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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뜨는 2년차 이정은 인터뷰 “상금 모아 부모님 집 사드릴래요”

"목표는 KLPGA 2승…7월 US여자오픈은 경험으로 생각"

2017.06.25(Sun) 11:30:11

[비즈한국]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유독 혼전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시즌 7승으로 투어를 평정한 박성현(KEB하나은행)의 미국 진출 이후 다수의 선수들이 올해 생애 첫 우승을 경험했다. 지난 2개 대회에서 김지현(한화)이 연속 우승을 기록하기 전까지 올해 다승자는 김해림(롯데)이 유일했다. 

 

이 같은 춘추전국시대 속에서도 영건 이정은6(토니모리)는 가장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주목받고 있다. 투어 2년차에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한 명으로 떠오른 이정은과 지난 22일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7이 열리고 있는 경기 안산 아일랜드cc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다.

 

이정은이 지난 22일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7 9번홀에서 퍼팅을 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 ‘시련’에도 덤덤…꾸준히 성적 내는 이정은

 

이정은은 최근 ‘시련’으로 더 주목을 받았다. 지난 2주간 김지현이 연속 우승을 하는 동안 문턱에서 번번이 트로피를 놓쳤다. 지난 11일 S-OIL 챔피언십에서는 연장 5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준우승을 기록했다. 18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오픈에서는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미끄러졌다. 속상한 일일 수도 있지만 이정은은 담담했다. 

 

“2주 연속 기회가 왔었는데 놓쳐서 아쉬운 마음은 있었다. 연장전도, 역전패도 모두 아마추어 때 겪어보지 못한 일이다. 그래도 아직 2년차이기에 모든 게 하나하나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지만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보면 그만큼 꾸준히 우승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이정은은 평생에 한 번뿐인 신인왕을 수상했지만 우승 기록은 없어 ‘무관 신인왕’이란 타이틀을 달았다. 무관 타이틀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즌 개막 초반인 4월 첫 대회에서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일찌감치 맛본 우승은 이정은에게 좋은 약이 됐다. 그는 “첫 우승을 지금까지 못했다면 욕심도 생기고 부담도 느꼈을 것 같다”며 “다행히 우승을 하면서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 지금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첫 우승 이후 KLPGA에서 가장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22일 기준 올해 12개 대회에 참가해 9개 대회에서 톱10 이내에 들었다. 자연스레 대상포인트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상금 순위는 다승자 2인인 김지현과 김해림에 이은 3위다. 

 

평균타수 또한 70.03으로 1위이며 샷 컨디션을 파악 가능한 히팅 능력지수(드라이브 비거리, 페어웨이 안착률, 그린적중률 순위 합계) 순위에서도 2위다. 기복 없이 고른 성적을 내고 있다. 이정은은 “우승을 하면서 심리적으로도 여유가 생겼다. 지난 우승으로 2년간 투어 시드를 받게 됐다. 대회에서 컷오프 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시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만 21세의 이정은은 아직 투어와 학교생활을 병행하는 대학생(한국체육대학교)이다. 지난 4월 우승은 그의 학교생활에서도 약간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정은은 “학교생활이 바빠 다른 종목 친구들과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라면서도 “교수님들은 우승 이후 알아봐 주시기도 하고 칭찬도 해주셨다. 우승이 좋다고 다시 한 번 느꼈다”며 웃었다. 

 

주말엔 투어 일정을 소화하고 주중엔 학교생활을 하느라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는 “시합이 끝나면 쉬고 싶기도 하지만 바로 월요일부터 학교에 나가야 된다. 체력적으로 힘들다”며 “하지만 골프만 하는 것보다 학교 다니면서 공부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 승마 선수가 불성실한 대학생활로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부 종목 대학리그에서는 학점이 낮으면 선수가 리그 경기에 출전을 하지 못하는 규정이 신설되기도 했다. 이정은은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이 열리는 주는 한창 기말고사 기간이라 더욱 바쁜 한 주를 보냈다. 

 

이정은은 지난 18일 막을 내린 기아자동차 제31회 한국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전패로 우승을 내줬다. 사진=최준필 기자


# 일본? 미국? 이정은의 목표는

 

이정은은 데뷔 초기부터 톱10, 신인왕, 우승 등 단계별로 목표를 말해왔고 이를 차근차근 이뤘다.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현재는 2승이 목표”라며 “골프선수로서 목표를 크게 두고 세계 랭킹이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목표를 크게 두지 않는다’는 말에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려는 그만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이정은은 “바로 눈앞에 다가온 2승이나 3승을 보고 달려가다 보면 상금왕이나 대상은 자연스레 따라올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일본이나 미국으로 가 있을 수 있지도 않을까. 아직까지 먼 미래의 목표는 없다”고 했다.

