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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예쁜 꽃에 속지 마세요 '벌레사냥꾼' 참통발

참통발(통발과, 학명 Utricularia tenuicaulis Miki)

2017.07.25(Tue) 10:37:10

[비즈한국] 장마 속의 무더위는 그야말로 물더위이다. 가만히 있어도 온몸에서 물이 줄줄 새어 나오는 듯하다. 후덥지근한 날에는 집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가 화끈하게 땀을 흘리는 게 차라리 낫다. 찌는 듯한 무더위를 견디다 못해 카메라를 메고 호수를 찾았다. 물 위를 건너오는 시원한 호수 바람에 가슴마저 툭 트인다. 한창 피어나는 연꽃 사이에 앙증맞게 작은 노란 꽃이 보인다. 우중충하게 탁한 물속에서 곰살맞게 고운 샛노란 꽃이다. 참통발 꽃이다. 

 

참통발은 일본의 식물학자 미키 시게루(三木茂)가 신종으로 발표(1931)한 종이다. 국내에서는 참통발을 별개의 종(種)이 아닌 통발의 한 종으로 보는 견해였다. 아마추어 식물탐사가 사이에서 참통발이라는 이름으로 사이트에 선보이고 있으며 아직도 국명이 없다. 다만 통발과 참통발의 구별은 한국식물학회지(v.38 no.2, 2008년, pp.111-120)에 최초로 발표되었다. 발표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보는 통발은 거의 다 참통발이라 한다. 아직도 국립생물자원관의 국가생물종 목록과 국립수목원의 국가표준 식물목록에는 참통발이 정명으로 실려 있지 않다.​

 

우중충하게 탁한 물속에서 곰살맞게 고운 샛노란 꽃이 피었다. 그러나 앙증맞은 꽃과 달리 참통발은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이다.


통발은 물이 흐르는 곳에 물고기를 잡기 위해 설치하는 어구를 말한다. 식물 중에서도 통발을 설치한 것과 비슷한 기능으로 물벌레 등을 잡아먹는 식물이 통발속(屬) 식물이다. 통발속(屬) 식물은 연못이나 논에 자라며 뿌리줄기에 포충낭이라고 하는 둥근 벌레잡이 주머니를 여러 개 두어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이다. 포충낭은 처음엔 초록색인데 벌레를 잡아먹고 나면 검은색으로 변한다. 

 

식물 대부분은 필요한 미네랄을 토양에서 얻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곳에 사는 식물도 있다. 그런 식물들은 육식으로 토양에서 공급받지 못한 추가 영양분을 더 섭취해야만 한다. 물속에 담긴 까만 부분은 뿌리가 아니라 잎이다. 잎에는 초록색의 작은 알갱이들이 달려있는데 이것이 벌레를 잡아먹는 포충낭이다. 

 

통발의 입놀림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식물의 주머니에 달린 입은 초당 1만 5000번 움직인다고 한다. 물속 물벼룩이 입 근처의 촉수만 건드려도 진공청소기처럼 물과 함께 벼룩을 주머니 속으로 빨아들인다. 빨려온 먹잇감은 소화액에 용해가 되어 식물에 미네랄을 공급한다.

 

동물과 달리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지만, 지구에 탄생한 4억 년 전부터 오늘까지 진화와 환경 적응의 눈물겹고 신비로운 과정을 거쳐 종족을 유지하고 생을 이어왔다. 식물이건 동물이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변하지 않으면 그 생존을 이어갈 수 없다. 덩치 큰 매머드(mammoth)도, 용맹한 검치호랑이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었다.

 

자연환경은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끊임없이 변해간다. 이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도 창조이다. 설 곳을 잃고 먹잇감에 굶주린 오늘의 황새와 덩치 큰 반달곰이 생존을 위해서는 식성을 바꾸거나 몸체를 줄여서 먹는 양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만 변화된 환경에 맞춰 살아갈 수 있고 그렇지 못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사람이 황새 서식지를 복원하여 종족을 보존하고 반달곰의 개체 수를 늘려 종의 멸종을 막는다는 것은 인간의 알량한 교만인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어디까지, 보호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인가? 인간의 보호와 관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스스로 적응하지 못한 자는 식물이건 동물이건 도태되는 수밖에 없는 것이 냉엄한 자연 세계의 법칙이다. 인류의 운명도 마찬가지이다. 지구에 태어난 지 4만 년 남짓 되지 않는 막내 생물 종인 현생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라 교만을 떨어댄다. 하지만 유구한 세월에 걸쳐 대를 이어온 현존 식물이야말로 인류보다는 아득히 앞선 자연의 최고 적응자이며 지구 전입 대선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물 위에 화사한 꽃을 피운 참통발. 물속에 뻗은 뿌리에는 물벌레를 빨아들일 통발을 펼치고 있다.


화사하고 시원한 연꽃 아래에서 샛노란 꽃을 피워 아른거리는 앙큼한 참통발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물속의 뿌리에는 물벌레를 빨아들일 살생 도구인 통발을 펼쳐 놓고 물 위에서는 화사한 몸치장으로 벌, 나비 손님을 꼬드긴다. 이처럼 교활한 양두구미(羊頭狗尾)의 생존 기술이 자연 속 삶의 기본은 아닐 것이다. 

 

참통발과 비슷한 종으로 통발, 개통발, 들통발이 있다. 참통발은 꽃잎 뒤에 달린 거(距)가 둥글고 짧다. 통발은 거가 훨씬 길고 꽃줄기가 비어 있으며 생태환경이 깨끗한 곳에서 비교적 드물게 자란다. 웅덩이나 고인 물 등 탁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참통발과 다르다. 개통발은 뿌리가 물속에서 떠다니지 않고 땅속줄기가 있어 뿌리를 내린다. 들통발은 거(距)에 잔털이 있어 서로 구분된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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