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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문재인 맥주' 세븐브로이펍은 아직 한여름

청와대 간담회 후 매출 3배 급등, 여세 몰아 4억 원대 크라우드펀딩까지

2017.08.18(Fri) 10:14:53

[비즈한국] 7월 27, 28일 이틀간 문재인 대통령이 15명의 기업인을 청와대로 초대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과 맥주, 칵테일을 마시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런데 청와대에 초대받지 않은 기업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대중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가진 호프미팅에서 국내 소상공인이 만든 맥주 세븐브로이 생맥주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세븐브로이는 2011년 7월 강원도 횡성군에 설립된 국산 맥주 기업이다. 

 

세븐브로이는 청와대 간담회 이후 취재 문의가 폭증하고 있지만 일체 대응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사진=세븐브로이 홈페이지


청와대 간담회가 끝난 지 20여 일이 지났지만, 세븐브로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름철 증가한 맥주 소비량 이상으로 세븐브로이 매출이 급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븐브로이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 간담회 이후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했다. 

 

8월 13일 오후를 기해 전국에 내려진 폭염특보가 해제됐다. 이와 함께 열대야도 사라졌다. 맥주를 마시며 잠시 무더위를 잊었던 여름밤도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맥주 소비량도 하락세로 돌아설 즈음이다. 하지만 세븐브로이는 매출이 꺾이지 않고, 되레 하루하루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선선한 바람이 불던 8월 16일,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세븐브로이펍을 찾았다. 오후 6시 30분 저녁식사 시간대라 오픈 전일 거라 생각했지만, 지하 1층 펍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20대로 보이는 여직원 2명이 첫 손님의 방문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초고층 건물과 낙후된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공덕동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비즈한국’이 방문한 시간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지만, 토요일 자정 무렵 이태원 뒷골목을 헤매다 외국인들이 가득 찬 펍에 우연히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낯설면서 반갑고, 어색하면서 신나는 느낌 정도라고 해두면 적당할 것 같다. 

 

청와대 간담회 이후 세븐브로이 매출은 3배 이상 증가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청와대에서 마셨다는 ‘강서 마일드 에일’ 생맥주와 세븐브로이의 대표적인 병맥주 ‘인디아 페일 에일’을 주문했다. 여름엔 역시 치맥(치킨+맥주)이라지만, 와인에 어울리는 고르곤졸라피자와 동행인의 추천에 연어샐러드를 안주로 골랐다. 

 

강서 마일드 에일은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색다른 맥주임에 틀림없었다. 목넘김이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입안 가득 번졌다. 맥주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고르곤졸라피자와도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함께 마시기에는 젊다는 느낌도 들었다. 

 

동행인이 선택한 인디아 페일 에일 병맥주는 ‘황제의 맥주’로 통한다. 19세기 영국 제국주의 시대 유행했던 맥주를 표방했다고 하는데, 풍부한 향이 가득한 크림 맥주 인디아 페일 에일이 그 분위기를 머금고 있었다. 새콤한 연어샐러드와 느끼하면서 달콤한 고르곤졸라피자와도 잘 어울렸다. 

 

안주가 나올 즈음 손님들이 하나둘 펍 안으로 들어섰다. 밤 8시 30분을 넘어서자 만석을 이뤘다. 대통령이 선택한 맥주라 50대 이상이 즐겨 찾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테이블에 착석한 20팀의 면면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30대 남성이 주류를 이룬 점도 주목할 만했다. 

 

김현호 씨(가명·​35)는 “한 달에 두세 번 회식을 하는데, 2차로 이어질 때마다 세븐브로이펍을 찾는다. 오늘도 1차 술자리를 끝내고 17명의 회사동료들과 함께왔다”며 “2년 전부터 단골이다. 맥주 맛에 매료돼 술자리 마무리는 항상 이곳을 선택한다. 동료들도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다. 최근 대통령이 이 맥주를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세븐브로이펍 직원들보다 회사 동료들이 더 기뻐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세븐브로이펍 마포점에 직접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이 마신 ‘강서 마일드 에일’​ 생맥주를 마셔봤다.  사진=세븐브로이 홈페이지

 

이날은 세븐브로이맥주 본사 직원도 세븐브로이펍 마포점을 찾았다. 익명을 요구한 이 직원은 “대표이사가 모든 직원에게 당분간 언론과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청와대 간담회 이후 부담스러울 정도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이 이유”라며 “그동안 세븐브로이의 맥주 제조 기술력에 비해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아쉬웠는데, 최근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매출이 향상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마포점은 세븐브로이펍 가맹점 중 가장 장사가 잘 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가맹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대표이사 지인 위주로 가맹점이 운영되는 것으로 안다”며 “9월 중순 이후 세븐브로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지금과 같은 뜨거운 관심과 사랑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븐브로이펍 마포점은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는 팝송과 만석을 이룬 손님들의 대화 소리에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었다. 맥주 맛에 취해 얼굴이 붉게 상기된 손님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도 술에 취해 흐트러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매너 좋은 손님들의 태도에 직원들도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사진 촬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세븐브로이펍 마포점 매니저는 “본사와 함께 가맹점도 당분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가맹점주도 최대한 말을 아끼라고 당부했다”고 양해를 구하면서 “청와대 간담회 이후 고객이 두세 배 이상 늘었다. 바빠졌지만 직원들 모두 기쁜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세븐브로이맥주의 매력에 빠져들었으면 좋겠다. 세븐브로이펍은 세븐브로이맥주뿐만 아니라 수입맥주와 일반 맥주도 판매하니 누구라도 술자리를 즐길 수 있는 곳”고 설명했다. 

 

청와대 간담회 이후 인기가 급증하자 세븐브로이는 4억 원의 유상증자를 크라우드펀딩으로 실시했다. 9월 대대적인 가맹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으로 보인다. 사진=세븐브로이 홈페이지


한편 세븐브로이는 여세를 몰아 8월 7일부터 8월 17일까지 크라우드펀딩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액면가 1만 원의 우선주 800주를 주당 50만 원에 일반인 공모 방식으로 모집했다. 주식 형태는 상환전환우선주식으로 1년 뒤부터는 100년 내에 언제든 현금으로 교환이 가능하며, 10년 이내에는 보통주로 전환도 가능하다. 

 

모집이 모두 성공할 경우 세븐브로이는 4억 원의 자본금을 추가로 마련하게 된다. 9월 대대적인 가맹점 모집과 언론 홍보를 위한 자금으로 보인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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