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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부동산시장 20년 주기설은 실화일까

다음번 저점 예측할 수 있다고? 1960년대 이후엔 패턴 발견할 수 없어

2017.08.14(Mon) 16:17:46

[비즈한국] 미국의 경제학자 호이트는 1933년 논문 ‘100여 년에 걸친 시카고 토지가격 변천사’에서 부동산시장에 약 20년의 사이클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그는 1830년부터 1933년까지 시카고의 부동산 거래를 조사한 결과, 부동산시장에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1) 부동산시장에는 사이클이 뚜렷하게 존재한다.

2) 부동산시장의 사이클은 매우 느리게 움직인다.

3) 느리긴 하지만 매우 거대하고, 하락세로 돌아설 때에는 결과가 대단히 좋지 않다.

4) 부동산 사이클이 상품 사이클이나 주식 사이클과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 베를린자유대학의 크놀 교수 등이 작성한 흥미로운 논문 ‘No Price Like Home: Global House Prices, 1870-2012’는 부동산시장의 사이클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호이트는 1830년부터 1933년까지 미국 시카고 지역 역사를 연구해서 약 20년 내외의 ‘뚜렷한’ 사이클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부동산시장의 사이클이 예전과 크게 달라졌던 것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부동산시장의 사이클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부동산 시장의 장기 사이클은 어떻게 움직였나?

 

아래 그래프는 1913년 이후 2016년까지 12개 선진국의 장기 실질부동산가격의 흐름을 보여준다. 여기서 ‘실질’이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부동산가격의 변화를 뜻한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의 명목주택가격이 100년간 100배 올랐더라도, 물가가 100배 올랐다면 실질주택가격 상승률은 0%라고 볼 수 있다. 

 

그래프에는 두 개의 선이 있는데, 하나는 실질부동산가격의 실제 데이터이며 다른 하나는 추세를 나타낸다. 1913년부터 1960년 전후까지 글로벌 부동산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고, 또 호이트의 주장처럼 약 20년 전후의 안정적인 사이클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을 고비로 전 세계 부동산시장에 크게 두 가지 변화가 나타난다.

 

첫째 변화는 바로 장기간에 걸친 정체구간을 벗어나 ‘상승추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1960년대부터 1973년까지의 1차 상승, 그리고 약간의 조정을 거친 후부터 다시 1980년대 후반까지의 2차 상승은 기간도 길고 상승률도 대단히 높았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어 2000년대 중반에 끝난 상승 국면은 매우 급박하게 상승한 후 이내 급락하며 마감했고, 2012년부터는 다시 새로운 상승 사이클이 출현하는 등 사이클이 매우 조밀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출처: Knoll 등(2017년)


순환변동치를 활용해보자!

 

이 부분을 조금 더 확인해보기 위해 ‘세계 부동산가격 순환 변동치’를 작성해 보았다. 여기서 순환 변동치란, 실제 데이터에서 추세를 제거한 것이다. 이렇게 순환 변동치를 작성하게 되면,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을 더욱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아래 그래프는 세계 부동산가격지수의 순환 변동치를 표시한 것이다. 가운데 있는 숫자는 각 사이클의 저점, 즉 가격의 바닥권을 의미하며, 괄호 안에 표시된 숫자는 지난번 저점 대비 경과된 시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17년이라면, 지난 저점 이후 17년이 경과해서 새로운 바닥이 출현한 것이다. 

 

1960년대 이전까지는 경기 사이클의 주기가 21년과 17년으로, 호이트의 주장과 대략 일치한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에는 주기가 완전히 무너져 ‘10년→9년→8년→12년→15년’으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순환 변동치의 상하 변동폭이 크게 널 뛰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973년에 기록했던 실질부동산가격의 고점은 평균 수준에 비해 거의 50포인트나 이탈한 것으로 나타난다. 

 

출처: Knoll 등(2017년)


‘손쉬운 수익’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기 사이클이 20년 전후로 딱딱 맞아진다면야 얼마나 미래를 예측하기 쉽겠는가?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세계 부동산시장의 사이클은 어떤 패턴을 발견할 수 없다. 어떨 때에는 주기가 길어졌다 또 어떨 때에는 주기가 짧아진다. 심지어 1977년부터 1985년의 순환 국면에는 제대로 된 부동산가격의 반등이 나타나지 않은 적도 있다. 

 

앞으로 누군가 ‘부동산 사이클의 주기’를 거론하며 다음번 바닥을 예측하려 들거든, “세계 부동산가격의 장기 추세를 확인해 보셨나요?”라고 물어보자.

 

*Homer Hoyt(2010), “One hundred years of land values in Chicago”, Nabu Press

 

**Katharina Knoll, Moritz Schularick and Thomas Steger, “No Price Like Home: Global House Prices, 1870-2012”, AMERICAN ECONOMIC REVIEW, VOL. 107, NO. 2, FEBRUARY 2017.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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