 

오는 7월 13일에는 US여자오픈 참가를 앞두고 있다. 현지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 처음 가본다”는 그는 “성적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는 없다. 경험하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성적도 따라 온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정은은 US오픈 참가를 위해 국내 대회 2개에 빠진다.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KLPGA 투어이기에 포인트 관리 등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욕심이 없다고 말하지만 처음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는 만큼 연습 과정에서도 US오픈에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백스핀이 걸려 해저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58도 웨지보다는 54도나 50도 웨지샷을 많이 연습하고 있다. 또 러프샷 연습도 많이 하고 있다. 100m 이내 샷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연습은 하고 있지만 코스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은 이정은 본인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는 “코스 경험이 없어 구체적인 작전은 없다”면서도 “이번 대회도 그렇고 최근 대회나 연습에 US오픈 준비단계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음을 비우다보니 오히려 요즘 성적도 잘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효녀골퍼’ 이정은

 

지난 22일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7 1라운드 일정을 마친 이정은. 사진=임준선 기자

김보경(요진건설), 장하나(BC카드), 이보미(혼마골프) 등 ‘효녀골퍼’ 타이틀이 붙여진 선수들이 많다. 이정은도 그중 한 명이다. 이정은의 아버지 이정호 씨는 하반신 마비로 인해 휠체어를 타고 이정은을 뒷바라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회장에서는 종종 딸이 아버지 휠체어를 미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국내 정상급 골퍼 이정은을 딸로 둔 아버지는 탁구 선수로 활발히 활동한 경력이 있다. 현재는 취미로 즐기는 수준이다. 이정은은 “탁구선수 아버지의 운동신경을 좀 물려받은 것 같다”면서 “내가 선수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도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 정신적인 면에서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고 설명했다. 

 

이정은은 지난해 1년간 활동하며 받은 상금을 모아 부모님께 전셋집을 마련해 드려 화제를 모았다. 이에 만족하지 않는 그는 “전세를 넘어 집을 사드리고 싶다”는 목표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 집도 넓어지고 편해졌지만 아버지가 생활하시기에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다. 좋은 성적을 내서 꼭 아버지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마련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못다한 이야기] “이제 ‘식스’ 말고 ‘이정은’으로 불러주세요”

 

KLPGA에는 올해 우승자로 범위를 좁혀도 김민선5(CJ오쇼핑), 김지영2(올포유), 김자영2(AB&I), 이지현2(문영그룹) 등 이름 뒤에 숫자가 붙은 선수가 많다. 이는 KLPGA에 소속된 동명이인을 구분하는 장치다. 이정은6도 KLPGA에 여섯 번째로 입회한 선수이기에 뒤에 6이 붙었다. 

 

투어 참가 초년생인 지난해에는 이정은5(교촌F&B)와 함께 활동을 했다. 선배들은 두 이정은 중 후배 이정은을 ‘식스(6·six)야’라고 불렀다. 이정은도 싫지 않은 눈치였다. 이니셜과 숫자 6이 함께 새겨진 목걸이를 받기도 했다.

 

올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이정은5가 해외로 진출하며 국내 투어에 활발히 활동하는 이정은은 이정은6 혼자 남게 됐다. 이에 이정은도 “이제는 이름으로 불러 달라”고 선배들에게 선언한 바 있다. 이정은 소속사 관계자는 “당분간 헷갈릴 일이 없어서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정은은 한때 ‘이정은C’로 불리기도 했다. LPGA에서는 준회원에게 알파벳을 붙여 동명이인을 구별한다. 이에 이정은은 본격 프로 데뷔 이전에는 이름 뒤에 알파벳 C가 붙여졌다. 

 

# 면허도 따기 전에 차부터 수령?

 

이정은은 지난 4월 9일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자신의 첫 우승을 확정짓고 “후원사 토니모리 회장님께서 우승하면 벤츠 차량을 선물해주신다고 했다”는 일화를 밝혔다. 그는 “플레이 중에 그 차가 자꾸 생각나서 머릿속에서 지우느라 고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한국여자오픈에서는 부상으로 차를 받기도 했다.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기아자동차는 3개홀 연속 버디를 기록한 선수에게 세단 ‘스팅어’를 부상으로 내걸었다. 이정은은 전반 5, 6, 7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았고 당당히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약 3개월 사이에 자동차 두 대를 챙기게 된 이정은은 이를 어떻게 처리했을까. ‘벤츠’를 선물한다던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의 약속은 지켜졌을까.

 

벤츠는 아니지만 약속은 지켜졌다. 이정은은 “차는 아니고 그 정도 금액의 보너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스팅어에 대해서는 “아직 수령은 안했지만 곧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너 드라이버’ 등극을 앞두고 있는 이정은이지만 문제는 무면허라는 점이다. 그는 “투어 중에는 바빠서 시간이 없다”며 “투어가 끝나는 연말에 얼른 운전면허를 딸 계획이다”라며 웃었다. ​ 

김상래 일요신문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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