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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모차 '요요' 베낀 '요야'의 카피까지 '요지경'

서로 부품 교체할 수 있을 정도…중국 한국 업체 서로 베꼈다며 손가락질

2017.06.20(Tue) 18:29:33

[비즈한국] 육아용품도 명품시대다. 100만 원이 훌쩍 넘는 럭셔리 유모차를 길거리에서 보는 일이 더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대륙의 실수’라 불리며 그 어떤 명품 유모차보다도 주목받는 게 있다. 이름과 생김새까지 프랑스의 유명 제품을 카피했지만, 인기가 워낙 좋아 이제는 이를 모방한 제품이 나오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베이비젠의 요요 유모차가 기내 반입용으로 국내에서 큰 관심을 끌며 출시된 카피제품이 대륙의 실수라 불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베이비젠 공식 쇼핑몰 캡처

 

프랑스 ‘베이비젠(BABYZEN)’사의 요요(yoyo) 유모차는 신제품 기준 70만 원이 넘는 고가지만 핸들링이 부드럽고 휴대성이 좋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어왔다. 이미 유모차를 가지고 있지만, 아이가 크면서 더 가벼운 제품을 찾거나 기내 반입용 제품이 필요한 엄마들의 수요가 높아 ‘세컨드 유모차’로도 유명세를 치렀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요요 유모차와 이름과 외형까지 거의 흡사한 ‘요야’ 유모차가 입소문을 타면서 오리지널 제품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다. 상표권자인 국내 중소기업이 중국 제조사를 통해 생산한 요야 유모차는 10만 원 초반대의 저렴하지만 요요 유모차와 부품까지 호환될 정도로 외형이 흡사했다. 요요 유모차의 장점 중 하나로 꼽히는 부드러운 핸들링 성능까지 닮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까다롭게 선택하는 유아용품 업계의 대륙의 실수로 불리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후기 글만 5300건이 넘는다. 

 

최근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요야 유모차를 구매했다는 김 아무개 씨(여·27)는 “요즘 좀 괜찮은 유모차를 사려고 하면 최소 30만 원 이상 줘야 하는데 원래 저렴하지만, 중고로 사서 단돈 5만 원에 구매했다”며 “요즘에는 유모차가 2대 이상인 경우가 많은데 여행 갈 때는 막 쓰려고 요야 유모차를 가져가고, 동네에서는 요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식”이라고 말했다.

 

모방품이 워낙 잘 팔리다 보니 웃지 못할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두 제품의 구조가 똑같아 요요 유모차에 요야 유모차의 시트를 사용한다거나 요야 유모차에 요요 유모차의 방풍 커버를 장착하는 식으로 변형하는 것이다. 요야 유모차를 사용하고 있다는 한 주부는 “요야 유모차는 디자인이 아기자기하지만, 요요 유모차의 가림막이 아무래도 견고하고 고급스러워 보여 이것만 따로 구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부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서는 yoya 라는 각인의 a자를 지워 yoyo처럼 보이게 하는 법, 스티커를 붙여 커스텀하는 법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현재 시중에 ‘요야 유모차’라고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제품은 진짜가 아닌 또 다른 모방품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요요 유모차의 베이비젠이 요야 유모차를 생산하던 국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면서 해당 업체는 요야 유모차 생산을 중단하고 ‘Y-UP’이라는 새로운 유모차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야 유모차의 상품권을 가지고 있는 업체는 지난해 소송 이후 기존의 요야 유모차 생산을 중단하고 Y-UP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제품을 출시했다. 사진=요야 공식 홈페이지 캡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상에는 어떤 것이 정품인지를 두고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스티커가 붙은 제품, 각인이 없는 제품, 각인이 있는 제품 등 요야 유모차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약간씩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요야 유모차의 상표권을 가진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마지막으로 생산했던 요야 유모차는 각인이 없었다”며 “현재 온라인과 직구로 ‘요야 유모차’라 판매되는 제품들은 몸체에 ‘BABY YOYA’​, ‘​YOYA’​라는 각인이나 스티커가 있는데 엄연한 상표권 침해이기 때문에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도 처음에 요요를 모방으로 출발한 건 사실이지만, 요요 유모차는 폴딩 방식을 포함해 기술 특허도 있는 제품이라 더는 해당 기술을 침해하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지금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가짜 요야 유모차들은 이러한 기술도 여전히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초에 모방품으로 시작한 요야 유모차에 진위를 따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도 있다. 한 유모차 공구 카페 운영자는 게시물을 통해 “요야 자체가 카피제품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만들 수 있다”며 “‘요야 정품이 맞다’는 제품 설명은 명품 구찌로 치면 ‘구짜 정품이 맞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로서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을 자랑하는 제품이 반가울 수밖에 없지만 이것이 상표권 침해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중국은 아직 상표권에 대한 규제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명백한 모방 제품이어서 소송에 걸린다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주부는 “당장 가격을 생각하면 모방품에 혹하는 건 사실이지만 애프터서비스 문제를 고려해 국내 제품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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