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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어떤 뉴스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까

9/11, 메르스 등 큰 사건의 영향은 의외로 적어…과거 사례를 꼭 떠올려보자

2017.07.24(Mon) 11:52:13

테러와 전염병 발발은 의외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사진은 2008년 10월 8일 주식폭락과 원달러환율 상승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코스피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모습. 사진=비즈한국DB


[비즈한국] 금융시장에는 잠시도 쉬지 않고 뉴스가 쏟아진다. 북한 미사일 발사 실험부터 폭우에 따른 피해 뉴스까지 다양한 소식이 투자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그런데 극소수의 뉴스는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반면 대부분의 뉴스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잊히곤 한다. 

 

수많은 뉴스 중에서 어떤 게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걸러낼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해 ‘역발상 주식투자’의 저자, 켄 피셔는 초단기적인 시장 흐름에 신경을 끄라고 이야기한다.

 

눈앞의 초단기 전망에만 집착하는 행태를 나는 ‘코앞의 흡혈귀’라고 부른다. 당장에라도 흡혈귀가 달려들어 죽음과 파멸을 불러올 것처럼 겁을 주기 때문이다. (중략)​​

 

테러가 그런 사례다. 사람들은 9/11 테러를 떠올리면서 테러는 무조건 악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9/11 테러 이후 5영업일 동안 S&P500 지수는 11.6% 하락했다. 그해 수익률이 -13%였으므로 테러를 악재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일화적 증거를 항상 의심해야 한다. 당시 다른 사건은 없었을까? 2001년은 약세장이었음을 잊지 말자. (중략) 2000년 3월 기술주 거품이 붕괴된 이후 18개월째 약세장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2001년 9월 10일까지 S&P500지수 수익률은 이미 -17.3%였다. 9/11 테러 이후 11.6% 급락했던 S&P500지수 수익률은 이후 19영업일 동안 반등해 테러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연말까지 오름세를 이어갔다. -책 82쪽

 

켄 피션의 주장이 한국에도 들어맞는지 살펴보기 위해, 2001년 9월 11일을 전후한 주식시장의 상황을 보면 아래와 같았다. 2000년 초부터 시작된 한국 주식시장의 약세는 2001년 9월까지 지속되었으며, 9/11 테러 이후 한국 증시도 오히려 강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물론 이런 증시의 상승세는 2001년 말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 엔론의 파산사태가 발생하면서 끝이 났지만, 한국도 9/11 테러의 충격은 일회성에 그쳤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출처: 한국거래소


켄 피셔의 지적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테러에 못지않게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뉴스로 ‘전염병’을 꼽는다. 

 

테러는 흡혈귀 한 마리에 불과하다. 전쟁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가장 거대한 늙은 흡혈귀는 세계적인 전염병일 것이다. 몇 년에 한번 유행성 독감이 퍼질 때마다, 수백만 명이 죽고 경제와 주식시장이 무너질 공포에 떤다.

 

2009년 돼지독감이 유행하자, 대중매체는 돼지독감 탓에 막대한 인구가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5년과 2006년에는 조류독감이 유행했다. (중략)

 

이런 보도에 겁 먹어서는 안 된다. 첫째, 전염병으로 수백, 수천 명이 죽은 사례도 거의 없거니와, 시장은 비정해서 그 정도 비극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둘째,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을 때, 세계 인구의 약 1/3이 감염되어 약 1억 명이 죽었는데도, 주가는 근사하게 상승했다. 시장은 정말로 비정하고 잔인해서, 사람들의 고통은 무시한 채 오로지 돈만 바라본다. -책 88쪽

 

2003년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중국의 중증급성호흡기질환증후군(사스)이나 2015년 한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마찬가지였다. 2003년 2월 중국 광동성에서 5명의 사스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중국에서만 무려 349명이 사망했지만, 2003년 내내 한국 주식시장은 무서운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메르스 사태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5년 5월 20일 첫 번째 감염자가 발생하고, 6월 4일에는 무려 1162개의 학교가 휴업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경제에 큰 충격이 발생했지만 정작 주식시장에 미친 영향은 불분명하다. KOSPI는 메르스 사태 이전에 이미 정점을 치고 하락 중이었지만, 정작 메르스가 발병했던 5월 중순 이후에는 오히려 주가의 상승세가 나타난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한국거래소


출처: 한국거래소


이상의 사례로 우리는 한 가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과거의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훌륭한 방법은 시장 역사를 돌아보는 것이다. (중략) 어떤 사건이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고 누군가 주장할 때마다 과거 비슷한 사건이 있었던 시점의 주가 흐름을 찾아보라. 역사에 똑같은 사건이 되풀이되는 일은 절대로 없지만 비슷한 일은 자주 되풀이된다. 따라서 어떤 사건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려면 과거에 비슷한 사건이 시장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면 된다. -책 104쪽

 

켄 피셔의 말대로, 과거의 사건이 100% 동일하게 반복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과거의 테러공격이나 전염병 발발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종류의 뉴스가 경제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어떤 돌발 변수가 발생했을 때, “과거에 비슷한 사건이 없었나요? 그리고 그때는 금융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라고 꼭 반문해보자.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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