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 스타트업'을 입는다

혁신적인 제품부터 유통까지…사회적 책임 실천으로 주목도 높여

2017.08.14(Mon) 17:37:21

[비즈한국] 다른 물건은 몰라도 ‘옷’만큼은 반드시 입어보고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고, 천의 질감이나 색상도 모니터 속 사진만 보고는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면 배송되는 온라인 쇼핑 전성시대에 백화점 대부분을 의류 매장이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전통적인 소비 방식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패션 스타트업이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합리적인 가격은 기본. 기존 소비자들의 편견을 파괴하는 혁신적인 시도로 브랜드 중심의 패션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패션 스타트업들의 성공 비결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따져봤다.

 

안경부터 신발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 제품으로만 조합해보니 약 49만 원이 들었다. 그래픽=이세윤 디자이너

 

# 안경 - 워비파커

 

‘안경은 왜 아이폰만큼 비쌀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워비파커’는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안경 스타트업이 됐다(관련기사 가격도 착하고 마음도 착한 안경 '워비파커'). 워비파커는 안경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에 안경을 주문 제작할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을 고안, 2015년 구글과 애플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선정됐다.

 

소비자는 홈페이지를 보고 마음에 드는 안경 5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그 다음 택배를 통해 배달된 안경 5가지를 써보고, 하나를 선택한 다음 반송하면 된다. 워비파커는 소비자의 시력과 눈과 눈 사이의 거리 등의 정보를 받아 안경을 제작해 다시 배송한다. 

 

세 번의 배송과정에서 드는 요금은 전부 워비파커가 부담한다. 소비자는 10만 원 정도면 최신 트렌드의 디자인을 가진 안경을 사용할 수 있다. 단순히 저렴할 뿐만 아니라 브랜딩을 통해 제품의 가치를 더욱 높여, 소비자의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도 워비파커가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워비파커의 시착 제품 선배송을 통한 유통 방식은 다른 미국 내 스타트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사진=워비파커 홈페이지

 

안타깝게도 워비파커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우리나라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 안경테는 문제가 없지만, 도수가 있는 렌즈의 경우 온라인을 통한 처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셔츠 - 언턱잇

 

남자만 공감할 수 있는 딜레마 한 가지. 셔츠 밑단을 바지 밖으로 내어 입으면 다리가 짧아 보일 뿐 아니라 보기에도 좋지 않다. 게다가 때와 상황에 따라서는 예의에 어긋나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해서 넣어 입으면 귀찮고 답답하다. 특히 복부 비만인 남성은 셔츠가 꽉 끼기 때문에 더욱 배가 나와 보인다.

 

언턱잇은 비단 드레스 셔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패션에서 최적의 밑단 길이를 제공해 편안하면서도 단정한 느낌을 연출한다. 사진=언턱잇 트위터

 

‘언턱잇’은 이러한 딜레마에 빠진 남성들에게 적당한 타협점을 제시했다. 셔츠 자락을 밖으로 내어 입되, 길이를 적당히 조절해서 넣어 입는 것과 비슷하게 단정해 보이는 셔츠를 개발한 것. 말로는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설문조사와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의 밑단 길이를 찾아냈다. 

 

밑단을 밖으로 빼도 단정해 보이는 언턱잇 셔츠에 대한 남성들의 반응은 대단히 뜨거웠다. 사업 초기부터 온라인 주문이 쇄도했고 나아가 미국 주요 도시에 오프라인 매장까지 문을 열었다. 언턱잇 셔츠만 고집하는 마니아까지 생겼을 정도. 대대로 위대한 발명이나 성공한 스타트업은 이렇게 사소한 불편함을 해결하는데서 시작한다.

 

# 청바지 - 디스틸트

 

왜 비싼지 모르겠는 것은 안경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프리미엄 진(Jean)’이라고 불리는 몇몇 브랜드의 청바지도 마찬가지다. 수십 만 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에도 잘 팔리는 이유는 입었을 때 특유의 자연스러운 핏과 세련된 디자인 때문. 하지만 이러한 설명에도 수긍할 수 없었던 한 미국의 두 젊은이가 반기를 들었다.

 

디스틸트 청바지는 같은 디자인에 청바지 천의 색상이나 질감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어 원하는 디자인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사진=디스틸트 홈페이지

 

‘디스틸트’는 청바지 제작 과정에서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할 뿐 아니라 환경 친화적 재료를 사용하고 노동착취 없는 생산 환경을 조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고가의 프리미엄 진과 비슷한 품질을 구현해냈다는 평가다. 여기에 워비파커처럼 몇 벌을 미리 입어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온라인 유통이 갖는 청바지 핏의 한계를 극복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디스틸트 진의 가격은 100달러(11만 3000원) 미만. 처음 가격을 본 사람들은 디스틸트가 프리미엄 진이 아니라 미국 패션 브랜드 ‘갭(GAP)’과 같은 SPA 청바지 쯤으로 생각했지만, 이내 디스틸트는 뛰어난 품질과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프리미엄 진을 결정하는 요인이 반드시 가격 만은 아님을 입증했다.

