 이를 이겨낼 새로운 방식을 모색한다. 그게 그의 극사실적 회화다. 

 

그가 보는 세상은 긍정적이다. 물질문명의 어두운 쪽보다는 밝은 쪽에 눈길을 맞춘다. “작은 털실 올이 모여 만들어진 스웨터가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주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사회도 어쩌면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이는 개개인의 작은 역할이 모여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간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을 담아서일까, 그의 극사실 회화가 유난히 따스해 보인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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