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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vol. 2] '팝아트로 추억 소환' 정운식

2017.08.21(Mon) 14:03:02


[비즈한국] 현대미술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작가들은 더 이상 그리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짜낼 뿐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작가로 대접받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아이디어를 구현할 디자인만 할 뿐 직접 땀 흘려 제작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술에서 아이디어가 창작의 주요 동력으로 떠오른 것은 20세기 들어서면서부터다. 현실을 재현하거나 해석하는 방법으로는 창작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미술에서 새로움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작가들에게 신천지 같은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작가들은 독창적인 화풍을 만들려고 고민하기보다 어떤 것이 미술이 될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짜내는 데 몰두하게 되었다.

 

정운식도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작업을 한다. 젊은 작가의 반짝이는 감각이 돋보인다. 그런데 그의 작업은 아이디어 디자인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엄청난 공력을 들여 복잡한 제작 과정을 스스로 해결한다. 노동의 흔적이 흠뻑 배어 있다. 그래서 아이디어만 번뜩이는 얄팍한 감각을 뛰어 넘는 짙은 여운을 남긴다. 

 

I will: 1360X100X800mm, 알루미늄과 그래피티 페인트, 2016년



그의 작업은 만드는 쪽에 가깝다. 회화와 조각을 고루 경험한 작가는 조각 기법을 응용한 회화 작업을 보여준다. 주요 소재도 팝아트적 이미지다. 그런데 그 이미지가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아련한 감성에 닿아 있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작가가 아날로그적 감성을 보여준다.

 

정운식이 만들어내는 회화에 담긴 이미지는 추억의 명화를 수놓았던 스타의 얼굴이나 반세기 전 대중음악의 주인공들이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오드리 헵번, 소피 마르소,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지미 헨드릭스 같은 흘러간 대중 스타의 초상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고흐나 미켈란젤로 같은 얼굴도 만든다. 

 

이런 이미지의 사진을 이용하여 컴퓨터 디자인으로 기본 스케치를 만든다. 이렇게 얻어낸 얼굴 이미지를 파편화된 조각으로 나누어 스테인리스로 제작한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이미지 파편을 재조립하고 채색하는 과정을 거쳐 조각적 회화가 탄생한다. 

 

Her-003: 150x150x190mm, 알루미늄과 그래피티 페인트, 2017년


 

그의 작품은 정면에서 보면 입체감이 두드러지는 회화지만, 측면에서 바라보면 여러 겹의 철판이 중첩된 부조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추억을 호출해주는 얼굴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중첩된 철판 사이의 공간을 소중하게 여긴다. 

 

우리는 얼굴에서 많은 기억을 재생해낸다. 그게 감성을 자극했던 영화거나 음악이라면 그 시절 자신만이 간직했던 추억을 함께 떠올린다. 이런 추억은 팍팍한 오늘을 사는 많은 이들에게 현실을 이겨내는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정운식은 자신의 작품 속에 중첩된 이미지 사이의 공간을 추억이 머무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중적 이미지지만 여운이 짙은 감성이 묻어나는 것은 아닐까.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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