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992년 탄생한 ‘JPEG(Joint Photographic coding Experts Group)’는 무려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이미지 압축 포맷이다.
JPEG(확장자 jpg)는 뛰어난 압축률과 폭 넓은 호환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일단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이상 호환성은 당연한 현상이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디지털 카메라가 촬영한 사진을 JPEG 포맷으로 저장하며, 셀 수도 없이 많은 웹사이트에서 JPEG가 사용된다.
JPEG 이외에도 대중화된 이미지 포맷은 또 있다. 움직이는 이미지까지 저장이 가능한 ‘GIF(Graphics Interchange Format)’와 투명 레이어(알파 채널)을 지원하는 무손실 압축 포맷 ‘PNG(Portable Network Graphics)’가 용도에 맞게 활용된다.
이러한 가운데 JPEG보다 압축률이 높으면서 투명 레이어와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포맷 ‘WebP(웹피)’가 7년 전 구글에 의해 탄생했다. WebP는 이름 그대로 웹을 위해 태어난 이미지 포맷이다. 발표 초기 잠깐 주목받고 7년간 빛을 못 보다가 최근 새로 만들어지는 일부 대형 웹사이트에서 점차 도입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애플이 최신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11’과 함께 차세대 이미지 포맷 HEIF(High Efficiency Image Format)를 발표했다. 같은 화질의 JPEG 대비 용량이 절반에 불과하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사반세기를 굳건히 지켜온 JPEG의 아성을 이들이 무너뜨릴 수 있을까. 지금까지만 보면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 구글이 밀어줘도 못 뜨는 ‘WebP’
WebP는 JPEG, GIF, PNG를 동시에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 웹 기술 전문 조사기관 ‘W3테크’에 따르면 WebP의 전 세계 웹사이트 점유율은 여전히 0.03% 전후다. 전 세계 인터넷을 주름잡고 있는 구글이 전폭적으로 밀어준 지 무려 7년이 지났음에도 그렇다. 심지어 용량이 커서 웹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BMP(Bitmap)보다도 덜 사용될 정도다.
구글은 최대한 WebP가 널리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 그 어떤 기업에게도 사용료를 받지 않는 오픈소스 정책을 취한다. WebP를 많이 사용할수록 웹 트래픽이 줄어들어 구글에게 이득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가령 WebP 사용으로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구글 광고를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다.
WebP는 JPEG 대비 25~34%, PNG 대비 26% 정도 용량이 더 적다. 알파 채널을 사용할 경우에는 무려 30~40%를 더 줄일 수 있다. 그런데도 구글 이외에 대다수 웹사이트에서 WebP 사용을 꺼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호환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WebP를 지원하는 웹브라우저는 구글 크롬과 오페라, 그리고 일부 안드로이드OS용 웹브라우저뿐이다. 심지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인 어도비사의 포토샵조차 WebP 포맷을 기본 제공하지 않는다.
물론 크롬의 점유율이 워낙에 높은 까닭에 WebP가 전 세계 브라우저의 약 74%를 지원한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웹서비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엣지, 파이어폭스, 사파리 등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사파리가 걸림돌이다. 이는 모든 매킨토시 계열 PC와 아이폰의 기본 브라우저에서 웹사이트 이미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폰에 크롬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애플이 사파리에서 WebP 지원을 계속 실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은 JPEG를 대체하는 자체 고압축 이미지 포맷 도입을 최종 낙점했다. 역시 애플다운 선택이라는 평이다.
# 애플다운 폐쇄적 선택 ‘HEIF’
지난 6월 6일 개최된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7에서는 어김없이 새로운 iOS 및 맥OS가 공개됐다. 발표 내용 중 눈길을 끈 부분 중 하나는 JPEG를 대체하는 자체 이미지 포맷 ‘HEIF’의 전격 도입이다.
애플은 ‘HEIF’가 기존 JPEG 대비 압축률이 50% 향상됐으며, 이제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이 JPEG가 아닌 HEIF로 저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아이폰이나 아이클라우드에 과거보다 더 많은 사진을 저장할 수 있어 소비자뿐만 아니라 애플도 비용을 절약하는 셈이다.
HEIF는 단순히 압축률만 높은 것이 아니라 다방면에서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심도 정보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사진 촬영 후 보정이 편리하다. 예를 들어 사진에서 인물 레이어만 손쉽게 분리해 낼 수 있다. 또 여러 장의 사진을 묶어 HDR 효과를 낸다거나, 초점을 바꿀 수도 있다.
애플 생태계에서 JPEG 대신 HEIF를 사용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애플 마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HEIF가 JPEG를 시장에서 대체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오히려 애플이 이를 자사 제품의 차별화된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
타사에서 HEIF 사용을 원한다고 해도, 이는 WebP처럼 공짜가 아니다. 애당초 HEIF가 동영상 압축 포맷인 HEVC(High Efficiency Video Codec)에서 파생된 기술이기 때문이다. H.265라고도 불리는 HEVC은 로열티가 비쌀 뿐 아니라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것조차 까다롭다.
만약 아이폰 사용자가 HEIF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다거나 이메일에 첨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폰이 자동으로 이를 JPEG로 변환해준다. 즉, 사용자 입장에서는 JPEG인지 HEIF인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만약 상대방도 같은 아이폰을 사용한다면 변환 없이 그대로 전송한다.
이미 JPEG로 촬영된 사진은 HEIF로 변환되지 않는다. JPEG 자체가 손실 압축이다 보니, 다른 방식의 손실 압축으로 변환될 경우 자칫 화질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왕권을 물려줄 마음이 없는 ‘JPEG’
오래된 이미지 포맷을 밀어내기 위한 각종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 JPEG 위상은 당분간 변함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쪽 모두 JPEG보다는 기술적으로는 비교 우위에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JPEG로 인해 발생되는 뚜렷한 불편함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용자 입장에서는 JPEG와 PNG, 그리고 GIF가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확장자만 보고 이미지가 가진 성격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반면 WebP는 세 가지 포맷의 강점을 흡수한 것이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갈수록 IT기기의 데이터 처리 능력과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 용량을 줄이는 일은 소비자가 아닌 기업의 니즈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애플과 구글은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애플은 자체 생태계에서 JPEG를 대체하는 데 만족하는 반면, 구글은 전 세계 웹 사이트를 통째로 바꾸려 한다.
다만 최근 WebP를 도입하는 웹사이트가 서서히 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트래픽을 낮춰 사이트 유지비용을 아끼려는 마음은 비단 구글뿐만 아니라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웹브라우저를 미리 인식해 JPEG와 WebP 이미지를 선택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미지 뷰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기업 관계자는 “WebP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JPEG와 PNG는 하위 호환성 문제 때문에라도 향후 수십 년은 계속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핫클릭]
·
[홍춘욱 경제팩트] 월셋집 주인은 왜 노인들일까?
·
경찰의 대한항공 압수수색이 검찰에게 '특별한' 까닭
·
흔들리는 스타트업 신화 '딩고' 메이크어스에 무슨 일이…
· [스덕일기]
스타크래프트 '아재리그'의 이유 있는 인기
·
남는 건 사진뿐? 기억도 더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