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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북한은 핵실험 뻥뻥 하는데…'하라는 대로 하는' 국방과학, 이제는 당당해질 때

북핵 대응카드 한계 속 국방과학 필요성 커져…정부 구호 봉사에서 탈바꿈해야

2017.09.03(Sun) 23:28:42

[비즈한국] 지난 2일, 북한의 ‘노동신문’에서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화성-14호 ICBM에 장착할 수 있는 수소탄두를 만든 연구자들을 치하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대한민국과 각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로 ICBM에 수소폭탄을 장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예측과 분석을 내놓았다. 

 

이를 비웃듯, 북한은 그 다음날인 3일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지금까지 실행된 핵 실험 중 가장 큰 위력을 보인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제는 어떻게 진행되든, 남북한의 군사적 갈등은 상호 핵공격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어진 셈이다. 전 세계에서 이미 30년 전에 사라진 핵전쟁과 냉전의 공포가, 적어도 한반도에서는 부활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 뒤에 세워둔 안내판에 북한의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적혀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한미군사동맹하에서 미국의 핵우산과 증원전력 말고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그리 많지 않다. 이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는 보통국가로서의 한계도 있지만, 일단 전 세계의 방위사업과 최신무기들이 이런 핵전쟁과 냉전에는 맞지 않는 무기와 전쟁 개념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최신 무기를 수입하고 싶어도 비싼 가격 때문에, 혹은 고급 무기로 수출을 금지당해서, 혹은 유지·보수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 국방과학기술을 발전시켜, 비싼 외국제 무기를 대체하기 위한 수입대체 연구로 국방과학을 발전시켜 왔지만, 이제는 ‘고립된 냉전시대’가 된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그 누구도 생산하거나 개발하지 못하는 북핵 대응 무기체계를 만들기 위한 국방과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국방과학기술이 북한 핵에 대응하고 새로운 긴장관계에서 우리나라의 영토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지금까지의 수동적인 주도, 정부의 구호에 봉사하고 수출 대체품을 만드는 중심이었던 국방과학 기술을 혁신시키는 것이다.

 

사실 IMO(국제해사기구) 기준 과학수준 세계 8위, 기술수준 17위인 세계적인 과학대국 한국의 국방과학은 항상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이상의 도전을 할 수도 없고, 할 수 없는 걸 못한다고 말할 수도 없는, 위에서 내려온 명령을 따르는 연구였다. 

 

그동안의 국방과학기술의 성과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국방기술품질원의 2016년 발표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국방과학기술은 세계 9위로, 1위부터 10위까지 국가들 중 50년 전에 전투함, 전투기, 탱크를 생산하지 못한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 건국된 이스라엘이나, 문화대혁명으로 산업이 붕괴 중이었던 중국조차 50년 전에도 탱크 혹은 전투기를 자기 땅에서 생산했다. 

 

이런 대한민국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말이 9위이지, 실로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다못해 중국에는 미국에서 돌아와 미사일, 핵폭탄, 인공위성을 성공시킨 천쉐썬(錢學森) 박사가 있었고, 이스라엘은 건국과 함께 전 세계에서 고국으로 모인 유수의 과학자들이 있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물려받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해 세계의 방위산업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대한민국의 국방과학기술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적은 도전정신과 탐구, 그리고 창의성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한국의 빛나는 국방과학 성장의 이면에는, 정확한 문제 진단 없이 주먹구구로 내려온 정책이나 정권 홍보에 공헌하기 위한 국방과학으로 지금껏 버텨왔다. 방위산업과 국방과학 기술자들이 군말 없이 ‘까라면 까는’ 상명하복식 연구개발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백곰미사일 발사를 참관하는 박정희 대통령. 사진=국가기록원


박정희 정권 시절 추진된 강력한 자주국방의 성과로 국산화에 성공한 무기에 대한 풍문들은 그런 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정희 정권의 강력한 지원과 연구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단기간 내에 20mm 발칸포, 155mm 견인포 등의 국내생산에 성공했다.

 

하지만 소문 혹은 야사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 중에서는 총신 정밀 가공을 위해서 청계천 공장이 동원되었으나 실패했다더라. 혹은 정해진 물건의 개발이 늦어지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협박을 받았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종종 전해지고 있다. 

