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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임신부·어린이는 참치회를 멀리하라?

메틸수은 함유량 높은 다랑어류 섭취에 세심한 주의 필요

2017.06.22(Thu) 21:39:20

[비즈한국] 아래 그림들을 보자. 부적, 흔히 ‘빨간 약’이라 부르는 머큐로크롬, 그리고 체온계. 언뜻 보면 전혀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 물건들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수은을 포함하고 있다. 

 

왼쪽부터 부적, 머큐로크롬, 체온계. 사진=국립민속박물관·위키미디어


부적의 그림과 글씨에 사용되는 붉은 색은 진사(辰砂) 또는 경면주사(鏡面朱砂)라고 부르는 광물을 원료로 만든 것이다. 황과 수은의 화합물인 황화수은(HgS)를 주성분으로 하기에 조심히 다루어야 하는 물질이다. 

 

상처 난 곳에 바르는 이른바 ‘빨간 약’은 머큐로크롬이 원래 이름이다. 사실 머큐로크롬도 상품명이고 수은(Mercury)과 브로민(Bromine 예전에는 브롬이라 부르던)의 화합물이어서 메르브로민(Merbromine)이 정식 이름이다. 웬만한 상처에는 무조건 ‘빨간 약’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수은이 들어가 있기에 지금은 일부 나라를 제외하고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수은 체온계도 병원에서 쉽게 보던 물건이지만 깨지기라도 할 경우에는 수은이 노출되기 때문에 요즘은 디지털 체온계로 거의 바뀌었다. 

 

잠깐, 이 사진의 체온계 안에 있는 액체는 은백색인데? 내가 본 온도계는 모두 붉은 색 액체였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경면주사와 머큐로크롬은 수은 화합물로 붉은 색을 나타내는 것이고, 기압계나 온도계의 액체 수은은 순수한 수은으로 은백색이다. 붉은 색 액체가 들어가 있는 온도계는 알코올에 붉은 색을 더해 눈금을 쉽게 읽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물건들 외에도 생활과 산업 전반에 걸쳐 3000가지 이상의 용도로 수은과 수은 화합물이 널리 쓰였다. 기압계, 혈압계, 치아 충전용 아말감, 전지, 조명기구, 의약품, 전기 스위치, 가성소다 생산, PVC 생산 등등. 그러나 수은 중독의 위험 때문에 점차 그 사용이 제한되고 대체 공정과 대체물질이 만들어지는 상황이다.

 

수은은 인체에 흡수되면 신경계, 뇌, 신장, 폐 등에 악영향을 끼쳐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임신부나 수유부가 수은을 섭취하게 되면 아이에게 전달되어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수은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진 것은 1956년 일본의 미나마타 시의 주민들이 집단으로 수은에 중독된 사건 때문이다. 

 

처음에 환자들이 발생했을 때는 원인불명의 신경계 질환 또는 전염병으로 여겨졌다. 1959년에 들어서야 신일본질소주식회사(줄여서 ‘칫소’)의 미나마타 공장에서 흘러나온 수은화합물을 포함한 폐기물에 지역이 오염되었고, 오염된 미나마타만에서 잡은 물고기나 갑각류를 주식으로 먹은 지역의 주민들이 중독되었음이 밝혀졌다. 어이없게도 칫소 사는 처음부터 자신들의 공장에서 나온 폐수가 원인임을 알고 있었다. 은폐와 조사 방해를 일삼던 칫소 사는 결국 폐수 정화 시스템을 설치/운영하라는 정부의 명령을 받는다. 1959년 설치된 정화시스템을 통과해 나온 물을 칫소 사의 회장이 마시는 퍼포먼스를 벌였지만 사실 이 정화시스템은 효과가 없는 것이었다. 

 

공식 집계된 희생자가 2000명이 넘고 비공식 집계의 희생자가 2만 명에 가까웠던 이 사건을 통해 전 세계가 수은의 위험성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비슷한 사례가 캐나다, 이라크, 중국, 필리핀,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발생하여 국제적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먹이사슬의 상위에 위치한 다랑어류는 메틸수은 함량이 높다. 임신부와 어린이는 참치회 등의 섭취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 2013년 수은 사용을 규정한 국제협약 ‘미나마타협약(Minamata convention on Mercury)’을 채택하였다. 이 협약은 올 8월에 발효되고, 이에 따라 각국은 수은 함유 제품의 생산과 수출입을 단계적으로 폐기하여 2020년까지 전면 금지하여야 한다. 이에 대비하여 우리 정부는 지난 3월에 잔류성 오염물질 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관리기준과 취급제한 잔류성 오염물질의 제조·수출입·사용 범위의 구체화 등 협약 이행을 위한 제도적 정비 때문이다. ​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월 21일에 메틸수은 중독에 특히 취약한 임신, 수유부 여성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생선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생선 종류별 섭취량과 섭취횟수 등을 담은 ‘생선 안전섭취 가이드’를 마련하여 배포하였다. 특히 먹이사슬의 상위에 위치하고 수명이 길어 메틸수은 축적량이 높은 대형 어류(다랑어·새치류, 상어류) 섭취에 유의하라고 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식약청(FDA)에서는 북대서양 고등어와 옥돔 등도 먹지 말 것을 권하므로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나라의 참치 통조림에 사용되는 생선은 가다랑어다. 흔히 말하는 참치, 즉 다랑어 중에서 참다랑어와 눈다랑어는 주로 회로 먹고, 미국과 일본 등에서 황다랑어와 날개다랑어를 통조림으로 사용한다. 이와 달리 얕은 물에서 사는 2~4년생의 가다랑어로 만든 대부분의 국산 참치 통조림은 메틸수은 함량이 낮아 안전한 편이다. 먹는 것 하나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꼼꼼히 따져봐야 할 일이다. 폐형광등과 건전지 등을 잘 분리수거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정인철 사이언스커뮤니케이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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