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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남자들이여, 아무 우산이나 쓰지 마라

사소하지만 이미지 좌우하는 아이템…자기 패션 스타일에 맞게 골라야

2017.07.03(Mon) 10:53:25

[비즈한국] 드디어 장마다. 오랜 가뭄이라 장마를 기다린 이들도 꽤 있을 듯하다. 평소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비 맞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우산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잃어버린 경험도 한두 번씩 다 있고, 갑자기 내리는 비 때문에 급하게 우산을 사본 경험도 있을 거다. 누구나 가진 흔한 물건이지만, 사실 우산은 그 사람의 스타일을 가늠할 최고의 물건이기도 하다.

 

우산은 기념품으로 얻는 경우가 꽤 많다. 하지만 그런 우산 중에 멋지고 이쁜 건 거의 없다. 기능적이고 실용적이긴 해도 내 스타일을 고려해 골라준 게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나 특정 기업의 로고나 슬로건이 박혀 있는 건 참 들고 다니기 난감해진다. 그래서 기념품으로 받은 공짜 우산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반드시 자신의 패션 스타일에 맞는 우산을 준비해둬야 한다. 그런 사소함에서 스타일의 차이가 난다. 

 

비싸고 유명한 브랜드의 우산을 가지란 얘기가 아니다. 우산에도 TPO가 있다. 비가 쏟아지는 날에 쓸 장우산, 적당히 애매한 날 쓸 2단짜리 중간 정도의 접이식 우산, 그리고 맑다가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대비할 아주 작은 접이식 우산까지 3개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 

 

프랑스 셰르부르의 이본 가문에서 만드는 ‘쉘부르의 우산’. 100년 된 나무로 손잡이와 대를, 최고급 카본 스틸로 프레임을 만들고, 시리얼 넘버를 매겨 관리한다. 사진= Le Veritable Cherbourg 페이스북


자신의 키나 신체 사이즈를 고려해 우산 크기도 선택해야 한다. 덩치 큰 사람이 너무 작은 걸 들고 다니는 것만큼 그 반대의 경우도 보는 사람이 불안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그리고 자신이 입는 옷의 스타일을 고려해서 컬러를 선택하는 것도 필요하다. 근엄하고 멋지게 슈트를 차려입고선 기념품으로 받은 촌스런 우산을 아무렇게나 들고 다닌다면 참 보기 안쓰럽다. 구두나 안경, 벨트가 중요한 패션아이템이듯 우산도 그렇다. 아니 우산은 더 중요하다. 가장 눈에 잘 띄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영국 신사의 이미지에서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 바로 우산이다. 비가 수시로 오는 기후 때문이다. 맑은 날엔 지팡이인 듯하다가 비가 오면 우산으로 본색을 드러낸다. 사실 자신을 위해서도 준비하지만 숙녀를 위해서 우산을 늘 갖고 다녔다고 한다. 길이가 긴 장우산은 휴대하기가 참 불편하다. 하지만 비를 피하는 것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휴대가 좋지만 작은 접이식 우산으론 한계가 있다. 

 

사실 워낙 비가 잦다 보니 영국 사람들은 가랑비 정도에는 우산을 잘 쓰지 않는다. 비가 오다 말다가 반복되니 그냥 옷깃을 세우거나 후드티의 모자를 쓰고 빠른 걸음으로 가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산을 써야 하는 비라는 것은 말 그대로 제대로 오는 비다. 비와 아주 깊은 인연이 있는 나라인 만큼 영국에는 우산만 전문적으로 파는 매장도 많고, 아주 비싼 명품 우산도 많다. 심지어 시속 117km의 강풍을 견디는 블런트(Blunt)라는 브랜드도 있다. 크기가 큰 장우산인데 압력을 효과적으로 분산하는 디자인을 적용해 웬만한 태풍에도 뒤집어지거나 부러지지 않는다. 실내에 들어갈 때는 한두 번만 털면 우산의 물기가 다 제거된다. 

 

영화 ‘쉘부르의 우산(1964)’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텐데, 사실 항구도시 셰르부르엔 1800년대부터 우산제조 가업을 승계해온 이본(Yvon) 가의 우산이 바로 ‘Le Veritable Cherbourg’, 말 그대로 ‘쉘부르의 우산’이다. 이 우산은 100년 된 천연 나무로 손잡이와 대를 만들고, 골프채에 사용되는 최고급 카본 스틸로 프레임을 만들고, 브랜드 이름을 자수로 새겨놓고 제품별로 시리얼 넘버를 관리한다. 프랑스 엘리제궁의 대통령 국빈 선물로 선정되었고, 방탄용 우산까지 만들어 사르코지 대통령 때는 근접 경호용 우산으로 선택되기까지 했다고 한다. 마치 영화 ‘킹스맨’의 스파이 에그시가 들고 다닐 법한 느낌이다.

 

시속 117km의 강풍을 견디는 영국의 블런트(Blunt) 우산. 사진=블런트 페이스북


몸에 걸치거나 손에 드는 것들은 자신이 판단해서 골라야 하고, 그걸 선택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자신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우산을 하나 사두면 꽤 오래 쓸 수 있다. 비가 매일 오는 것도 아니고, 일 년에 쓰는 날이 그리 많지도 않다. 남들에게 멋쟁이로 보이고 싶다면 비 오는 날 우산도 아무거나 쓰면 안 된다. 

 

일상의 작은 부분을 매력적으로 바꾸는 데 돈을 투자하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자기만족이 된다. 그리고 우산은 참 로맨틱한 도구기도 하다. 우산을 쓰면 그 공간은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 여기에 남녀가 같이 들어가면 둘만의 특별한 공간이 된다. 우산 하나에 남녀가 함께 쓰고 걸어가는 것도 로맨스에서 빠지지 않는 판타지가 아니던가. 

 

이 매력적인 공간을 위해 자기만의 특별한 우산을 하나 가져보는 건 어떨까? 좋은 우산 하나로, 비오는 날에도 우아함과 여유를 느껴보면 어떨까? 우리에게 우산은 그냥 비만 피하는 도구가 아닌 거다. 비 오는 오늘, 지금 당신의 손엔 어떤 우산이 들려 있는가?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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