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자들이 늘어난 가운데, 패키지여행상품을 구매했던 고객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여행사가 홍보물에 게재된 것과 다르게 가이드 임의로 여행스케줄을 바꾸거나 선택 관광 등의 ‘옵션’을 강매하는 행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회사원 A 씨는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참좋은여행사’의 동남아 패키지여행상품을 구매했다. 홍보물에는 ‘추천 선택 관광’으로 래프팅, 전통마사지, 국립공원 관광, 시푸드 레스토랑 식사 등이 지정돼 있었다. 여행객이 선택적으로 참여하는 옵션인 만큼 미참가 시에는 ‘차량대기, 현지가이드 미동행’이라는 글귀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실제는 홍보물과 달랐다. 가이드는 숙소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A 씨를 비롯한 패키지여행객들에게 “모든 여행이 가이드 사비로 선결제 후 경비증빙을 통해 여행사에서 돈을 지불받는 형태다. 이미 내가 200만 원 이상을 썼고, 여행객이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1인당 70달러 적자이니 나머지 옵션은 다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170달러씩 내라”며 선택을 강요했다.
A 씨에 따르면 가이드는 당시 여행인원 가운데 어린아이들과 함께한 가족에게는 일부 옵션에 대해 “아이들이 힘들어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아이들을 제외할 수 있게 해줬으나, 나머지 일행에게는 “(내가) 남는 게 없으니 나머지 옵션은 다 하면 된다”며 선택권을 주지 않고 모든 옵션을 다하게 했다.
더불어 가이드는 세 차례 방문한 쇼핑센터에서 여행객들에게 제품을 구매하라고 강요했다. 가이드는 30분 만에 쇼핑을 마친 여행객들에게 “이렇게 빨리 내려오면 어떡하느냐”며 쇼핑을 압박했으며, 사고 싶은 제품이 없어 쇼핑센터 출구 쪽에 서 있던 A 씨를 향해 “나는 뭐 먹고 살라고 이렇게 쇼핑을 안 하냐”며 타박하기도 했다.
A 씨는 “아이들과 동행한 가족에게는 일부 ‘옵션’에 선택권을 줬으나, 나머지 여행객들에게는 선택 기회를 주지 않고 돈을 걷어갔다. ‘옵션’을 강매한 셈”이라며 “가이드를 따라 방문한 쇼핑센터 가운데 한 곳은 현지 대형 쇼핑몰이었고, 나머지 두 곳은 한인이 운영하는 개인 숍이었다. 가이드가 스케줄을 임의로 변경하기도 했는데, 쇼핑센터를 많이 돌기 위한 전략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패키지여행 중 발생한 문제는 애초 여행상품 구조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패키지 상품의 쇼핑센터가 가이드에게 커미션을 준다는 사실 또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다. 나처럼 불합리한 일을 겪지 않도록 여행사부터 관행을 고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참좋은여행사 측은 “패키지여행이라 이런 부분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이러한 ‘마이너스 투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회사 규정으로 철저히 금지한다. 항의가 종종 들어오는데, 동남아 쪽에서 특히 자주 발생한다. 그 경우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가이드와 업체에 경위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A 씨의 출발일과 귀국일, 상품명 등을 알려주면 사실 확인 후 적절한 보상 및 대응을 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회사가 철저히 관리하나 어려움이 있다. 다만 적발되는 즉시 업체와 가이드에게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제재를 가하고 있다. 회사 방침을 어긴 팀이 있다면 교육을 하고 경고를 주는 등의 조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패키지여행에서 옵션 강매와 쇼핑 강요를 경험한 것은 A 씨만이 아니다. A 씨가 이용한 참좋은여행사뿐만 아니라 다수 국내 여행사에 이 같은 ‘낚시성 패키지 상품’ 영업행태가 만연하다. 여행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대부분의 누리꾼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패키지여행에서 A 씨와 비슷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동남아 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는 한 누리꾼은 “3박 4일 일정에서 3일을 빠듯하게 여행시키고 마지막 돌아가는 날 하루 종일 쇼핑 투어를 시켰다. 패키지여행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다른 누리꾼 또한 “패키지여행에서 처음 안내했던 금액 이외에 선택 관광(옵션)과 쇼핑을 강요당한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다수 접했다. 나도 패키지여행을 한 번 경험했으나, 앞으로 다시는 이용할 계획이 없다”며 “여행사에서 모객을 위해 싼 값의 미끼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저가 패키지여행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가 여행사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한다. 국내 대형 여행사와 하청 여행사, 현지 가이드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적정가격이 아닌 저렴한 가격의 ‘마이너스 패키지’ 여행상품이나 ‘낚시성 상품’이 만들어지며 결과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가이드가 마이너스 비용을 메우기 위해 쇼핑을 강요하거나 선택 관광을 강매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7일에는 통역가이드 노동자 200여 명이 ‘저가 패키지여행상품’ 등과 관련해 여행업계에 만연한 적폐를 청산하고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며 한국노총 공공연맹 산하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에 가입했다.
이들에 따르면 태국 등 동남아 패키지여행상품은 원가에 못 미치는 마이너스 상품이며, 이를 여행사가 현지 가이드에게 떠넘기는 구조이다 보니 가이드들이 옵션 관광과 쇼핑 등으로 손실을 메워야 한다. 이를 메우지 못하면 가이드가 개인적 손실을 보는 경우도 발생한다.
박인규 한국노총 통역가이드연합본부장은 “국내 여행사가 자신들이 받아야 할 비용은 다 받고 마진을 남기면서, 현지 여행사에게는 행사비를 주지 않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전가한다. 이러한 내용이 고객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는 국내 여행사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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