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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성 논란 릴리안 생리대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되나

여성 10명 중 9명 일회용 생리대 사용…식약처 "모든 생리대 조사"

2017.08.31(Thu) 10:32:45

[비즈한국] 발암물질 생리대로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은 여성이지만 그 영향은 비단 여성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가족이나 지인 등 친밀한 관계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지적되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는 이유다.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문제의 생리대를 사용한 후 여성들은 ‘생리혈 색깔이 검게 변했다’ ‘응급실에 가야 할 정도로 생리통이 심해졌다’ 등의 신체적인 변화와 질염, 자궁근종, 자궁내막염, 난소낭종, 난소물혹 등의 부작용까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8월 27일 인천 영종도의 한 대형마트에 깨끗한나라 릴리안 생리대 환불조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앞서 주요 유통업체들은 유해물질 검출 및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릴리안 생리대를 판매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과거 한 조사기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패드형 생리대’ 사용자는 88.9%로 10명 중 9명의 여성이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생리대의 기본 정보는 절반 정도가 모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500명의 응답자 중 8.6%인 43명이 생리대 기본 정보를 ‘알고 있다’고 답했고, 36.8%인 43명은 ‘어느 정도 안다’, 54.6%인 나머지 273명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여성들의 생리대 선택 기준은 뭘까. 휴지와 같은 필수품으로 인식되다 보니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아예 배제됐다. 대부분 성분보다는 브랜드와 착용감과 같은 외적인 요인에 의해 구매가 이뤄졌다. 장시간 생리대를 사용하는 특성상 착용감(39%)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다음은 ▲할인 또는 패키지 상품(14.7%) ▲기타(12.2%) ▲흡수 속도(11.6%) 등이 주된 선택 요인이었다.

 

생리대 시장점유율은 유한킴벌리의 화이트·좋은느낌이 1위, LG유니참의 바디피트·쏘피한결이 2위, 2013년 출시된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릴리안·순수한면 시장점유율은 20% 정도로 업계 3위다.

 

문제가 된 릴리안은 ‘내 이름은 릴리안’ ‘릴리안 초흡수’ ‘숨, 쉬다’ ‘파우더향’ 등의 문구와 귀엽고 깜찍한 여성모델이 포장지에 등장해 세련되고 산뜻한 느낌을 주었다. 또 릴리안보다 한 단계 위 상품인 ‘릴리안 순수한 면’은 ‘유기농 100%’ ‘나의 첫 순면’ ‘가볍다’ ‘안심 순면 커버’ 등의 문구가 들어가, 유해성분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어렵다.

 

생리대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보니 대부분의 여성들이 원플러스원(1+1) 행사나 대량 구매하는 경향이 있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 가지 제품을 꾸준히 오래 사용하게 된다. 릴리안 상품은 마트와 잡화점 등에서 각종 행사와 이벤트를 자주 실시하고 할인폭도 큰 편이어서 다른 브랜드를 사용하다가 바꾸거나 대량 구매가 많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 40대 직장인은 “릴리안 순수한면 상품을 마트에서 할인행사를 통해 대량으로 구입해 사용하고 있었는데, 평소 없던 생리통이 심해지고 생리양도 줄어 단순히 체질이 변해서 그런 줄 알았다. 생리기간마다 증세가 나아질 기미가 없어 병원을 찾았더니 난소에 물혹이 생겨 생리통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다른 것도 아니고 믿고 사용한 생리대 때문에 그런 증상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고 어이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두루마리 휴지와 티슈, 키친타올, 물티슈, 생리대 등 모두 깨끗한나라의 상품을 구매할 정도로 신뢰도가 높은 편이었는데 배신감이 느껴지고 다른 브랜드도 믿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릴리안을 사용했다는 30대 직장인은 “원래 쓰던 제품이 있었는데 회사 근처 프랜차이즈잡화점에서 1+1행사를 해서 바꾸게 됐다”며 “다른 사람들처럼 특별한 증상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신체에 다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깨끗한나라 측은 지난 7월 릴리안 생리대 제품의 전 성분을 홈페이지에 공개했고, 지난 18일에는 한국소비자원에 제품 안전성 조사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23일에는 환불 조치에 이어 24일 릴리안 생리대 전 제품의 판매 및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여성환경연대가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에게 의뢰한 생리대 독성 시험 결과에 따르면 시험한 10종 모든 제품에서 독성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은 전 상품으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이에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3월 발표한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조사 결과에 대해 “시험 결과를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도 업체명과 제품명은 밝혀지지 않았다.

 

여기에 여성환경연대 운영위원에 유한킴벌리 임원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 조사와 발표에 유한킴벌리의 입김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더해지면서 사태가 수습되기는커녕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식약처는 “앞으로 국내 유통되는 모든 생리대 제품에 대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업체명과 품목명, VOC 검출량, 위해 평가 결과 등을 즉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미영 창업에디터 may42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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