 

# 속옷 - 토미존

 

남자가 와이셔츠 안에 속옷을 입는 것은 아저씨 들이나 하는 잘못된 옷차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여름철 땀이 많은 사람들이 속옷을 입지 않고 셔츠만 입을 경우, 금방 땀에 젖어 보기 흉할 뿐 아니라 불쾌감마저 더한다. 그렇다고 속옷을 입자니 그것도 문제다. 비쳐서 보기 싫을 뿐만 아니라, 몸에 꼭 맞지 않을 경우 셔츠의 핏을 망친다. 입다보면 금방 늘어지기 일쑤라서 더 보기 싫다.

 

토미존 언더셔츠는 투명한 와이셔츠 안에 입어도 비치지 않을 뿐 아니라 피부와 완벽히 밀착해 셔츠의 구김을 방지한다. 사진=토미존 홈페이지

 

‘토미존’은 몸에 밀착해 편안하면서도 봉제선이 없어 밖으로 비치지 않고, 고급 소재를 사용해 쉽게 늘어나지 않는 ‘언더셔츠’를 개발했다. 가격은 40달러(4만 5000원)부터 60달러(6만 8000원) 사이. 속옷 상의 한 장 치고는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한번 입어본 사람들은 가격에 금방 수긍하게 된다.

 

토미존은 언더셔츠에 이어 남자가 소변을 볼 때 더욱 편리하도록 앞트임 방식을 개선한 브리프와 드로즈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가격은 30달러. 남자들은 보통 여자에 비해 속옷을 사는데 많은 돈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토미존은 이러한 공식을 깨고 프리미엄 남성 속옷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양말 - 봄바스

 

양말은 신발과의 마찰로부터 발을 보호하고 보온 혹은 땀을 흡수할 목적으로 신는다. 하지만 이제는 양말 본연의 기능에 대한 향상 보다 각종 색상과 디자인을 통해 패션 아이템으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봄바스’는 양말의 본질적 기능에 주목하고 다년간 연구 끝에 최적의 기능성 양말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우선 발바닥, 발뒤꿈치, 발목, 발등과 같이 양말이 닿는 부위에 따라 소재를 달리했다. 가령 발목의 경우 흘러내리지 않도록 적당히 조여주면서 자국이 남지 않도록 만들었다. 

 

또 뒤꿈치는 신발과의 반복적인 마찰로 인해 상처를 받지 않도록 운동화보다 더욱 높게 처리했다. 발가락 부위는 발톱에 걸리지 않도록 봉제 선을 없애고 발바닥은 두툼하게 처리해 지면과의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부위별로 다른 소재를 사용해 만든 봄바스 양말은 운동화 못지 않은 기능성과 편안함 그리고 강한 내구성이 특징이다. 사진=봄바스 인스타그램

 

이렇게 탄생한 봄바스 양말은 불티나게 팔렸다. 더욱 놀라운 점은 양말이 하나 팔릴 때마다 노숙자들에게 이들이 만든 전용 기부양말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사실이다. 미국 내 수많은 스타트업 중에서도 가장 사회 공헌 활동에 열심히 나서는 이 회사에게 미국 소비자들은 더 많은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응원하고 있다.

 

# 신발 - 올버즈

 

‘올버즈’는 실리콘밸리가 가장 사랑하는 신발로 유명하다. 신발 소재로는 매우 드문 뉴질랜드산 고급 양모(Wool)로 만들어져 마치 양말을 신은 것처럼 편안한 착화감을 제공한다는 평이다. 이는 격렬한 야외 활동보다는 사무실과 같은 실내에서 활동이 많은 이들에게 적합하다.

 

양모로 만들어져 스웨터처럼 포근하고 편안한 착화감을 제공하면서도 통기성과 보온력까지 뛰어나다는 것이 올버즈 신발을 신어본 사람들의 반응이다. 사진=올버즈 홈페이지

 

양모는 무게가 가벼울 뿐 아니라 보온력과 통기성이 우수한 소재로 알려져 있다. 또, 양발을 신지 않고도 착화가 가능할 정도로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발에서 나는 악취도 줄여준다는 설명이다. 옷감과 같은 소재인 만큼 피혁으로 만들어진 신발과 달리 세탁기를 사용할 수도 있어 편리하다.

 

올버즈 신발이 인기를 끌자 일부에서는 내구성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가벼운 조깅이나 도보 상황에서는 충분히 1년 이상 신을 수 있다는 반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무엇보다 가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핫클릭]

· 이것이 진정한 덕업일치! '문구왕' 마사유키 스토리
· 카카오뱅크 원조, 독일 '피도르은행' 성공 키워드는 '공동체'
· 가격도 착하고 마음도 착한 안경 '워비파커'
· [리얼 실리콘밸리] '하입비스트' 성공신화로 본 셀럽과 비즈니스
· 흔들리는 스타트업 신화 '딩고' 메이크어스에 무슨 일이…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