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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미이라'에 없는 이모텝과 아낙수나문의 사랑

흥행을 위해 실제 역사와 다른 할리우드 식 가공은 비판받아야

2017.06.13(Tue) 22:29:00

[비즈한국]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 유니버설 픽쳐스의 ‘다크 유니버스’ 세계관을 형상화하는 첫 작품인 톰 크루즈 주연의 ‘미이라’가 최근 개봉해 글로벌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다크 유니버스란 다른 메이저 영화사에 비해 슈퍼 히어로 캐릭터를 보유하지 못한 유니버설 픽쳐스가 드라큘라, 미이라, 투명인간, 늑대인간 등 몬스터 캐릭터들을 통해 그려내는 암울한 세계관을 지칭한다. 하지만 이번 개봉작은 평가 면에선 같은 영화사 제작의 브랜든 프레이저 주연의 ‘미이라’ 시리즈에 못 미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영화 ‘미이라’ 중 이모텝(오른쪽)과 아낙수나문 스틸 컷.


이번 개봉작이 전작에 비해 시각 효과 측면에선 진일보한 점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관객의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측면이 전작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말하고 싶다. 예를 들어 전작에서 악역이지만 한 여인을 진심으로 사랑한 로맨티스트 이모텝과 그의 연인 아낙수나문의 수천 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불멸의 사랑같은 감성은 개봉작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브랜든 프레이저 주연의 ‘미이라’ 시리즈를 논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들이 좀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라’ 또는 ‘미이라’ 라는 어원은 일본으로부터 유래됐다. 포르투갈어로 몰약 또는 수척하고 핏기 없는 사람을 뜻하는 ‘mirra(발음은 미하)’를 16세기 전후 조총 수입 등 포르투갈과 활발하게 교역했던 일본인들이 이 말을 전해 듣고 ‘미라’ 또는 ‘미이라’라고 발음했다. 한국에도 이런 뜻과 발음이 전해지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한글맞춤법 상 미이라 대신 미라로 표기해야 맞지만 소개할 영화 제목들이 ‘미이라’로 일관돼 있어 이 글에선 ‘미이라’로 표기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미이라를 만들어 시체를 방부 처리한 이유는 그들의 사후관 때문이다. 그들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사후세계에 간 후 다시 시체 있는 곳으로 돌아와 되살아난다고 믿었고, 이를 위해 시신이 썩지 않도록 미이라를 만들었다. 이런 특성상 미이라는 호러 영화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소재가 됐다. ​ 

 

                   

유니버설 픽쳐스는 미이라를 소재로 실사 영화를 제작해 가장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영화사다. 불멸의 연인 이모텝과 아낙수나문(당시 영화에서 이름은 안케세나멘) 캐릭터가 창조된 것은 1932년 작 ‘미이라’다.

 

7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유니버설 픽쳐스는 전작의 이모텝, 아낙수나문 캐릭터를 가져와 코믹과 호러 요소를 적절히 가미한 어드벤처 액션물로 ‘미이라’를 재탄생시켰다. 

 

스티븐 소머즈 감독, 브랜든 프레이저 주연의 ‘미이라’ 1편은 밀레니엄을 몇 달 앞둔 1999년 여름 개봉했다. 이 해엔 유독 ‘스타워즈 에피소드1’, ‘식스센스’, ‘토이 스토리 2’, ‘매트릭스’, ‘아메리칸 뷰티’ 등 쟁쟁한 화제작들이 쏟아지던 시기였다. ‘미이라'는 그해 약 4억 1600만 달러 수익을 거둬 전 세계 흥행 6위를 기록했고 우리나라에선 ‘​쉬리’​에 이어 전체 2위, 당당히 외화 흥행 1위를 기록했다. 1편의 흥행에 힘입어 개봉한 ‘​미이라2’​(2001), ‘​미이라3’​(2008)도 각각 4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미이라3’​는 전작 두 편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전작들이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것과 달리 3편은 중국 진시황제와 병마용을 소재로 했다. 또 릭 오코넬 역을 맡은 브랜든 프레이저의 상대역인 에블린 역의 레이첼 와이즈가 마리아 벨로로 교체돼 전작들과 상당히 이질적인 측면이 있었다. 

 

진시황제 역을 맡았던 리롄제(이연걸)의 카리스마도 아놀드 보슬루가 열연한 이모텝에 비해 못 미친다는 평가였다. 그럼에도 3편까지 모두 흥행에 성공하자 브랜든 프레이저가 나오는 남아메리카를 배경으로 하는 4편 제작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결국 무산되면서 전작들과 스토리상 연결점이 없는 톰 크루즈 주연의 리부트 작품이 제작돼 최근 개봉하게 됐다. 

 

‘미이라’ 1, 2를 관통하는 주요 스토리 중 하나가 이모텝과 아낙수나문의 사랑이다. ‘미이라’에서 기원전 1791년의 고대 이집트, 파라오를 모시는 제사장 이모텝과 파라오의 정부 아낙수나문은 밀애 도중 파라오에게 발각되자 파라오를 살해했다.

