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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현대차그룹 통상임금 '쓰나미'…정몽구 회장의 돌파구는?

통상임금 지급 판결, 중국 공장 중단 등 연속 악재…정 회장의 위기 돌파 묘수 주목

2017.08.31(Thu) 17:25:34

[비즈한국] 한국 경제의 쌍두마차인 현대·기아자동차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안에서는 비용 상승이 문제다. 법원이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판결에서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줘서다(관련기사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 '호실적'에 발목…법원 '변화'도 주목). 당장 4223억 원, 중장기적으로는 3조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밖에서는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쪼그라들고 있다. 중국에서는 공장 중단 사태까지 발생했다. 악재의 연속이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기아차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노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려 현대차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한 정몽구 회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일단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통상임금 판결이다. 기아차의 올해 분기별 영업이익은 3000억~4000억 원. 이번 판결로 올해 실적의 4분의 1을 오롯이 인건비로 추가 지출하게 됐다. 게다가 협력업체 상여급도 모두 보전해 줘야 해 기아차의 인건비 부담은 대폭 불어나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법원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게 적용하면서 야근, 주말근무 등 초과근무 수당이 늘어나게 됐다. 한국의 시간당 초과근무수당은 기본급의 1.5배로 미국·일본 등보다 높다. 기아차는 하반기 비용 부담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올해 영업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상여금은 연초 단체협약에 의해 지급 여부와 금액 등을 결정하기 때문 일상적인 임금으로 볼 여지가 높다”며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은 상여금을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돈이라는 판단이 섰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017~2018년의 명운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현대·기아차는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여있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침체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인수·합병(M&A)과 신기술 경쟁을 괜히 벌이는 게 아니다. 당장 재정 부담이 커진 기아차로서는 ‘스토닉’ 글로벌 출시와 신형 ‘K9’ 발매일을 늦출 가능성도 높다. 앞으로 2년간 인도에 총 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차질이 우려된다. 

 

성신여대의 박기성 경제학과 교수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의 사회적 비용’ 보고서에서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0.13%포인트 하락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로 환산하면 2조 원이 넘는 규모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하다. ‘포브스’에 따르면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가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1, 2위를 각각 기록했다. 2013년 실적 기준으로 각각 9.78%, 8.03%를 기록했다. 경쟁사인 폴크스바겐이나 혼다의 2배가 넘는다. 

 

이에 비해 상위 10대 자동차 회사 가운데 종업원 수는 가장 적다. 현대차 5만9831명, 기아차 3만 3456명. 두 회사를 합해도 폴크스바겐 57만 2800명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매출액이 비슷한 혼다(19만 338명)나 닛산(16만 6881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적은 인원만으로 짠물 경영을 통해 알짜 영업을 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통상임금으로 커진 비용부담이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현대차의 중국 현지 공장 네 곳이 가동을 중단한 점도 충격이다. 중국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시장이다. 그러나 현대차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30만 대에 그쳐 전년 동기(52만 대)보다 42.3%나 급감했다. 

 

글로벌 7대 완성차 업체 중 하나인 현대차가 중국 내 판매 부진과 부품대금 지급 지연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은 시장에 충격을 줬다. 노동 비용 증가가 기업의 경영 상태는 물론 수출 부진과 경제성장률 정체를 초래할 수도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비즈한국DB


현대차그룹은 어떻게 이 위기를 돌파할까. 1990년대 후반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경쟁 심화와 마진율 하락, 현대가 ‘왕자의 난’까지 겹쳐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난을 맞았지만 극복해 냈다. 

 

1998년 독일 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의 통합을 시작으로 폴크스바겐-롤스로이스, 포드-볼보, 르노-닛산, GM-쓰바루 등 거대 자동차 회사 간에 인수·합병(M&A)과 제휴가 이어졌다. 크라이슬러는 추가로 미쓰비시·볼보의 지분을 사들였고, GM은 이스즈·스즈키·후지중공업을, 포드는 마쓰다를 각각 사들였다. 자동차 회사의 난립과 과잉 투자로 업계의 구조조정이 필요했던 시점. 생산 라인과 마케팅 효율화가 필요했다. 

 

2000년 전 세계 40여 자동차업체들은 당시 실제 판매량 보다 30%나 많은 약 2000만 대를 생산했다. 현대차도 기아차를 사들이면서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에 동참했다. 당시 현대·기아차는 해외 시장과 저가 시장을 파고들었다. 자동차 회사들의 고급화 경쟁이 치열해져 개발비가 치솟고 자동차 가격이 급등하던 시절, 현대·기아차는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는 모델을 다양하게 내놓는 한편 미국·유럽 차보다 가격을 낮춰 시장을 넓혔다. 

 

특히 당시 경기가 부진했던 미국 시장에서 주효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솟구친 것도 미국 시장의 영향이 컸다. 질 나쁘고 싼 차라는 이미지가 합리적인 가격에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로 바뀌었다. 애프터서비스 전략도 잘 통했다. 현대·기아차의 2000년 세계시장 점유율은 10위 안팎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6~7위권을 지키고 있다.

 

전직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당시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정몽구 회장과 임직원들이 함께 미주와 유럽 등을 순회하며 해외 판매를 늘리는 데 열을 올렸다”며 “현재 전기차 등 자동차 산업이 큰 틀에서 바뀌고 있는데 대해 기술 공유와 중국 업체들과의 협력 등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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