 

물론 이런 국내의 국방과학 야사가 전부 실제 일어난 사건이라고 믿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박정희 시대의 국방과학기술 연구가 단기적 목표를 위한 무조건적인 ‘하면 된다’ 정신으로 이루어진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군부독재 물러나고, 헌정질서가 복구된 민주정부 이후는 어떨까. 한국의 산업수준이 높아진 혜택을 받아, 의욕적인 국산 무기 개발로 상당한 성과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위에서 하라면 하는’ 문화가 우리 국방과학의 방향성을 잡았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문민화된 정부하에서 대한민국의 국방과학 기술은, 이제는 생존을 위해서 정권의 홍보문구에 봉사하는 것이 지상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국방 녹색성장 추진회의 모습. 사진=국방부 공식 블로그 열혈국방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 국방과학기술과 방위산업은 비상이 걸렸다. 이명박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녹색성장’에 방위사업과 국방과학기술이 무언가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대체에너지 기술과 오염저감기술도 아닌, 전쟁을 하고 목표를 파괴하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는 국방과학과 녹색성장은 누가 봐도 관계가 없는 동떨어진 분야이지만,  22조 원을 들여서 한반도의 환경을 바꾸는 4대강 사업과 오염을 탐지하는 로봇 물고기가 대서특필되는 상황에서 이를 무작정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국방부 내부에서도 녹색성장추진위원회가 출범했고,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 녹색성장 계획 및 국방녹색기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이를 위해서 탄소저감형 차량 보급, 군 신재생에너지 활용방안, 폐탄약 친환경 변환기술, 특수임무 차량용 고기동 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들을 국방 녹색성장의 아이템으로 삼았다. 

 

이런 ‘구호를 위한 국방과학’은 박근혜 정부 때에도 바뀌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에 편승하기 위해, 국방과학과 방위사업은 창조국방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민군경제협력, 국방 ICT(정보기술) 등 또 다시 새로운 정부의 구호에 맞추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창조국방의 사례로 발표했던 아이템 중에서는 군용으로 쓰이는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한 플라즈마 가열장치, 바이오 항공유 등이 있었다.

 

정권이 역점으로 두고 있는 구호나 개념에 맞춰서 국방과학 기술의 방향이나 연구가 결정되는 것을 무작정 비판하자는 것은 아니다. 위에 열거된 기술개발 사례들 중 대부분은 우리 군에 꼭 필요하거나, 미래 국방기술로 확보가 필요한 것들이었다. 진짜 문제는 국방과학연구는 수치나 결과가 최고로 좋은 것이 아닌, 우리 군과 국방에 가장 필요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군사용 하이브리드 차량. 사진=(주)DST


이명박 정부 때 국방부 녹색성장추진위에 보고된 ‘4륜 독립구동 특수임무 차량용 고기동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이라는 기술을 살펴보자. 2015년까지 개발된 이 기술은 군용 정찰차량이나 특수부대용 차량, 장갑차나 탱크에 하이브리드 동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하이브리드 전투차량을 만들게 되면 소음과 적외선 발생량 감소, 차량의 소형 경량화가 되는 군사적 가치를 지닌다고 국방과학연구소가 밝힌 바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이런 발표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은 없다. 문제는 차량에서 소음과 적외선발생량을 감소시키는 것이 현재의 기술로는 하면 좋지만 효과도가 낮은 기술이라는 점이다. 현재의 기술로 하이브리드 추진기관을 가진 탱크나 자동차는 적외선 발생량을 줄여 열 추적 카메라를 장착한 미사일을 피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소음을 감소시키면 적에게 들킬 확률이 적겠지만, 우리 군은 아직 적진에 특수부대와 그 차량을 침투시킬 만한 능력이 없어 특수부대용 차량의 도입은 요원한 시점이다. 만약 하이브리드 전차를 만들게 된다면, 현재 한국 육군의 최신형 전차인 K-2 흑표전차보다는 연비가 더 좋은 전차를 만들 수 있겠지만 연비 하나만을 위해서 자동차 신제품을 내듯이 새로운 전차 모델을 내놓을 수는 없다.

 

현무 개발자를 격려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공식 트위터


문재인 정부는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통령 임기 내에 국방 연구개발 투자를 이전 정부 대비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4000억 원 수준의 국방 연구개발 투자가 연간 1조 원까지 늘릴 수 있다면, 제한된 예산으로 인해 개발을 시도 할 수 있으나 투자를 망설였던 많은 국방기술분야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다. 

 

기반 기술이 충분함에도 예산 부족과 리스크 때문에, 미국의 F-35와 같은 스텔스 특수 코팅이나 내부 무장창을 가지지 못한 반(半)스텔스 전투기인 보라매 전투기가 예산 증가의 혜택을 받으면 진짜 스텔스 전투기로 탈바꿈 하거나, 아직은 SF 영화에서 나오는 전자기 레일건, 레이저 무기들도 실제로 전투에 사용할 만큼의 성숙한 결과물을 기대해볼 만하다. 

 

예산은 국방연구개발의 가장 큰 장애물인 것은 분명하지만, 예산 증대만으로 우리의 국방과학 기술이 혁신을 이룰 수는 없다. 증가된 예산에 맞는 만큼, 우리 군에 필요한 기술, 앞으로의 전쟁에 필요할 기술과 결과가 어떤 것인지 고민하는 기술기획 중심의 사고, 그리고 정권의 홍보를 위한 무리한 신기술이 아닌, 사용자의 요구를 만족하는 국방과학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의 국방과학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 수 있는 진짜 원동력이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이길 발판이 될 것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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