 

아낙수나문은 자결하고 이모텝은 붙잡혀 석관 속에 사람 살을 파먹는 풍뎅이들과 함께 갇히는 ‘홈다이’란 형벌을 받는다.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른 1920년대 하무납트라의 유적을 발굴하던 도서관 사서 에블린 캐나헌의 실수로 이모텝이 부활해 온 이집트를 공포 속에 몰아넣는다. 릭 오코넬은 에블린과 함께 의기투합해 우여곡절 끝에 이모텝을 다시 죽음의 세계로 몰아넣는다. 이모텝은 저승으로 가기 전 아낙수나문을 힘겹게 부활시키지만 허무하게 그녀를 잃고 만다. 

 

‘미이라2’는 릭과 에블린이 결혼 후 어린 아들과 함께 이모텝과 스콜피온 킹을 물리친다는 줄거리다. 이모텝은 2편에서 사랑하는 아낙수나문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만다. 릭이 스콜피온 킹을 죽이고 이모텝마저 쓰러뜨리는 순간 피라미드가 붕괴하면서 지옥문이 열린다. 릭과 이모텝 두 사람 모두 지옥에 빨려 들어가는 순간 릭의 부인 에블린은 위험을 무릅쓰고 릭을 구하나 아낙수나문은 흘깃 이모텝을 쳐다본 후 결국 홀로 도망을 간다.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이모텝은 눈물을 글썽이며 유명한 “아낙수나문, 아낙수나문”을 힘없이 외치며 몸을 지탱하던 손을 놓고 지옥의 불구덩이로 떨어지면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제 아무리 훌륭해도 영화는 영화로서 즐겨야 한다. ‘미이라’ 시리즈에서 형상화 한 이모텝, 아낙수나문, 세티 1세 등에 대한 얘기는 실제 역사와 전혀 다르다. 쉽게 말해 ‘미이라’ 1, 2편의 등장인물들은 고대 이집트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따와 제멋대로 각색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의 가장 큰 왜곡으로 피해를 본 역사적 인물은 임호텝 또는 이모우시스로 불리기도 하는 이모텝이다. 기원전 27세기경 실존했던 이모텝은 최초의 피라미드 설계자, 신묘한 의사이자 명 재상으로 후세에 신격화돼 추앙받던 인물이다. 할리우드는 이러한 위인을 심각하게 왜곡해 인간의 몸을 흡수해 자신의 뼈와 살로 변형시켜 부활하고 폭풍을 일으키고 벌레를 토해내 사람을 죽이는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 

 

1932년 ‘미이라’ 원작과 ‘미이라’ 1, 2는 1922년 첫 발굴 이후 무려 20여 명이 넘는 관련자가 사망한 ‘투탕카멘의 저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투탕카멘 왕의 관에 “왕의 잠을 깨우는자, 이모텝의 저주를 받으리라”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전설에 지나지 않는다. 이모텝을 악역으로 등장시킨 가장 큰 이유가 ‘​죽지 않는’​ 또는 ‘​불멸의 인물’​이라는 뜻의 ‘immortal’과 발음이 비슷해서였다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영화 ‘미이라’ 중 왼쪽부터 릭 오코넬 역의 브랜든 프레이저, 에블린 캐나헌 역 레이첼 와이즈, 조나단 캐나헌 역 존 한나.


왜곡된 이미지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지금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이모텝을 영화 ‘미이라’에 나왔던 그 괴물로 기억할 것이다. 이모텝의 역사 속 실제 모습을 조명하는 영화나 다큐멘터리 제작이 시급해 보인다. 

 

앙크 수나문, 안케세나멘으로 불리는 아낙수나문은 이모텝 사후 1000여 년 후인 기원전 14세기에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녀는 아버지인 아크나톤의 왕비였다가 아버지 사후 이복동생인 투탕카멘이 파라오로 즉위하자 결혼해 정비가 됐다. 투탕카멘이 일찍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파라오가 된 외할아버지 아이의 부인이 됐다. 

 

이렇듯 현대 사회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근친혼이 당시 이집트 왕가에서 만연해 있었다. 당시 이집트 왕족 여자들에게 각각 왕비 계승권이 주어져 있었다. 파라오는 왕비 계승 서열 1순위인 여성과 부부 사이일 때만 지위가 인정됐다. 파라오가 되고 자리를 유지하게 위해선 자신의 누나, 여동생, 딸, 엄마 등과 결혼해야만 했다. 

 

두 사람의 사랑을 질투해 죽임을 당하는 세티 1세는 기원전 13세기에 이집트를 통치하던 파라오다. 고대 이집트의 마지막 명군으로 꼽히는 람세스 2세의 아버지다. ​

 

‘미이라’ 시리즈가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거머쥐었다는 점은 이견을 제시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흥행을 위해서라면 남의 나라 역사까지 마구 왜곡하는 할리우드의 행태는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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