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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기재부와 한국은행의 허니문이 아쉬운 이유

정권 바뀌며 늘 엇박자…모처럼 훈풍 맞았으나 둘 다 존재감 없어

2017.08.19(Sat) 14:11:41

[비즈한국] 우리나라 경제 양대 수장은 기획재정부 장관(부총리)과 한국은행 총재다. 기재부 장관은 재정정책을,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을 책임지고 있다. 재정과 통화 정책은 맞물린 관계다 보니 기재부 장관과 한은 총재 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불협화음을 내기 일쑤다. 기재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에 주로 집중하는데 반해 한은은 돈이 시중에 넘쳐나면 물가가 급등하기 때문에 돈줄을 죄는 데도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모처럼 기재부 장관과 한은 총재가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두 사람의 위상이 약화된 상황이어서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사진=박은숙, 이종현 기자


이처럼 가깝고도 먼 기재부 장관과 한은 총재가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달 사이 두 번 회동했다. 다행히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의 만남에서는 과거 기재부 장관과 한은 총재 회동 전후로 있었던 불협화음은 나오지 않았다. 북한 리스크나 가계부채 등과 관련해 두 번의 모임 모두에서 같은 목소리를 냈다. 역대 기재부 장관과 한은 총재의 만남이 엇박자를 봉합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나 회동 뒤 엇박자가 터져 나왔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2005년 3월 한덕수 전 부총리와 박승 전 총재는 명동 은행회관에서 만난 데 이어 4월에는 저녁 식사자리를 하며 폭탄주를 나눠 마셨다. 한 전 부총리 임명을 축하하고, 경제정책에서 협력을 다짐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러한 회동은 5개월 만에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버렸다. 9월 박 전 총재는 “현재 세계적인 저물가는 중국이 값싼 공산품을 공급하는데 따른 위장된 저물가”라며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며칠 뒤 한 전 부총리는 “현재 물가가 대단히 안정돼 있으며 이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뒤 다른 요소들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으로 본다”며 한은에 기준금리 인하를 주문했다.

 

강만수 전 장관과 이성태 전 총재의 갈등도 유명하다. 747(연 7% 성장, 1인당 GDP 4만 달러, 경제 7대 강국) 정책 입안자인 강 전 장관은 한은에 기준금리 인하 압력을 지속적으로 넣었다. 한은에서 잔뼈가 굵은 이 전 총재는 한은 독립성을 내세워 맞섰다. 강 전 장관과 이 전 총재는 2008년 3월 서울 강남에서 식사를 하며 갈등 가라앉히기에 나섰지만 엇박자는 이 전 총재 임기 내내 계속됐다.

 

김중수 전 총재와 현오석 전 부총리는 경기고·서울대·펜실베이니아 대학원 직속 선후배 사이였으나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현 전 부총리는 취임 직후 경기부양을 위해 한은에 공개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주문했지만 김 전 총재는 이를 거부했다. 김 전 총재가 정치권과 청와대의 압박에 2013년 5월 기준금리를 내리고 한 달 뒤 명동 곰탕집에서 현 부총리와 조찬회동을 했지만 양측의 골을 메워지지 않았다.  

 

이주열 총재는 취임 당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최경환 전 부총리와 유일호 전 부총리의 압박, 세계 경기하락 등으로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인하했다. 이 총재와 최 전 부총리, 유 전 부총리는 몇 차례 식사를 같이 했지만 한은 통화정책과 독립성을 둘러싼 갈등은 가시지 않았다. 

 

이러한 갈등의 배경에는 임명 정부가 다르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경제 책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보니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전 총재(2006년 4월~2010년 3월)는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됐지만 임기의 절반은 이명박 정부에서 보냈다. 또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김 전 총재(2010년 4월~2014년 3월)는 마지막 1년을 박근혜 정부에서 지내면서 통화 정책을 놓고 많은 갈등을 빚었다. 

 

박근혜 정부 때 자리를 차지한 이주열 총재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동연 부총리와 아직 갈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김 부총리가 임명된 지 나흘 뒤인 6월 13일 한은에서 만나 경제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에 대한 시중의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한 것이다. 

 

두 달이 흐른 8월 16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오찬회동을 갖고 북핵 리스크와 가계부채 관리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 부총리는 청와대 일각에서 제기된 기준금리 인상 주장을 비판하고 한은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이 총재를 엄호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기재부 장관과 한은 총재가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두 사람의 위상이 약화된 상황이어서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김 부총리는 증세 문제나 부동산 대책에서 소외되면서 ‘김동연 패싱’이라는 말을 듣고 있고, 이 총재는 임기가 이제 7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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