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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해리 포터 때문에… 올빼미 수난시대

2001년 이후 인도네시아 야생올빼미 거래 급증, 2016년 1만 3천 마리

2017.07.08(Sat) 11:45:49

[비즈한국] 달빛도 어두워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살짝 안개마저 드리워진 숲길을 한 사람이 걷는다. 자신의 숨소리와 발소리만 들릴 뿐이지만 행여나 하는 마음에 연신 뒤를 돌아본다. 그때 부엉이 우는 소리마저 멀리서 들려온다.

 

이 정도면 아주 흔한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인데, 부엉이 소리가 그런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주로 밤에 움직이는 동물이라 그 습성을 잘 모르는데다가 날아갈 때 소리도 거의 나지 않아서 멀리서 묘한 울음소리만 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어둠, 악, 죽음이나 질병의 징조 등의 나쁜 상징으로만 취급받은 것도 아니다. 신비로운 캐릭터를 긍정적으로 해석해서 ‘미네르바의 부엉이’와 같이 지혜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했다(그리스의 아테나, 즉 로마의 미네르바가 지혜의 여신이다). 서양의 이야기에서 숲 속의 지혜로운 노인 역할에 부엉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 중후반에 만물박사 발명가인 ‘부리부리 박사’라는 TV 어린이 인형극의 캐릭터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올빼미를 개인용 우편 배달부로 이용하는 영화 ‘해리 포터’의 한 장면.


그런데 여기서 약간 의아해지는 부분이 있다. 부엉이와 비슷한 올빼미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미네르바의 올빼미’라고 번역한 경우도 있다. 부엉이와 올빼미는 어떻게 다른가 싶어진다. 답을 미리 말하면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무책임한 답 같지만 사실이다. 

 

학교에서 과학 수업에서 배우고 암기하기도 했을 생물의 분류체계 ‘종-속-과-목-강-문-계’를 떠올려 보자. 같은 성씨라도 본관에 따라 나뉘고 다시 파가 나뉘는 것처럼 계에서 종으로 내려 갈수록 세분화할 수 있다. 올빼미와 부엉이를 종으로 생각하면 둘은 다르다가 답이 되고, 올빼미를 ‘올빼미목’ 또는 ‘올빼미과’로 생각하면 부엉이는 그 안에 포함된다. 부엉이 종들은 모두 올빼미과에 속하기 때문이다(영어로는 부엉이나 올빼미나 모두 owl이다). 정리하면 올빼미목은 올빼미과와 가면올빼미과로 분류되고 여기에 소쩍새, 부엉이, 올빼미 등이 200종이 넘게 있다.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아테나)의 부엉이.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올빼미는 밤에 사냥을 하니까 시력이 매우 좋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대신 밤에 사물을 보기 좋도록 망막의 빛수용체 세포들이 모두 막대세포들로 이루어져있다. 색을 구분하는 원뿔세포와 달리 막대세포는 보다 낮은 밝기의 빛을 감지하지만 색을 구분하지는 못한다. 그러니 올빼미는 어둠 속에서 사물을 잘 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어떤 색인지는 모른다. 또한 동공 크기를 매우 작게 해서 밝은 낮에도 충분히 앞을 잘 본다. 다만 눈이 정면으로만 고정되어 있어서 거리 감각이 떨어지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사물의 거리를 측정하고 고개를 180도 이상 회전시키면서 주위를 살핀다. 이런 모습을 귀엽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딱히 사람에게 애교를 부리는 건 아니다.

 

간혹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알려지긴 했지만 올빼미가 사람들과 접촉하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서식지가 사람의 거주지와 별로 겹치지 않고 야행성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나쁜 이미지들도 또 한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10~20년 사이에 야생올빼미들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에 네이처는 이른바 ‘해리 포터 효과’를 다룬 논문을 소개하는 기사를 냈다.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대학의 야생동물 거래 연구팀이 ‘지구 생태학 및 보존(Global Ecology and Conservation)’지에 발표한 이 논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급증하고 있는 야생올빼미의 거래가 해리 포터의 인기에 따라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개인 우편 배달부로 올빼미를 소유하기에 원작의 인기와 함께 올빼미의 수요도 증가한 것이다. 따라서 연간 수백 마리의 거래가 이루어지던 인도네시아에서 2001년을 기점으로 그 양이 급격히 늘어나서 작년 한 해에는 약 1만 3000마리가 거래되었다고 한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야생올빼미 거래가 급증한 시기가 인도네시아에 해리 포터 시리즈가 번역되어 소개되기 시작한 때와 일치하는 것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마침 인터넷 접속률도 열 배 이상 올라가서 거래와 관련된 정보에 접근하기 쉬워진 것도 또 하나의 이유라고 한다. 

 

해리 포터의 인기로 인해 야생올빼미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새시장에서 거래되는 말레이섬수리부엉이(Buffy fish owl). 사진=옥스퍼드 브룩스대학


단순히 ‘해리 포터 효과’에만 의한 것이라고 확정할 수 있나 싶지만 이제는 현지에서 올빼미 대신 ‘해리 포터 새’라고 부르고 있다는 걸 보면 흘려 넘길 이야기만은 아닌 듯싶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야생올빼미 거래를 방관하는 것도 문제라는 논문의 지적에 따라 네이처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질의를 했지만 아무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올빼미들의 처지에서는 온통 산 넘어 산인 셈이다. 지혜와 마법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동물이기에 마법사의 파트너로 올빼미를 선택한 원작자의 의도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논문의 저자 빈센트 나이만(Vincent Nijman) 교수의 말대로 꺾은 꽃은 아름답지만 빨리 시든다. 올빼미도 시장에서 볼 때는 귀엽지만 이미 죽은 바와 다름없다. 꽃도 새도 들판과 숲에 있을 때 아름다운 법이다.

정인철​ 사이언스커뮤니케이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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