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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덕일기] 가슴에 묻은 'MBC 게임'의 추억

온게임넷과 게임방송 양대산맥…출연진 작별인사도, 다시보기도 없이 일방적 폐국

2017.08.10(Thu) 16:29:45

[비즈한국]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나와서 기뻤다. 초반엔 추억을 그리며 봤고 후반엔 손에 땀을 쥐는 마음으로 봤다. 임요환이 나오고, 홍진호의 경기는 큰 기대 없이 봤다. 올드 게이머에게 날카로운 경기력을 바라는 건 욕심이다. 이영호와 이제동, 그리고 김택용이 나왔다. 임요환과 홍진호는 식전 요리였고, 이제 본요리다. 첫 경기는 이제동과 김택용이었다. 이제동의 화려한 우승 경력이 나온다. 3번 이상 스타리그를 우승한 자에게 주는 골든 마우스까지 있다. 이제 김택용이다. 아니, 근데 뭔가 허전하다. 아프리카 TV 스타리그 준우승 기록밖에 없다. 아, 맞다. 김택용은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우승한 적이 없다. 그래도 너무 허전하다. 아, 그렇다. MBC GAME 우승 커리어가 지워졌다. 

 

김택용은 MBC GAME에서 3회 우승한 바 있다. 사진=유튜브 온게임넷 채널 캡처


리그 오브 레전드로 게임 방송을 시작한 이들은 MBC GAME을 모른다. 지난 2012년 1월 폐국된 MBC GAME은 온게임넷과 더불어 게임방송국의 양대산맥이었다. 온게임넷이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운영할 때, MBC GAME은 KPGA TOUR와 MBC GAME 스타리그를 운영했다. 양대 방송사의 리그는 닮은 듯 달랐다. 온게임넷 스타리그는 16강부터 풀리그였고, MBC GAME 스타리그는 32강 더블엘리미네이션 방식이었다. 온게임넷 프로리그는 개인전과 2 대 2 팀플이 교차로 있었고, MBC GAME 팀리그는 승자연전방식이었다. 이제는 흔히 쓰이는 ‘올킬’이라는 단어는 이때부터 쓰였다. 

같은 스타크래프트고, 비슷한 시기에 치르는 리그인데 유난히 MBC GAME에서만 잘하는 선수가 있었다. ‘괴물테란’ 최연성은 MBC GAME 스타리그의 결승전에서 홍진호를 꺾을 때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예선도 뚫지 못했다. ‘천재테란’ 이윤열 역시 MBC GAME에서 먼저 만개했다. 반대로 온게임넷에서만 잘하는 선수도 있었다. ‘투신’ 박성준은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3회 우승해 골든 마우스를 받았지만, MBC GAME 스타리그에선 변변찮은 성적을 냈다. 소속팀이 MBC GAME이었는데도 말이다. ‘혁명가’ 김택용 역시 MBC GAME에서 3회 우승을 했으나 온게임넷에선 4강이 최고다.

 

양대 방송국이었지만 MBC GAME​은 왠지 온게임넷보다 한 수 아래로 취급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온게임넷이 먼저 출범하기도 했고, 스타크래프트의 아이콘인 임요환과 홍진호가 온게임넷의 프랜차이즈였기 때문이다. 선수들을 포장하고 스토리를 써가는 데에 유능했던 엄재경 해설의 기여도 있을 거다. 추후 해설진의 역량이 만개하고 이제동과 이영호의 ‘리쌍록’이 MBC GAME의 프랜차이즈가 되며 지위는 엇비슷해졌다. 

 

온게임넷은 주력 상품을 스타크래프트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로 바꾸며 생존에 성공했지만 MBC GAME은 그러지 못했다. 2012년 1월에 폐국했는데, 폐국이 외압으로 인한 것이라 팬들은 안타까웠다. MBC GAME는 매년 흑자였는데, 수익 대부분이 야외 이벤트 등에서 나왔다. 음악 채널을 만들고 싶었던 MBC플러스미디어는 MBC GAME의 이벤트 개최를 금지했고 MBC GAME에 투자하지 않았다. 내부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경영진에게 무시당했다고 한다. ‘​찌라시’​가 아니다. MBC GAME의 해설위원을 맡았던 이승원이 토크쇼에 증언했다.

 

이승원 전 해설위원이 MBC GAME의 폐국을 설명하는 장면. 사진=유튜브 나이스게임TV채널 캡처


MBC GAME은 팬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났다. MBC GAME 스타리그의 VOD(다시보기)는 물론이요, 경기 리플레이도 모두 없어졌다. 해설위원들도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다. 시청자들은 일방적으로 폐국을 통보받았고, MBC GAME은 어느 순간 MBC MUSIC으로 변했다. 채널을 돌리다 그 채널이 나오면 조용히 건너뛰는 것이, 졸렬하지만 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이었다. 

 

사진=유튜브 BR LEE채널​ 캡처


가슴에 묻으란 어른들의 말씀이 있다. MBC GAME을 가슴에 묻은 지 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윤열과 최연성의 3회 우승, 최연성과 홍진호의 유보트 혈전, 그리고 김택용의 3·3혁명과 강민의 아비터리콜까지 수많은 명경기와 이야기는 정말로 볼 수 없어졌다. 경기에 환호했던 과거의 나로 돌아갈 수 없지만, 내가 환호한 경기마저 볼 수 없다는 건 좀 다르다. 이 모든 게 진짜 기억으로만 남은 MBC GAME에 대한 추억이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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