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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에서 만난 우리 들꽃] 북방식물 '갯지치'가 '전남'에 있다고?

지치과(학명 Mertensia asiatica (Takeda) J. F. Macbr.)…식물도감 '전남 자생'은 틀린 내용

2017.08.29(Tue) 10:16:54

[비즈한국] 사할린 식물탐사 길에 쿠릴열도의 쿠나시르섬에도 들어가 북방계 식물탐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북한에 자생하는 우리 꽃, 북방계 식물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웅기솜나물, 갯별꽃, 홍월귤, 가는잎방풍, 왕별꽃 등을 만났다. 갯지치를 만난 곳은 스톨브차트이곶의 주상절리를 보고자 바닷가를 따라 걷는 해변의 모래밭이었다. 이곳은 깊은 산 속 길을 지나야만 했다. 원시림 같은 쿠릴열도의 깊은 숲속에는 가문비나무, 잎갈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침엽수의 독특한 향과 울창한 숲의 습한 내음이 짙어지면서 깊은 산중, 밀림지대에 와 있음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쿠릴열도의 국립공원은 당국의 허가 없이 들어갈 수가 없다. 반드시 산림청 직원이 동행하여야 한다. 산림청 직원이 가이드 겸 통제관이 되어 숲길을 안내한다. 곰 출현이 빈번하고 산에 길이 없어 안전을 위해서라고 한다. 숲길 옆의 커다란 가문비나무 둥치에 곰이 할퀸 흔적이 선명했다. 왠지 섬뜩하고 무서움증이 일었다.

 

다소곳이 고개 숙인 격자색의 갯지치 꽃. 밤하늘의 작은 별처럼 아름답다. 사진=박대문 제공


숲을 지나 바닷가에 나오니 가없이 펼쳐진, 탁 트인 태평양의 너른 바다가 나왔다. 쿠릴열도는 오호츠크해와 북태평양 사이에 놓인 크고 작은 20여 개의 섬들이다. 남쪽 해안은 북태평양, 북쪽 해안은 오호츠크해와 접한다. 수많은 세월을 두고 밀려오고 부딪치는 파도를 맞이했던 해변 모래밭에는 귀한 야생화들이 자랐다. 인적이 거의 없는 해변이라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남한에서 볼 수 없는 난장이풀산딸나무의 열매도 만났다. 한 해가 저무는 12월이면 사랑의 손길을 모으는 행사의 일환으로 옷깃에 다는 ‘사랑의 열매’처럼 생긴 앙증맞게 곱고 작은 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았다. 그 해변의 모래밭에는 갯지치도 함께 자라고 있었다.

 

갯지치에는 벽자색의 작은 꽃들이 한창 피어났다. 작고도 앙증맞은 수많은 꽃망울, 밤하늘에 파랗게 빛나는 작은 별처럼 보였다. 긴 세월 가슴에 품어온 많고도 많은 숨은 이야기들을 오순도순 주고받듯이 다소곳이 고개 숙여 갯바람에 흔들렸다. 활짝 핀 청잣빛 꽃 이파리와 분홍빛 감도는 꽃망울이 함께 어우러져, 물방울처럼 곱게 송알송알 맺혔다. 

 

갯지치는 바닷가 모래땅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넓은 난형의 잎은 어긋나고 다육질이다. 잎 앞면에 딱딱한 점이 드물게 있고 꽃부리는 종 모양으로 밑을 향한다. 뿌리잎에는 잎자루가 있고 줄기잎은 잎자루가 없다. 7~8월에 벽자색 꽃이 총상꽃차례를 이루고 달리는데 벽자색 꽃만이 아닌 분홍빛 감도는 꽃도 함께 핀 것을 보았다. 한군데서 줄기가 뻗어 나와 무더기로 자라며 마치 방석처럼 군데군데 뭉쳐 있었다. 

 

갯지치는 바닷가 모래땅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북방계 식물이다. ‘전남’에 분포한다고 기재된 식물도감은 틀린 것이다. 사진=박대문 제공


식물도감이나 백과사전에는 한국(전남, 강원, 함북), 쿠릴열도, 사할린, 오호츠크해 연안, 알류샨 열도, 일본(동북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갯지치는 북방계 식물이라서 동해안도 아닌 전남 해안에 일반적으로 자랄 수가 없는 식물이다. 하지만 대부분 국내 식물도감이나 백과사전에는 ‘전남’에 분포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아마도 누군가가 한 번 전남으로 잘 못 기재한 것이 계속해서 복사본으로 전해 내려오지 않았나 싶다. 

 

십수 년 전 강원도 고성 해안에서 갯지치가 발견된 적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최근 남한에서 갯지치를 보았다는 소식은 대부분의 동호인이 듣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 꽃이지만, 주로 함북 등 북한 지역 해변에서 자생하는 북방계 식물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전남이 갯지치 자생지로 기재되어 오는지가 매우 궁금할 뿐이다. 

 

민간에서 갯지치는 위통(胃痛)에 다려 먹고 꽃은 해열제, 발한제, 진통제, 건위약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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