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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재판 '진술번복 전략' 이해득실

‘협박당했다→몰랐다’ 구속 피하려다 안 되자 입장 바꾼 듯…유리할지는 미지수

2017.08.03(Thu) 14:07:01

[비즈한국] “정유라 씨 승마 지원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대가성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2일 피고인 진술)
“정윤회 딸이 승마선수인지 몰랐다.”(이재용 부회장 2일 피고인 진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이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검 수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로 정유라 씨의 존재를 알면서도 후원해야 했다”는 맥락으로 진술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외 핵심 관계자들. 하지만 1심 재판 말미로 가면서 태도가 백팔십도 바뀌었다. 박상진 전 사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도 이재용 부회장을 살리기 위한 진술번복에 나선 것. 

 

최지성 전 실장은 어제(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진행된 피고인 진술에서 최순실 씨가 승마지원 사업 관련, 장난을 친다고 생각해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고 자신이 직접 처리했다는 취지로 얘기하며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입장까지 취했다. 최 전 실장은 또 그룹 내 모든 의사 결정도 자신이 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추진, 그리고 미래전략실 해체 결정도 본인이 주도했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백기사를 자처했다. 

 

자연스레 법조계에서는 궁지에 몰린 삼성맨들이 이재용 부회장 처벌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진술번복 전략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 수사 흐름에 밝은 검찰 관계자는 “원래 특검 수사 초기만 해도 삼성의 전략은 ‘박 전 대통령만 처벌받게 하자’였다”고 운을 떼며 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원래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특검이 협박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진술을 맞춰서 제공했다. 그런 맥락에서 삼성 고위급 관계자들은 ‘정유라 지원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요구가 있었고, 배후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후원해야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런데 특검이 예상을 깨고 이 부회장에게 뇌물죄를 적용해 구속하자, 이에 어쩔 수 없이 ‘(이재용 부회장은) 정유라 씨를 몰랐다’고 태도를 바꾼 거다.”

 

실제 삼성 고위급 임원들은 뇌물죄 성립의 가장 중요한 입증 요소인 ‘대가성’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1일 열린 재판에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은 “특검 당시 진술 내용은 추측성 언급”이라며 “박 전 대통령 1차 독대 시점엔 정유라 씨의 존재를 몰랐다”고 말했다. 이는 특검에서 “대통령이 ‘승마협회를 인수해서 지원하라’고 말해 ‘정윤회 딸이 승마선수니까 관심을 갖는구나’ 생각했다”고 답한 내용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2차 독대에 대해서도 장충기 전 차장은 “삼성에서 승마협회를 맡고도 정유라 씨를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아 대통령이 독대 때 야단친 것 같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던 태도를 바꿨다. 재판에서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이다. 승마협회 지원을 한 배경이 ‘정유라를 보고 한 게 아니기 때문에, 뇌물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점으로 지목돼 구속된 이재용 부회장 역시 “정윤회 씨의 딸(정유라)이 승마선수인 줄 몰랐다”며 승마 지원에 대가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5시간가량 진행된 피고인 심문에서 ‘모르쇠’로 일관했다.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왼쪽)과 박상진 전 사장이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의 이 같은 진술번복은 조직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앞서 최 전 실장 등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을 땐 진술을 모두 거부했는데, 피고인 진술이 되자 앞선 특검 때 진술과 다른 입장을 내놨기 때문. 

 

법원 관계자는 “원래 증인으로 나올 경우 위증 처벌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는 증언을 하지 않고,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피고인 신분으로 진행 중인 재판에서는 위증 부담이 없는 만큼 기존 진술까지 번복하며 이 부회장과 삼성이 피해자고 결정은 본인들이 했다는 취지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특검(일반적으로 검찰)과 법원에서의 진술이 바뀌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증인 신분이 아닌 피고인들 사이에서는 재판 과정에서 서로 말을 맞춘 뒤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검찰은 핵심 진술을 해 줄 사건 관계자는 죄가 있더라도 처벌하지 않고 법원 1심 재판 진술 후 선처 조치(기소유예, 불기소 등)하곤 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최지성 전 실장, 장충기 전 차장 등 핵심 관계자들이 일괄 기소됐기 때문에 특검도 진술번복을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두 진술의 사실성 여부에 대해 재판부가 특검 당시 이들의 진술 조서와 법정진술을 비교해 어느 쪽이 더 신뢰할 만한지 판단을 내리기 때문. 만일 재판부가 ‘고의적인 거짓말’로 판단할 경우 더 엄한 처벌이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앞서의 법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런 사건을 맡을 정도의 경험이 많은 부장판사들은 기업 총수 사건을 여러 번 다뤄봤고, 그래서 직원들의 거짓 진술번복을 잘 파악할 것”이라며 “고의적으로 총수를 살리고자 거짓말을 한다고 판단하면 더 엄벌에 처할 수 있고 이는 길게 봤을 때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진술번복 전략이 최선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국민적 공분을 사는 사건에선 1심에서 피고인들이 유죄를 인정하더라도 선처보다는 엄벌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2심에서 ‘뉘우친다’는 부분이 더 이상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며 “1심에서 일단 법리적으로 다툴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 어떻게든 다툰 뒤, 1심 결과를 보고 2심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게 양형(처벌 수위)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고 분석했다.

최민준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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